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값 발목 잡은 태풍피해벼
[사설] 쌀값 발목 잡은 태풍피해벼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03.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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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올해 쌀값이 심상치 않다. 큰 폭의 하락은 없어도 조금씩 쌀값이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보이지만 반등할 기미가 없다. 오히려 쌀농가들은 역계절진폭까지 걱정하고 있다.

쌀값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크게 코로나19 등으로 쌀소비가 감소와 태풍피해벼가 저가로 시중에 유통되면서 시장 교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 RPC가 보관하고 있는 공공비축 산물벼 8만톤을 인수했지만 크게 반응이 없다. 정부에서 매입하기로 한 태풍피해 벼 일부가 시중으로 흘러나왔다.

지난해 태풍피해로 인한 등외 규격 벼 발생이 늘어나자 농식품부는 2010년 곤파스 이후 9년만에 등외규격을 신설하면서까지 태풍피해 벼를 매입했다. 등외 규격 벼를 매입한 가장 큰 이유는 품질이 낮은 쌀의 시장유통을 막고 쌀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시장에 등외품을 유통하도록 방치함으로써 목적을 다 놓쳤다. 태풍피해 벼가 저가미로 유통되면서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런 사태를 우려해 쌀 농가들은 등외 등급 벼의 매입가격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물론 일반 RPC가 원료곡을 확보하려고 일부러 정부보다 1000~2000원 정도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한 후 시장에 유통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에 동조한 농가들도 당장의 이익에 등외품을 넘겨버린 것도 문제다.

하지만 지난해 태풍피해벼 매입을 발표했을 때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농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농식품부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코로나 19로 쌀소비 감소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올해 재배면적 의향도 크게 줄지 않았다. 타작물재배 사업은 감소돼 쌀값 하락의 악재가 겹치고 있어 수확기 쌀값도 전망이 좋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쌀값 하락에 대책과 장기적인 쌀소비 감소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