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무자조금①] 의무자조금 12개 품목 확대…‘아직 절반’
[기획-의무자조금①] 의무자조금 12개 품목 확대…‘아직 절반’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4.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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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도입 예정
자조금 필요성 인식 개선 등 당면 과제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자조금 지원사업 추진계획에서 양파, 마늘, 복숭아 등의 임의자조금 단체를 의무자조금 단체로 전환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또 의무자조금 단체를 수급관리·품질관리·수출통합 마케팅 등을 추진하는 품목별 대표조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의무자조금 단체가 사전에 유통협약 등을 체결해 생산·유통 자율조절을 시행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수급대책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한 양파·마늘의 의무자조금 조성은 올해 도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농가들의 참여가 저조해 가입신청 기간을 연장했으며, 여전히 의무자조금을 조성하는 데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 현재 의무자조금의 조성 현황과 조성을 막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수확한 마늘이 쌓여있다. 양파·마늘의 의무자조금 도입은 올해 안으로 완료될 전망이다.

의무자조금 현재 12개 품목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농수산자조금이란 자조금 단체가 농수산물의 소비촉진, 품질향상, 자율적인 수급 조절 등을 도모하기 위해 농수산업자가 내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해 조성·운용하는 자금을 말한다. 자조금은 의무자조금과 임의자조금으로 나뉘는데, 의무자조금은 의무적으로 내는 자금을 재원으로 설치된 자조금이며, 임의자조금은 자발적으로 내는 자금을 재원으로 설치된 자조금이다. 

2012년 농수산자조금법의 개정에 따라 2015년 인삼 품목에 대한 의무자조금 도입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2개 품목이 의무자조금을 도입했다. 그 품목은 인삼, 친환경농산물, 백합, 참다래, 배, 파프리카, 사과, 감귤, 콩나물, 참외, 절화, 포도다. 

농식품부는 최근 자조금 지원사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의무자조금 전환 확대를 위해 임의자조금 졸업제를 2015년에 시행했으며, 2018년에는 의무자조금단체에 생산·유통 자율조절 권한을 부여하는 등 농수산자조금법을 개정·시행했다. 지난해부터 자조금 통합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고 있으며, 자조금 지원 확대로 현재 12개 품목까지 의무자조금이 조성됐다. 

까다로운 설립 기준이 걸림돌

정부의 적극적인 의무자조금 조성 노력에도 아직 임의자조금 형태로 남아있는 품목이 있다. 단감, 복숭아, 무·배추, 양파, 마늘, 고추, 난, 떫은감, 가지, 딸기, 오이, 풋고추, 밀 등 13개 품목이 현재 임의자조금 단체를 이루고 있으며, 올해 의무자조금이 조성될 것으로 보이는 양파·마늘을 제외해도 11개 품목이 여전히 의무자조금으로의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차, 버섯, 콩, 쌀 등은 의무자조금을 조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의무자조금의 조성이 더딘 이유에는 조성을 위한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의무자조금 조성을 위해서 품목 대표성을 가지려면 품목 단체가 해당 품목의 총생산량·생산액 또는 재배면적의 50%를 초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에 대해서 생산 농가와 출하조직 등 관련 산업 종사자 수가 많은 품목의 경우 ‘50% 초과’라는 기준을 충족하기조차 생산자단체의 힘으론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2017년 12월  의무자조금을 출범시킨 사과, 배, 감귤, 키위.
2017년 12월 의무자조금을 출범시킨 사과, 배, 감귤, 키위.

또한, 도축하는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자조금을 내는 형태로 운용되는 축산물자조금과 달리 농산자조금은 해당 품목의 농가들이 직접 자조금을 내야 한다. 이는 자조금 거출 방식과 과정에 대한 협의가 필수적으로 동반되고, 자조금 거출에 대한 농가 설득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무자조금 조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과수와 같은 농산자조금은 축산자조금보다 유통과정이 다양해서 자조금 거출방식, 거출금액, 거출지점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의무자조금 단체에 가입한 농가만 자조금을 내고, 혜택은 자조금 단체에 참가하지 않은 농가까지 받게 되는 ‘무임승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의무자조금 필요성을 알고 있는 농가에도 영향을 미쳐 자조금 조성에 반감을 사게 하고 있다. 

한편, 의무자조금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 또한 자조금 조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쌀 의무자조금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의 관계자는 “다른 품목도 비슷하겠지만, 쌀의 경우 벼농사를 하는 일부 농민들은 여전히 쌀 만큼은 정부에서 책임지고 수급량 등을 조절·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무자조금 자체를 부정하고, 자조금 조성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