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로 쌀 급식농가 '망할 판'
개학연기로 쌀 급식농가 '망할 판'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4.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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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에만 납품 못해 본 피해 수억원
계약재배 농가 벼 매입대금 2억원 못 줘
"이대로 가다간 망한다"...정부대책 '안갯속'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거듭된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 식자재를 납품하는 친환경농업인들의 판로가 막힌 가운데 급식 쌀의 계약재배에 참여한 농가들이 대금을 못 받아 애를 태우고 있다. 

친환경쌀 학교급식 납품 농가 창고에 톤백벼가 쌓여 있다.
친환경쌀 학교급식 납품 농가 창고에 톤백벼가 쌓여 있다.

 

17일 미곡종합처리장(RPC) 및 친환경 벼 재배 농가들에 따르면, 전남의 쌀 급식납품 업체 한 곳에서만 지난해 농가에서 매입한 친환경벼 미납대금이 2억원가량에 이른다.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아니었다면 3월 개학과 함께 급식이 시작되면서 들어온 자금으로 농가들에게 벼 매입대금을 줬어야 했다. 

이 업체는 지역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전국 초.중.고등학교 약 400개교에 친환경쌀을 납품하고 있다. 

더 큰 일은 급식 쌀 납품업체들은 1년 단위로 학교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내일이라도 개학이 되면 당장 쌀 납품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아닌 일반 시장으로 쌀을 판매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친환경벼 재배농가이자 급식 쌀 납품업체 관계자는 "쌀은 저장성이 있다는 이유로 친환경농산물 팔아주기 운동 등 각종 지원에서도 뒤로 밀리고 있다"며 "3~4월 현재까지 쌀 급식을 못 대서 생긴 손해만 3~4억원가량이다. 이대로 가다간 망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못 준 벼 매입대금 때문에 농가들과 마찰이 극심했을 것"이라면서도 "농가들이 언제까지 참아주겠나, 어서 개학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5월에라도 개학이 된다면 부도 위기 등 심각한 상황까지는 피해갈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10월부터는 학교에서 햅쌀(2020년산 신곡)을 요구하기 때문에 5월 개학이 현실화되더라도 5개월치 물량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계약재배를 통해 수확한 벼는 어쨌든 농가들로부터 사 들여놔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도 약간의 지원책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공영홈쇼핑을 통한 급식 쌀 판매방송을 오는 27일경 시작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일반쌀보다 좀더 높은 친환경쌀 가격의 차액을 지원해주고 일반 시장으로 판매를 촉진하는 방안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든 개학이 되면 납품할 물량을 갖고 있어야 하는 쌀 급식업체들로선 좀더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업체는 "일반 시장으로 판매를 돌릴 수 있다면 그간 급식 쌀 외에 거래하던 업체들도 있기 때문에 금방 판매가 된다"며 "정부가 차액 보존해 줄 테니 올해 급식 쌀은 일반으로 모두 돌리라고 하지 않는 이상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개학을 기다리며 물량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가 확실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B업체도 "학교와 쌀 납품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개학이 됐다 하면 바로 납품할 물량을 갖고 있어야 해서 떨어버리지도 못한다"며 "친환경벼라 일반벼보다 한 가마에 1만원씩은 더 주고 샀으니 개학 연기로 손해를 본 게 몇 억원은 된다. 온라인 등교가 6월까지고 7월까지고 계속될지 모르는 현재로서는 모든 게 안갯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