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주인 도장 받으러 ‘비행기 타고~ 배 타고’
농지 주인 도장 받으러 ‘비행기 타고~ 배 타고’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3.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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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자 여러 명인 농지 임대 절차 손질해야
사망, 해외이민 간 경우에도 소유자 의사 확인
농지법 개정 이전처럼 관행적 임대차는 가능
농지원부 올릴 수 없어 직불금.세금감면 혜택은 포기해야

 

농민 "특별법처럼 농지원부 등재 길 열어줘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최근 부친의 장례식을 치른 전남 장성의 김 모 씨는 농지 상속 절차를 진행하던 중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아버지가 경작한 농지 중 복수의 소유자가 얽혀 있는 농지를 자기 앞으로 이전하던 중이었다. 5ha(1만5000평)의 논이 아버지를 포함해 문중 어르신 두 명이 소유자로 등재돼 있었던 것. 아버지처럼 이 땅에 농사를 지으려면 두 명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임차 계약을 맺으려고 두 어르신의 행방을 찾아 봤더니 두 분 모두 이역만리 타국으로 이민 나간 지 오래였다.

난감했지만, 현행 농지법은 농지 소유자 모두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임대차 의사가 확인돼야만 농지원부 등재와 농업경영체 등록을 허용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난해 5월 강원도에서 첫 모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강원도에서 첫 모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여러 명이 소유자로 돼 있는 농지를 임대할 때 사망했거나 멀리 이민 간 사람의 도장까지 직접 받아와야만 임대차 관계를 인정해주는 현행 농지법 제도의 손질이 요구된다.

1996년 농지법 개정 이전에는 개인 간 구두로 맺은 관행적 임대차 관계도 법적으로 인정해 직불금을 지급했었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임대차 계약을 하려면 반드시 농어촌공사를 통해야만 한다. 이렇다 보니 관련 서류를 구비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농지원부는 농지의 소유 및 이용실태를 파악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행정자료로 소유 또는 임차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작성한다. 농지원부에 올라간 토지는 직불금 지급은 물론 각종 세금 면제와 농기계 구입 지원금 등 대상이 된다. 농지를 새로 구입할 때도 유리하다.

이에 따라 김 씨는 농지 소유자를 일일이 찾아가 인감증명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오지 않는 이상 농지를 놀릴 수밖에 없다. 다만 직불금 수령 등을 포기한다면 96년 이전처럼 개인 간 구두로 쌀 몇 가마니를 대가로 하는 관행적 임대차 계약은 체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지는 재산 문제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편의를 봐줄 수 없을 것”이라며 “현행법으로는 소유자가 사망했으면 상속자와 법적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이민 갔더라도 관계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십ha 된다고 하면 모를까 직불금 타려다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관행적 임대차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 절차 때문에 아까운 농지를 놀린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는 “돌아가신 분의 상속자녀들이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임대)를 안 해주거나 외국에 있어서 도장을 못 받아오면 해당 농지는 행정 대상지에서 제외된다”며 “놀리는 농지가 없도록 특별법처럼 한시적으로 등재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다든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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