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또다시 고개 드는 물관리 일원화③] 물관리일원화 추진 2년…농업계 반응 시큰둥
[기획-또다시 고개 드는 물관리 일원화③] 물관리일원화 추진 2년…농업계 반응 시큰둥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5.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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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 3법으로 효율적 통합물관리 추진
농업용수 관리체계, 농민단체와 협의 필요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2017년 5월 정부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수량·수질, 재해 예방이 하나의 일관된 체계에서 결정되고 균형 잡힐 수 있도록 물관리 부서를 환경부로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여년 동안 여러 정부에서 ‘물관리일원화’를 시도했으나 부처와 국회, 지자체 등에서 의견이 나뉘어 좀처럼 갈등을 좁히지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통합물관리가 본궤도에 올라섰다. 이후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고, 시행 1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농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농업용수’의 통합물관리 참여 여부는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통합물관리 정책 본격화

‘물관리일원화’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나눠서 담당하던 물 관련 업무를 일괄적으로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물관리는 크게 수량, 수질, 수재해 분야로 구분되는데, 그동안 수량은 국토교통부에서, 수질은 환경부에서 나누어 관리했다. 다수의 부처가 물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통합적인 물관리 정책 부재, 물관리 사업 간 연계성 부족 및 사업 중복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업의 비효율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피해, 녹조 발생 및 하천 생태계 변화 등 물관리 현안이 증가하고, 수자원의 개발·이용 등과 관련한 물 분쟁이 지속해서 발생하면서 합리적인 해결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정부는 수량관리와 수질관리로 나눠진 정부의 물관리 조직체계를 통합하고, 물의 안정적인 확보, 깨끗한 먹는 물 공급, 가뭄·홍수 같은 재해의 예방 등을 이루며, 국가 수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통합물관리 정책 본격화에 나섰다. 

물관리기본법 시행 1년차

국가 물관리 체계 일원화를 위한 물관리기본법 제정은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나 관계부처와 국회, 지자체, 학계 등에서 합의를 거치지 못하고 지연되거나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법안 제정이 탄력받기 시작했고, 2018년 5월 28일 국회 여·야의 합의를 거쳐 ‘정부조직법’, ‘물관리기본법’,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물산업진흥법)’ 등 물관리일원화 관련 법령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정부는 물관리일원화를 완료하게 됐다.

3법 중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서 국토부의 ‘수자원의 보전·이용 및 개발’에 관한 사무가 환경부로 이관되고, 수자원 관련 법률도 환경부가 담당하게 됐다.

또한, 물관리기본법은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 확립을 위해 물관리의 기본이념 및 원칙, 국가·유역 물관리위원회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물의 공공성, 건전한 물순환, 유역별 관리, 통합물관리, 물의 사용 허가, 비용부담 등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더불어 물관리에 관한 중요 사항의 심의·의결을 위해 국가 및 유역 물관리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

지난해 6월 물관리기본법은 본격적인 시행을 알렸고, 제정 1주년을 맞이했다. 이후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물관리위원회가 구성됐는데, 지난해 8, 9월에 각각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했으며, 환경부장관은 10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장 및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위원장과 협의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됐다. 

물관리일원화 정책 시행 과정

농업용수, 누가 관리하나

물 부족 문제, 수질관리의 어려움, 지역 간 물 분쟁 등을 해결하고,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한 물관리일원화 정책에는 애초부터 농업용수가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국가 수자원 전체 이용량(372억㎥) 중 농업용수의 사용비율은 40.9%(152억㎥)로, 농업용수도 통합물관리 정책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2018년 12월,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관리일원화의 정책 효과 달성 및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해 기존 댐을 대상으로 수량, 수질, 수생태를 포괄하는 체계적인 댐관리가 필요함에 따라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댐건설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댐건설법에는 농업용댐의 총저수용량이 500만㎥ 이상이거나 미만이더라도 환경부 장관의 관리하에 두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 내용이 농업계에 큰 논란과 우려를 가져왔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농업용수가 생활·공업 용수보다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농업용 저수지 등 저수지 관리체계가 중복돼 부처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성명서에서 “댐건설법은 한국농어촌공사와 시군에서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지 1만7000여 개소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댐을 환경부가 입맛에 따라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라며, “기존에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으므로 관련 법률 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관리체계를 두고 갈등과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 법안에 대한 상정이 이뤄졌으나, 농민단체의 강한 반대의견과 농민단체와의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처리가 보류됐다. 농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환경부가 농민단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한 뒤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환경부는 댐건설법 개정안의 내용은 댐 관리 부처 간 공동으로 수립한 댐관리기본계획 하에서 댐 관리 주체는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관리 주체가 농식품부, 농어촌공사에서 수자원공사로 이전되는 사항은 아니라고 말했다. 

수세 부활 우려까지

정부주도의 물관리일원화가 본격 추진된 지 2년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20년이 지난 농업용수 이용료(수세)의 부과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물관리기본법에 따르면,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고(제16조), 물을 사용할 경우 그 물관리에 드는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는 것을 원칙(제17조)으로 하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그동안 비용이 면제됐던 농업용수에 대한 이용료가 부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1917년부터 농민들을 괴롭혔던 농업용수 이용료(수세)는 지난 2000년, 83년 만에 폐지됐다. 1987년 전남 나주에서는 농민 1만여명이 집결한 수세거부운동이 일어났으며, 이후에도 부당한 수세제도에 대한 투쟁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을 정도로 농민들에게 농업용수 이용료는 큰 부담이자 민감한 문제였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의 물관리일원화 정책으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농업용수에 대한 사용료 부과가 장기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는데, 수세의 부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농업용수를 결코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가뭄이나 폭염 등 자연재해가 심각해지고 있고, 노후화된 수로로 인한 유실수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영농 현장에서는 농업용수 부족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 지금은 수세 징수를 거론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먼저 해결하고 농업용수를 사용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