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쌀 수출 어디까지 왔나?②] 늘어나는 쌀 수출 단발적 증대 아닌 지속적 연계 필요
[기획-쌀 수출 어디까지 왔나?②] 늘어나는 쌀 수출 단발적 증대 아닌 지속적 연계 필요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4.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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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맞추려면 보조금 필수…정부 직접 보전 감소
가격 경쟁력 열위…기능성·프리미엄 제고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각 지역의 대표 브랜드 쌀이 수출 길에 오르고 있다. 전남 해남의 한 영농조합법인은 올해 총 80톤의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기로 계약한 상태이고, 전남 강진에서 생산된 새청무쌀은 말레이시아로 올해 90톤이 수출될 예정이다. 

2007년 이후로 국내 쌀 수출이 이뤄지면서 시·군 지역에서 자체적인 쌀 수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기 여주, 전북 익산 등은 올해 첫 수출을 기록해 앞으로 쌀 수출을 늘려나갈 예정이며, 경북 상주 등에선 이미 5년 이상 국내 쌀을 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올해는 특히 쌀 수출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수출을 막는 여러 애로사항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물류비 지원 감축 골칫거리

전국 각지에서 쌀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출 단가를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시중 쌀보다 수출되어 나가는 쌀의 가격이 더 낮아 생산업체와 수출업체 간 단가 조율이 쉽지 않다. 수출업체에서는 조금 더 낮은 가격에 수출을 진행하고자 하지만, 생산자 입장에선 국내 시중 가격만큼은 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 차이를 보전해주기 위해 지자체에선 각종 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다. 포장비, 물류비 등을 지원하여 단가 차이를 보전해주고 있는데, 보조금을 받아 단가를 맞추는 것 외에는 가격 차이를 좁힐 길이 없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선 수출 지원을 위한 보조금이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군 관계자는 “올해 강진군에선 민관 협업으로 쌀을 수출하게 됐는데, 수출 장려와 반대로 물류비 등 지원금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간접 보전으로 전환 불가피

수출물류비 등 수출과 관련된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출범 당시 농업 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수입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국내 농가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 WTO 개도국 지위를 기반으로 국내 농산물 시장을 고율 관세로 보호하고 농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2015년 우루과이라운드 후속으로 이어진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에서 수출보조금 지원이 폐지되면서 선진국은 모든 농산물 수출보조금을 2015년 즉시, 개발도상국은 2018년까지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도국의 어려움을 반영해 수출보조금 중 수출마케팅비와 물류비 보조는 2023년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류비 보조를 2024년에 전면 폐지해야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사업처 관계자는 “수출물류비 지원 비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는 WTO 협상에 의해 직접 보전 형태로 이루어지던 수출물류비 지원 사업을 2024년까지 폐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면서 “현재는 사업 폐지를 앞두고 단계적으로 사업 규모를 감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라 직접 보전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에선 간접 보전의 지원 형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수출 품목별 통합 조직을 육성해 이 조직에서 생산·가공·유통에 쓰는 예산 일부를 지원해주는 형태로 수출물류비 지원을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해남군 수출쌀 재배단지에서 생산된 친환경 가바쌀이 지난달 23일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가격 경쟁력 확보…고품질 전략 필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국가별 쌀 수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쌀 수출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나라는 미국으로 495톤에 이른다.

미국으로 수출된 쌀은 주로 한인 마트 등 교민 시장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는데, 현지시장에선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단립종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해 가격 경쟁력이 낮은 상황이다. 미국으로 쌀을 수출하는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쌀보다 국내산 쌀은 가격이 3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 수출의 경우 캘리포니아 저가미에 비해 2~3배가량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국 쌀’에 대한 단발성 구매에 그칠 수 있으며, 이는 지속적인 판매에도 애로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국산 고품질 쌀’이라는 프리미엄 판매전략으로 수출량 확대와 현지 판매량 증가를 노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2017년 aT에서 발표한 쌀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소비되는 고시히카리 등 일본산 쌀은 고급제품으로 차별화되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량이 많은 편이다. 또 국내 가바(GABA)쌀은 미국 내에서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는데, 가바쌀은 기능성 아미노산인 가바 함유량이 일반 쌀보다 8배 이상 높게 포함된 고품질 쌀로서 현지에서 일반 쌀보다 3배 정도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기능성 쌀은 2018년 경북 의성을 비롯해 올해 전남 해남에서까지 미국으로 인기리에 수출된 바 있다.

일회성 수출 넘어 지속성 가져야

국내 쌀은 2007년 미국 수출에서 시작해 미국 내 마트에서 교민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다. 이후 aT와 한국쌀수출협의회, 수출업체의 지속적인 홍보 및 마케팅으로 수출량이 늘었으며, 수출국은 영국, 독일, 러시아 등으로 확대됐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요 식량 수출국인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 쌀 수출을 줄이거나 중단했는데 이에 미국, 호주, 홍콩, 유럽 등에서 한국쌀 수입 요청 문의가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사재기 현상’ 또한 쌀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전북 익산에서 생산된 새일미 품종의 쌀은 올해 홍콩으로 처음 수출됐는데, 시 관계자는 “수출한 쌀에 대한 홍콩 현지 반응이 좋아 수출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을 통한 식량 구매가 늘어나 수출량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2018년 호주, 홍콩, 네덜란드 등에 357톤의 쌀을 수출한 데 이어 지난해 호주, 말레이시아, 이라크 등에 343톤의 쌀을 수출한 충남도는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보호주의가 강화되는데도 오히려 쌀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쌀 수출은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로 늘어나고 있는 경향을 보이지만, 상황이 종결됐을 때 단발성 거래로 단절되지 않도록 현재의 흐름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충남의 한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장세가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산 쌀의 수출량은 늘어나고 있고, 쌀을 수출하는 중간 업체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 따라 ‘반짝’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을 높이거나 수출 단가를 적정선에서 유지해 지속적인 수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각 지자체에서는 수출 확대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5년 연속 러시아와 미국 등으로 수출을 진행한 전남 장성은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쌀 수출 생산단지 시범사업’을 유치해 체계적인 재배 매뉴얼과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조성했다. 전남 해남에서도 농업기술센터와 농진청의 기술 지도를 받아 수출쌀 전문재배단지를 조성한 바 있다. 충남도는 쌀 수출 기반이 되는 RPC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동시에 벼 건조저장시설 지원 등을 강화해 쌀 수출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