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또다시 고개 드는 물관리 일원화①] 물관리기본법 1년, 환경부 ‘물관리 분야 업무계획’ 발표
[기획-또다시 고개 드는 물관리 일원화①] 물관리기본법 1년, 환경부 ‘물관리 분야 업무계획’ 발표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5.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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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체계 중복·농업용수 후순위 배치 우려·수세도 검토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통합물관리 체제의 바탕인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가온다. 법이 시행되며 앞으로의 물관리 체제는 기능별 용수의 수질·수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을 예고했다.
물관리일원화와 통합물관리 체제 구축은 수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각 부처가 서로 다른 목표와 방법으로 물관리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책이 중복되거나 예산에 낭비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수자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는 반가운 일이지만 물관리일원화로 인해 농업계는 ‘농업용수 공급’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환경부 정책 방향 ‘통합물관리 체제 정착’

정부는 2018년 6월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곧바로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도 각각 지난해 출범시켰다.

개정안이 공포된 정부조직법엔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보전·이용 및 개발’에 관한 사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수자원법’, ‘댐건설법’, ‘지하수법’, ‘천수구역법’, ‘한국수자원공사법’ 등 수자원과 관련된 5개 법률도 환경부로 이관됐다. ‘하천법’, ‘하천편입토지보상법’ 등 2개 법률은 국토교통부에 남아있지만 하천법 상 ▲하천수사용 허가 ▲하천유지유량 결정 ▲댐·보 연계 운영 ▲하천수 사용·관리 ▲하천수 분쟁조정 등 수량과 관련된 기능은 환경부가 맡게 됐다.

물관리기본법은 물관리 기본원칙 및 이념,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 설치·운영,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및 유역물관리종합계획 수립 근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농어촌용수의 경우 시행을 앞둔 지난 물관리기본법에 해당되지 않았으니 장기적인 통합물관리 체계에 대응해 수리권 보장과 사용 징수료 여부, 물관리위원회 참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 가운데 물관리 통합담당 부처인 환경부는 올해 주요업무 계획에 ‘통합물관리 체제 정착’이라는 정책방향을 수립했다. 

이번 업무계획은 환경부 물통합정책국, 물환경정책국, 수자원정책국이 수질·수량·수생태 분야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마련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건강한 물’을 목표로 한 이번 업무계획은 ‘3대 국민 체감 핵심과제’와 ‘5대 정책 방향’으로 나뉜다.

환경부는 3대 국민 체감 핵심과제로 ▲유역별 통합물관리 ▲물관리 혁신으로 깨끗한 수돗물 공급 ▲물 분야 친환경 에너지 육성 등을 내놨다.

5대 정책 방향으로는 ▲통합물관리 체계 정착 ▲지천부터 하구까지 건강한 물 환경 조성 ▲지속가능한 물 이용 보장 ▲물 재난 대응체계 구축 ▲녹색전환을 위한 새로운 물 가치 창출 등이 제시됐다.

농업계가 눈여겨 봐야 하는 대목은 ‘통합물관리 체계 정착’이다. 환경부의 방향은 국가 물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분산된 물 관련 법과 계획을 모아 체계화하는 것이다.

또한 수질·수량통합 측정망을 구축하는 한편 물 정보를 한 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물 분쟁 발생 시 물관리위원회 분쟁 조정 절차를 소송 전에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라는 게 환경부의 계획이다.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지난해에는 물관리기본법 시행, 물관리위원회 출범으로 통합물관리 정책 추진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올해는 물관리 일원화의 구체적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물관리 분야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물관리 일원화…농업계 일괄되게 반대

이 가운데 지난 20대 국회에서 ‘댐건설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의 결과 ‘보류’돼 염려했던 한 고비는 넘긴 바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댐관리법 적용대상에 농업용 댐이 추가된다는 것이 핵심으로, 개정안대로라면 총저수량 500만㎥이상인 농업용 댐과 500㎥ 미만이더라도 다른 하천시설과 유기적인 연계 등을 위해 환경부 장관이 고시로 정하는 농업용 댐 등이 포함된다.

당시 환노위에서 진행된 심의에서 ▲댐 건설법 개정안 및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협의 수정대안 문제점 ▲농민단체에서 농업용저수지 포함에 대한 반대의견 ▲농민단체와의 협의 등의 이유로 임이자 의원, 김동철 의원이 반대했다.

만약 농업용저수지가 개별법인 댐관리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면 농업용저수지 운영·관리 체계의 중복 우려는 다분하다. 환경부 주관으로 별도 운영계획을 수립해 관리할 경우 부처간 업무중복, 규제중첩, 예산낭비 등의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농업계 관계자는 “농업용 저수지가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 기능을 해야 하는데 지장이 생길 경우 농업 피해는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 상정 당시 농민단체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다며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터라 환경부와 농민단체와의 협의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 쌀 전업농은 “정책 시행에 앞서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은 당연한 절차인데 그걸 하지 않아다는 것은 농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농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주려면 먼저 농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용수 후순위 밀릴까 우려…현행 유지 촉구

지난해 물관리기본법 시행 이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은 통합물관리 체제에서도 현행 농업용수 관리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농연은 성명서를 통해 “물관리기본법 시행과 농업용저수지 관리의 환경부 이관 등이 맞물리며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영농철 농업용수의 적정한 확보와 원활한 공급을 위해 물관리기본법 시행 후에도 현행의 농업용수 관리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한농연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물관리기본법이 농업용수를 포함하기 위한 기본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가장 우려하는 건 제 때에 농업용수가 공급될 수 있냐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농업인은 농업용수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관행수리권을 보장받아 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각자 필요한 곳에 이용할 수 있었다. 물 관련 분쟁에 있어서도 농업용수가 우세였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게 문제가 될 거라는 거다”며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중심으로 가면 농업용수는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겠냐”는 우려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