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원장 "도매시장, 온라인 유통 물류기지 역할로 활로 찾아야"
김동환 원장 "도매시장, 온라인 유통 물류기지 역할로 활로 찾아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4.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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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거래 급증
소비자 개별 맞춤형 '다품종 소량제품' 생산.전달 필요
제한된 품목의 대량 유통...도매시장 거래방식 변화해야
경매 이외 정가수의매매.시장도매인 제도 대폭 수용을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의 가성비. 편리함 맛본 소비자들

코로나 종식 이후 온라인 거래 물결 더욱 빨라질 것

시간.공간 초월, 낮은 가격, 집앞 배송...도매시장 대응해야

'단순한 중개 기능' 머무르면 장기적으로 도태

온라인.4차산업접목 유통 혁신 도입하고

기존 시설 온라인 유통 물류기지로 활용해야

 

소비자 각각의 요구에 맞춘

다품종 소량제품 생산.전달 체계 확립 필요

생산자조직 유형도 대규모보다 소규모가 유리

산지유통조직도 교섭력 확대해 대형마트 의존 완화해야

농협, 아마존.쿠팡 또는 배달의민족과 전략적 제휴 검토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유통 분야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가운데 농산물 도매시장이 이런 온라인 유통 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도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사진>은 최근 발간된 시선집중GSnJ 제277호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온라인 거래의 물결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고 있다"며 "감염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거래가 절실하고 온라인 거래가 이 조건을 충족시키므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의 유통환경에 대해서도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거래를 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소비자는 온라인 거래에 더 익숙해지고 공급자는 편의성을 더 개선하게 되므로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 거래의 물결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유통분야에서 온라인을 통한 거래는 최근 5년간 70%나 증가했다. 시간.공간적 한계 초월과 가격경쟁력, 집앞 배송 등 가성비와 편리함을 따지는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한 때문이다.

반면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 등 전통적 유통 대기업들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점포 폐쇄 등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 등 대형마트 빅3의 점포수는 2018년 526개로 2015년 512개에서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액은 2017년까지 매년 소폭 신장했지만 2017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19년 매출액은 2015년에 견줘 1.2% 감소한 32조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내 소매업 전체 판매액은 2015년 408조원에서 15.9% 증가한 473조원이었다. 이 가운데 온라인몰.TV홈쇼핑 등 무점포 판매액은 70%나 신장한 80조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기업형 슈퍼마켓4사의 2018년 12월 총 점포 수도 1229개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국내 소매 업태별 매출액 추이(2015-2019) 주: 판매액 기준이며, 항목에 나타나지 않은 소매 업태는 면세점,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임. 자료: 통계청DB, 소매업태별 판매액, 2020 [GS&J 인스티튜트]
 [GS&J 인스티튜트]
소매업태별 판매액 지수 장기 추이
소매업태별 판매액 지수 장기 추이  [GS&J 인스티튜트]

 

최근 대형마트 업계는 영업 부진에 대응해 적자 점포 정리뿐 아니라 영업시간 단축, 자체 PB(Private Brand) 상품 확대 등을 도모하는 한편 온라인 사업 전담 법인 설립에 나서 온라인 쇼핑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김동환 원장은 이와 관련, 차별화된 제품과 분산된 시장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소비자 각각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가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에 와 있다”며 “이를 위해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므로 온라인 거래가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다품종 소량제품'의 생산 및 전달 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품종 소량 물량을 기동력 있게 배송하는 것이 온라인 유통이므로 제한된 품목을 대량으로 유통하는 도매시장의 거래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래제도 측면에서는 경매 이외에 정가 수의매매, 시장도매인 등 다양한 거래제도를 대폭 수용해야 하고, 중도매인·도매시장법인 등 시장참여자들도 규모화를 꾀하는 등 구조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도매시장 내 거래의 경직성이 해소되고 상인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도매시장은 온라인 유통의 물류기지라는 새 역할로 장기적 생존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이같은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산지 유통조직도 교섭력을 확대해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의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출과 손익이 악화한 대형유통업체들이 납품가 인하, 덤 제공 요구 등 과거보다 산지를 더 압박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농협 등 생산자조직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생산자조직 유형도 통합마케팅조직 등 대규모 조직보다 소규모 조직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어 다양한 규모의 생산자조직을 육성할 필요가 있고 출하체계도 온라인 유통에 적합하게 변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한 방법론에선 ▲농협, 영농법인 등의 자사 온라인몰 운영 ▲농협중앙회의 아마존, 쿠팡과 같은 유력 온라인 업체, 또는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제시했다. 또 농협경제지주가 온라인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도매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안성 물류센터 및 전국에 산재한 16개의 종합유통센터를 온라인 물류기지로 활용하는 등 기존 인프라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온라인 유통은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초월하고 유통비용을 절감해 가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며 "농산물 도매시장도 단순한 중개 기능에 머물고 있으면 장기적으로는 도태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유통 및 리테일 테크(유통사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것)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기존 시설은 온라인 유통의 물류기지 등 새 역할을 담당하는 등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