배추 갈아엎고 딸기 썩히고… 급식 납품 농가들 ‘줄폭탄’
배추 갈아엎고 딸기 썩히고… 급식 납품 농가들 ‘줄폭탄’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3.19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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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개학 연기로 출하적기 놓쳐 손해 막심
지자체·농협, 전방위 소비촉진 나섰지만 한계
추경에 농가지원 빠져…정부차원 대책 마련 나서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을 납품하는 농가에 불똥이 튀고 있다. 일부는 도산까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전국 유·초·중·고교 개학일을 오는 23일에서 내달 6일로 추가 연기했다. 앞서 이미 두 차례 개학을 연기한 데 이어 이번 세 번 째 추가 연기로 급식 납품 농가들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농업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갑자기 판로를 잃어버린 급식 납품 농가들은 다른 판로를 찾지 못해 농산물을 갈아엎고 있다. 특히 시금치, 대파, 얼갈이배추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잎채소류 재배 농가들의 피해가 크다. 경기도와 전북도는 3월 급식 지연으로 인한 피해액이 각각 24억원, 2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제철 딸기의 경우 일찌감치 헐값에 내다 판 농가는 그나마 운이 좋았지만 그마저도 딸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방치한 농가는 막대한 손해를 봤다.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태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감자 파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감자 파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경기도 이천의 농가는 비닐하우스 8개 동에 딸기를 재배해 학교 급식으로 납품해 왔다. 코로나 사태로 갑자기 개학이 연기되면서 올해는 딸기를 전량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딸기는 저장성이 없어 납품 시기를 놓치면 전량 폐기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딸기체험을 하러 오는 이도 드물어 앉아서 손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게 됐다.

#일산의 시설채소 농가는 급식에 들어가지 못한 배추들을 갈아엎었다. 뽑아 팔아도 물류비와 인건비를 제하면 오히려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천안의 깻잎 재배 농가는 수확 시기를 지나 너무 커버린 깻잎을 따 땅에 묻느라 분주하다. 아이들 밥상에 오를 때를 기다리다 맛이 들대로 들어 이제는 못 먹게 된 깻잎들이다. 충남 홍성의 친환경 농가 역시 아욱이 너무 자라 물도 못 주는 상황이고 대파는 꽃대가 올라와 팔 수 없어 갈아엎을 예정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수산물 시장을 통해 출하할 경우 외관이 안 좋아 제값을 받을 수 없는데다 새로운 출하처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가 대부분은 계약재배를 통해 일찌감치 판로를 확보하기 때문에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게 쉽지 않다. 대형마트 같은 곳에 내다 팔려고 해도 그곳도 이미 계약 형태로 들어온 농가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다.

충남의 경우 학교급식의 65% 정도가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해 농가들의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계약재배로 가꾼 아욱, 시금치, 상추, 대파, 당근 등 친환경 농산물이 개학이 연기되자 주문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공주시에서만 제때 출하하지 못해 고스란히 버릴 수밖에 없는 친환경 농산물이 9톤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에서도 딸기와 시금치 등 계약재배로 학교와 급식계약을 맺은 친환경 재배농가 44곳 74ha가 타격을 입었다. 이천은 딸기 한 품종만 도내 친환경 학교급식용의 80% 정도를 납품하고 있다.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인한 도내 21개 친환경 학교급식 출하회의 피해액이 3월에만 24억원(441t), 4월엔 20억원(465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피해 예상 품목은 딸기·애호박·백오이·시금치 등이다.

경남에서도 감자, 양파, 당근, 과채류 등의 생산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과채류를 수도권으로 대량 납품하는 진주.김해시 농가들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 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회원 농가 5000농가 중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2000농가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의 경우 이달 1일부터 보름 동안 도내 학교에 납품되지 못한 친환경 농산물 등 식자재가 270여t에 이르며 피해액은 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출하적기를 놓친 작물은 수확하지 않고 퇴비로 쓰거나 헐값에 전통시장 등에 내다 팔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도지사도 SNS 마케팅

사정이 딱하게 되자 지자체가 농업인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 16~19일 친환경 계약재배 농가들이 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납품했던 농산물을 시청 직원들에게 판매하는 ‘김해 학교급식 농산물 꾸러미 판매행사’를 개최했다. 농산물 중 저장이 어렵고 공판장 등 타 농산물유통시스템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운 친환경 농산물 등 6가지 품목으로 꾸러미를 구성해 2만원에 판매했다.

경기도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도 친환경 학교급식 농산물 꾸러미 공동판매 캠페인에 나섰다.이재명 경기지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착한 소비’에 동참을 호소하는 안내 글을 올리자 준비한 7200세트가 2시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서산시도 지난 9일부터 관내 농가들이 재배한 상추, 열무, 얼갈이배추 등 8종을 시청 직원들에게 주문을 받은 뒤 학교급식지원센터와 공급약정을 맺은 서산시친환경농산물출하회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 공주시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2차례 시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농산물 구매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북도와 도 교육청에서도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판매 운동을 하고 있다. 전남농협은 학교급식 납품일정에 계약재배한 엽채류와 학교 과일 간식으로 출하예정인 한라봉 등 만감류의 선제 특별 판매지원을 추진중이다.

전국 농협,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특판행사를 연일 열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강원도 감자 판매에 나서 하루분으로 준비했던 1400박스를 모두 소진했다. 최 지사는 강원감자 10㎏을 택배비 포함 5000원에 모두 완판될 때까지 판매한다.

헐값에 내놓아 농산물 가격 반토막 …새 판로 찾아줘야 

하지만 이같은 지원규모로는 농가 손실을 보전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꾸러미 판매 운동’은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농협 등의 특판 행사도 일반적인 할인 행사와 다르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예견돼 있었다. 농가 지원이 빠진 농림축산식품부의 추경 편성이 지탄을 받는 이유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추경에서 농식품분야에 지원하는 총 482억원 중 96%(466억원)를 식품 외식기업에 편성했다. 국산 식품가공원료·식자재 구매와 외식업체 육성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화훼수요 창출을 지원하며 농식품 수출업체의 원료.부자재 구매 지원 예산을 증액했다.

추경이 아니더라도 지금 상황에선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학교 개학이 4월로 또 연기돼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며 “마늘, 대파 등 농산물 가격 폭락은 말할 것도 없고 버리게 된 농산물의 판로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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