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무자조금③] 마늘·양파 ‘탄력’…쌀도 ‘때’가 됐다
[기획-의무자조금③] 마늘·양파 ‘탄력’…쌀도 ‘때’가 됐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4.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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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소득 보전장치 변동직불 폐지 공익직불 시행
농가들 스스로 쌀 소비촉진 나설 의무자조금 시급
수급불안 마늘·양파 추진 순조…늦어도 연내 조성

해당 품목 농가 또는 재배면적 절반 동의해야

쌀전업농만도 기준 충족…농민단체 간 이견 존재

마늘·양파 농가 교육 연장해 지지기반 다지는 중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오는 5월 공익직불제 본격 시행에 따라 쌀 의무자조금 조성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국 지자체에선 바뀐 직불제의 정확한 시행을 위해 농업경영체 정보 변경등록을 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받고 있다.

공익직불은 쌀.밭농업 조건불리직불금을 통합해 재배작물 구분없이 동일한 단가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간 쌀에 집중지원되던 직불금을 타 작물까지 확대해 지급하는 것이 새 직불제의 특징이다. 쌀목표가격과 시세 차액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제의 폐지가 큰 골자다.

이는 국민주식인 쌀에 대한 보호막을 없앤 것으로 쌀도 시장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동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 수석부회장은 “쌀 의무자조금 조성으로 쌀의 기능성에 대한 홍보를 집중 실시해 국민 인식의 대전환 및 쌀 소비촉진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격등락폭이 극심해 농가의 원성이 들끓고 있는 마늘.양파에 대한 의무자조금은 늦어도 연내 조성이 완료될 전망이다.

지난해 수확한 양파가 밭에 쌓여 있다.
지난해 수확한 양파가 밭에 쌓여 있다.

 

개방경제 시대 정부가 농산물 홍보 못해

쌀산업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쌀 의무자조금 조성이 조명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WTO(세계무역기구), FTA(자유무역협정) 등 개방경제 시대에선 정부가 쌀산업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WTO 제약에 따라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 쌀만의 우수성을 대놓고 홍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는 5월부터 공익직불제가 시행되면 쌀 농가는 그간 농가소득을 보장해 주던 변동직불제의 보호를 더 이상 받지 못한다. 농가 스스로 우리쌀 소비촉진에 나설 수 있는 의무자조금 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는 이유다.

물론 그 이전부터도 쌀 의무자조금 조성에 대한 논의는 있어왔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매해 줄고 있고 쌀 공급은 넘치는 상황이 몇 년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농업기술 및 저장기술의 발달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TRQ(의무수입물량)로 연간 40만8000톤의 쌀이 수입되고 있고 513%의 비교적 높은 관세율이 정해졌다고는 하지만 정해진 관세만 부담하면 누구나 쌀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쌀 시장 개방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간 쌀 의무자조금 조성 논의에선 농가의 동의서를 받는 문제부터가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논 감축정책과 고령화에 따라 쌀 농가 수가 줄었다고 해도 벼농사를 짓는 60만 농가에게 일일이 의향을 물어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 의무자조금 조성법은 전체 농가 수의 절반 또는 해당 작물의 전체 재배면적의 절반 이상의 동의서가 모아지면 의무자조금을 조성할 기본 여건을 마련했다고 본다. 따라서 동의를 받는 재배면적을 1~2ha 이상으로 자르거나 쌀전업농과 같은 특정 단체를 지정해 조성을 주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양동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쌀전업농만 의견일치를 봐도 재배면적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며 “쌀 농민의 위상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쌀농업의 위상정립과 쌀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무자조금 조성을 본격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의무자조금 구성 절차.
의무자조금 구성 절차.

 

벼 2ha로 가입농가 기준 논의

농식품부는 쌀 의무자조금 대상농가를 2ha 이상 벼 재배농가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2ha 이상 경영 농가는 전체 벼 재배농가의 대표성 확보는 물론 농가소득 중 벼농사를 통해 올리는 소득의 비중도 50%가 넘기 때문이다.

면적 기준에서 다른 견해를 보이는 전문가도 있다.

김응철 자조금통합지원센터장은 “1ha 이상 경영체 17만개가 전체 벼 재배면적 70만ha의 66.5%(47만ha)를 경작하고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의무자조금을 조성하면 비용을 34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의무자조금 조성과정에서 대의원 선출을 무투표 당선으로 합의하면 17억원을 추가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무자조금은 회원가입 신청서가 확보되면 의무자조금설치 및 대의원회 설립계획서를 농식품부에 제출한 후 대의원 선거를 통해 지역별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역별로 선출된 대의원들이 모여 대의원회를 열고 의무자조금 설치에 대한 찬반투표를 거쳐 임원을 선출해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면 비로소 의무자조금 조성의 막바지에 이르게 된다.

농민단체 간 의견 통합 먼저

자조금 거출방안에 대해서도 고정직불금에서 일정 비율을 걷는 방안, RPC를 통해 수매료의 일정 비율을 걷게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바 있다. 의무자조금 조성 방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정작 해결해야 할 과제는 농민단체 간 의견 통합이다. 쌀 생산자단체 중 쌀전업농을 제외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쌀생산자협회는 쌀의무자조금 조성이 정부가 전적으로 맡아서 해야 할 일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라며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쌀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의무자조금 거출로 농민에게 준조세를 물리는 꼴이 될 수 있다”며 “국민 주식인 쌀에 대해선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늘·양파, 코로나로 지연 속 순조

원예 쪽에선 마늘 양파 의무자조금 조성이 한창이다. 1000㎡이상 양파 마늘 경작자를 대상으로 의무자조금단체 회원가입 신청서를 읍면사무소에서 접수받고 있다. 재배면적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 3월에 전체의 절반 이상을 모아 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가입 농가 비율을 70%까지 확대하기 위해 가입 신청 기간을 한 달 더 늘려 잡았다. 나머지 의무자조금에 대한 이해가 채 덜 된 상태로 가입이 된 농가의 저항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강선희 정책위원장은 “의무자조금에 가입되면 동의를 안 한 농가도 휴경명령제(강제휴경)에 따라야 하고 자조금을 내야 한다”며 “의무자조금의 목적이 단순한 교육, 홍보에 있지 않고 수급조절에 있기 때문에 많은 농가들이 의무자조금의 역할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많은 농가들의 지지를 얻어야 나중에 사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최근 몇 년 동안 극심한 가격등락으로 농가 피해가 막심했던 마늘 양파는 작년부터 의무자조금 도입이 추진됐다. 지난해 7월 대통령은 마늘 양파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고 곧 9월에 농식품부의 간담회 개최를 시작으로 10월 의무자조금 설치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 지자체 담당자 교육과 34개 시군 설명회, 6개도 설명회가 한창 진행되던 중 코로나 사태가 터져 읍면 교육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진행이 더딜 뿐 마늘 양파 의무자조금 조성은 늦어도 올해 안에 완료될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는 “임의자조금단체 총회 개최와 대의원 구성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며 “현재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등 여건 때문에 의무자조금 조성이 지연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선 불확실성이 많긴 하지만 올해 안에 조성을 완료해야 하지 않겠나”고 의욕을 드러냈다.

당초 설정한 계획대로라면 오는 8월 즈음이면 조성이 완료될 걸로 가늠하고 있었다. 좀 더디게 간다고 해도 일단 의무자조금 조성이 완료되면 마늘 양파 농가들은 그간 수급조절의 불안에서 큰 해방감을 맛볼 것으로 보인다.

국산 마늘 양파는 생육호조와 수입산 영향으로 올해 가격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깐마늘 가격(kg당 3800원)은 지난해보다 30%, 평년에 견줘서도 41% 하락한 값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2020년 마늘 양파 생육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발표했다.

양파 가격은 비교적 호조세였지만 5~6월 성출하기를 앞두고 중국산이 밀려들어와 전체 시장가격을 낮추는 상황이다. 극조생종 출하가 시작되는 이 시기 수입물량이 가락시장에 대량으로 풀리며 가격폭락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올해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양파 생산면적은 18% 줄었지만 수입 양파 가격이 평년 대비 kg당 200원 낮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코로나19로 외식소비가 급감했는데 공영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 수입농산물 경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는 수입양파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