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든든한 지킴이, 농지은행
농촌의 든든한 지킴이, 농지은행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3.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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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 한국농어촌공사 상임이사
권기봉 한국농어촌공사 상임이사
권기봉 한국농어촌공사 상임이사

우리 농촌의 위기가 심각하다. 농가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농가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농가인구 구성비율도 2018년 기준 65세 이상이 44.7%에 달해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에서는 전국의 시군구 중 40%가량이 인구 감소로 사라질 ‘소멸위험지역’으로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 귀농귀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농업과 농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하며 농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처럼 우리 농촌은 단순히 농업이 영위되는 공간을 넘어 국민의 휴식처이자 자연생태계와 경관 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농어촌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고 초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농지은행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농지은행이 이러한 농촌의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농지은행은 은퇴농과 이농자, 자경이 곤란한 사람 등의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차하여, 기존 농업인들이나 청년창업농 등에게 매도‧임대‧위탁하는 농지종합관리기구다. 쉽게 말해 공사가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사람들의 농지를 받아서 농지가 필요한 농업인 등에 매매·임대하는 중개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농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농업인들이 영농 규모를 더욱 키워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농지은행의 첫 번째 역할이다. 매매나 상속, 증여 등의 이유로 농지를 취득했지만 자경하지 못하는 농지소유자는 농지임대수탁사업을 통해 위탁 기간 동안 농지를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고, 농업인은 안정적인 영농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 역할은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공사는 영농자금이 부족한 청년농업인들에게 농지를 지원해 영농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제로 농지은행에서는 청년농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까지 20~30대 청년 24,674명에게 총 23,775ha의 농지를 집중 지원했다. 농업정착에 가장 큰 진입장벽 중 하나인 농지를 지원하여 농촌에 청년이 돌아오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5,600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하여 청년농업인들의 수요에 맞는 농지를 구입하여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세 번째 역할은 고령농의 노후생활 안정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농촌의 65세 인구는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의 노후 안정과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않고는 우리 농촌의 삶을 지탱해 나갈 수가 없다. 농지은행에서는 농지연금사업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고령농의 노후생활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가입농지는 임대하거나 본인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재산세 감면의 혜택까지 있어, 지난해까지 가입자 수가 1만 5천여 명을 넘겨 농업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청년이 돌아오는 활기찬 농촌, 안정된 노후가 있는 농촌, 단순한 먹거리 생산뿐만 아니라 농촌이 지닌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여 모든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농촌을 만드는 길에 농지은행이 든든한 지킴이로서 농업·농촌과 함께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