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도 국립식량과학원 작물환경과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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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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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논' 기초체력…볏짚이 보약이다”

 

1800년 전후로 영국에서 제1차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농업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전까지는 삼포식농법이라 하여 영농이후 휴경을 하면서 토양의 지력을 유지하였는데 윤작법이 도입되면서 연작장해가 줄어들고 부산물이 환원되면서 땅심이 유지되어 2모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작물생산량 증대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작물 생육의 기본 배지인 토양의 지력 즉 비옥도가 유지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농경지의 비옥도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유기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논에서는 오래전부터 볏짚이 그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볏짚 72% 조사료 이용

그러나 우리나라 논토양의 약 51%는 유기물함량이 논토양 관리기준인 25g/kg이하로 밭이나 시설재배지보다 유기물의 함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가축분뇨의 자원화 증대와 유기질비료의 지원확대가 지력증진에 다소 긍정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약 83만 ha에 이르는 벼 재배 논에는 볏짚의 환원에 의한 유기물 순환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논으로 되돌려지는 볏짚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00년 50%, 2002년 57% 정도의 볏짚이 각각 논에 되돌려졌지만 2005년 40%, 2008년 22%이하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농식품부의 보고에 의하면 2013년 생산된 볏짚의 72%가 가축의 조사료로 사용되었으며 단지 21%만이 논으로 되돌려졌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생산된 볏짚의 90% 이상이 조사료로 수거된 곳도 드물지 않았다. 이렇게 볏짚이 논으로 되돌려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사료로 사용되는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기 때문이다.

벼 뿌리량 25%, 규산흡수율 5배 ↑

볏짚을 논에 환원하면 이미 알려진 것처럼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먼저, 토양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인 물리성이 좋아진다. 볏짚의 주요 구성성분을 보면 셀룰로오스가 약 36%, 리그닌 20%, 펜토산 22%을 비롯하여 조단백, 회분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런 볏짚이 토양에 환원되면 토양이 숨 쉴 수 있는 공간 즉, 공극률을 증대시켜 토양의 통기성을 좋게하므로 벼 뿌리의 호흡을 촉진할 뿐 아니라, 토양 부피대비 무게비를 나타내는 용적밀도(Bulk Density)가 감소하여 작물이 자라기에 좋은 토양이 된다.

또한, 볏짚에서 공급된 유기물은 분해되면서 토양입단 형성을 증진하여 토양의 보수력과 보비력을 증대시키므로 벼의 생육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41년간 볏짚을 연용한 논에서 조사한 결과 벼 뿌리의 양이 볏짚을 수거하고 화학비료만 준 논에서는 1122kg/ha 인데 비해 볏짚을 함께 준 논에서는 1406kg/ha로 25% 이상 증가하였으며, 뿌리의 전체길이도 28% 증가하여 볏짚을 시용할 경우 벼 뿌리생육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300평의 논에서 생산되는 볏짚은 약 600kg 정도인데 이러한 볏짚에는 유기물 174㎏, 질소 4.2㎏, 인산 5.8㎏, 규산 78㎏ 등이 포함되어 있는 셈이므로 물리적인 효과외애도 작물생산을 위한 양분공급원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비료성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볏짚에는 약 10~13%정도의 규산이 함유되어 있는데, 볏짚으로부터 공급되는 규산은 개량제로 시용되는 규산질비료보다 흡수율이 5배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볏짚이 환원된 논은 규산성분의 흡수율이 높아 수광효율 향상으로 광합성이 증대되고, 도복저항성도 증대되며 각종 병해충에도 잘 견디어 건전한 벼 생육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친환경재배나 유기농재배에는 볏짚의 환원이 거의 필수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량 증가, 논토양 완충기능 증대

논에 공급된 볏짚과 같은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생성된 부식입자들은 토양의 급격한 pH변화를 줄여주며 다른 양분들의 급격한 공급이나 결핍에 대한 반응을 완화시키므로 작물재배에 보다 안정적인 토양의 완충기능도 증대된다.

이러한 완충기능은 이상기후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재의 영농여건을 감안해 볼 때 쌀의 안정적인 생산에도 유리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고품질 쌀의 생산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미량원소도 공급이 필요한데 비료로 공급하지 못하는 미량원소 중 볏짚을 환원하게 되면 쌀 생산에 필요한 미량원소들이 볏짚이 분해되면서 다시 흡수되므로 쌀 생산에 필요한 최적의 미량원소의 공급에도 유용한 점도 있다.

볏짚을 4년 정도 시용하게 되면 토양 유기물이 23g/kg에서 26.1g/kg로 증가하고 규산함량도 81mg/kg에서 99mg/kg으로 증가한다.

또한 볏짚을 3년간 시용하지 않으면 쌀 수량이 1.6%밖에 감소하지 않지만 9년째에는 6.3%, 21년동안 시용하지 않으면 11.9%까지 수량이 감소하게되어 볏짚이 쌀 수량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

뿐만 아니라 볏짚을 공급하게되면 수거한 논에서 생산된 쌀에 비해 완전미 수량이 3.5% 정도 증가하게 되므로 고픔질 쌀 생산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2년 90% 분해…2년마다 환원

볏짚을 논에 환원하면 토성이나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년에 42~70% 정도 분해가 되며, 2년이 되면 거의 90%정도 분해된다. 따라서 논토양의 지속적인 지력유지를 위해 볏짚은 매년 환원하면 좋겠지만, 적어도 90%정도가 분해되는 2년마다 환원하는 것이 양분관리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또 볏짚을 환원할 경우는 일반적인 얕은 로타리보다는 15cm 이상의 경운을 해주는 것이 부숙지연에 따른 농작업의 편리성 증진뿐 아니라 경작 층을 깊게 하고 완충기능도 중대되어 벼 뿌리의 생육을 좋게 하여 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토양에 환원된 유기물의 분해정도를 가름할 수 있는 탄질율(탄소와 질소의 비율)은 볏짚에서는 보통 60~70정도이다. 일반적으로 탄질율이 20이나 그 이하면 헤어리베치처럼 토양에서 쉽게 분해되어 작물에 바로 이용되는 양분으로 활용된다.

그러므로 탄질율이 높은 볏짚을 시용할 때는 볏짚만으로 벼 재배를 위한 모든 양분을 대체하기는 어렵고 일반적으로 화학비료와 함께 시용을 해야 벼 재배초기의 질소기아현상도 극복하고 볏짚의 분해를 촉진시켜 벼의 생육에 필요한 양분의 균형을 적절하게 지속적으로 맞추어 줄 수 있다.

볏짚, 토양 질 향상 연구 필요

논토양 지력저하에 의한 병해충 피해로는 양분결핍에 의한 깨씨무늬병 발병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벼의 주요 병해충 발생과 볏짚과의 관계구명에 대해서는 뚜렷이 조사되거나 밝혀진 바가 없다.

볏짚을 오랫동안 시용한 농가에서는 볏짚으로부터 공급되는 규산의 흡수증가나 토양물리성의 향상 등으로 작물이 튼튼하게 자라 도복 및 병해충에 강하며 특히 가뭄, 일조부족 등 이상기상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생육과 수량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 보다 명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구체적인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볏짚에서 분해된 유기물이 토양양분의 활용을 좌우하는 점토광물과의 결합이나 양분유효도에 미치는 영향 등 볏짚이 토양의 질 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볏짚을 수거한 논에 대해서는 녹비작물을 우선적으로 재배하거나, 잘 발효된 양질의 가축분뇨 퇴․액비 시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지력유지를 위해 필요한 대안이다.

쌀 안정생산, 볏짚 되돌리기부터

정부에서는 올해 82만ha의 논에 벼를 재배하여 415만톤의 쌀을 생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쌀 안정생산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중 RPC 계약재배 약정 및 수매시 볏짚환원을 유도하고 농협과 기술센터를 통해 볏짚시용 효과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 종료예정인 쌀 관세화 유예에 대비해서도 우리 쌀의 고품질화가 더욱 절실하다. 지금은 무엇보다 우선하여 고품질 쌀의 지속적 생산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토양의 땅심을 유지하기 위한 볏짚환원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