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에 대금 떼인 사건...직원이 벌인 일이었다
도매상에 대금 떼인 사건...직원이 벌인 일이었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3.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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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자 A씨와 주인농산(주) 직원간 은밀.불법거래
대표가 명함 찍어보내며 "문제시 연락달라"했지만
3억5천만원 못받았다며 내용증명 보낸 황당한 사연

주인농산 정 대표 "해당 직원 횡령 혐의 고소 검토중"

출하자측에 수 차례 전화연락 시도했지만 '묵묵부답'

직원 개인의 일탈행위로 시장도매인제 이미지 실추

2016년 정산조합 설립..."대금 미지급 있을 수 없는 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최근 업계를 술렁이게 한 시장도매인 출하대금 미지급 사례가 사실은 출하자가 시장도매인 회사가 아닌 해당 회사에 소속된 직원과 장기간에 걸쳐 개인간 거래를 해오면서 불거진 것으로 드러났다.

출하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시장도매인법인 주인농산(주) 정홍기 대표는 22일 출하자 A씨와 前직원 B씨의 오랜 불법.밀거래로 입은 직간접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주인농산(주) 정홍기 대표가 출하자A씨와 주고받은 문자내용.[정홍기 대표 제공]
주인농산(주) 정홍기 대표가 출하자A씨와 주고받은 문자내용.[정홍기 대표 제공]

 

 

시장도매인제는 출하자가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할 때 도매상과 체결하는 거래방식의 하나로 경매제에서 거쳐야 하는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단계를 ‘시장도매인법인’ 하나로 축소해 놓은 것이다. 서울 강서도매시장에서 국내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정 대표에 따르면 A씨는 2017년부터 주인농산(주) 소속 직원이었던 B씨와 정 대표 모르게 오랜 기간 은밀히 불법 거래를 해 왔다. 2018년 2월 정 대표는 A씨에게 아직 보내지 않은 출하대금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전액 A씨에게 송금해 줬다. 당시 자신의 명함을 찍어보내며 “앞으로 B씨에게 농산물을 보낼 때 출하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 대표인 내게 연락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그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2019년 5월 갑자기 3억5000만원의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정 대표는 어찌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A씨에게 수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A씨는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 메시지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시장도매인제에서 출하자가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사)한국시장도매인정산조합(조합장 임성찬)이다. 혹여 시장도매인이 출하대금을 주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조합이 대신 대금을 지불해 준다.

(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는 “2016년 정산조합 출범 이후 지금까지 출하대금 미지급 사태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발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송품장이나 판매원표의 입력이 농산물 거래가 완료된 후에야 가능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송품장은 상품 반입신고서와 같아 거래가 완료된 후에 입력할 수 없고 판매원표 없이 대금정산을 할 수 없도록 정산 시스템이 구성돼 있다. 대금결제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위야 어떻든 이번 사건은 시장도매인제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생산자가 도매상과 가격을 흥정한 후 농산물을 직거래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시장도매인제는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결정방식에다 안정적으로 알려진 경매제에 비해 대금지급을 보장할 수단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공격받아 왔다. 이것이 정산조합을 설립한 배경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시장도매인회사 직원 개인의 일탈행위가 마치 60개 시장도매인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 생산돼 시장도매인제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전 직원 B씨를 횡령 등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