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식량안보③] 팔 곳 없는 보리…생산기반 붕괴 우려
[기획-식량안보③] 팔 곳 없는 보리…생산기반 붕괴 우려
  • 유은영 기자 김흥중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5.2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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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수매제 부활로 국산보리 명맥 유지해야
국산밀도 공급과잉 조치로 2019년 수매 재시행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올해 보리 생산량이 심상찮다. 4월 이상저온현상에 따른 피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공급과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수확하는 보리의 예상 생산량은 16만톤. 이런 공급과잉 현상은 2018년부터 내리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 농가가 지난해 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한 농가가 지난해 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한해 국내에서 소비되는 보리 물량은 농협이 주정용(3만5000톤), 맥주용(1만2000톤), 음료용 등으로 공급하는 계약재배물량 5만톤과 민간에서 가공용 및 식용으로 사용하는 7만톤을 합한 12만톤이다.

정부수매제를 폐지한 2012년부터 보리 생산량은 수요량에 못 미쳤으나 2018년 15만1000톤을 생산한 이후로 2019년에 이어 올해도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가와 유통업계에서는 보리수매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량수급에 대한 국제적 불안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보리수매제 부활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올해 16만톤 예상…3년째 과잉

2019년 보리 생산량은 20만3톤으로 2018년 15만1401톤보다 32.1%나 증가했다. 보리는 대표적인 이모작 작물로 전남북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며 벼 수확이 끝난 11월부터 파종해 이듬해 6월 수확한다. 지난해 재배면적은 전년 파종기에 잦은 강수로 전년의 4만7237ha보다 7.4% 감소한 4만3720ha였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상여건 호조로 10a당 생산량이 42.4% 늘어 전년보다 4만8602톤이 더 생산됐다.

최근 2년간 공급물량이 넘친 이유로는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 호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도별 보리 생산량은 2015년 11만1000톤(재배면적 3만4000ha), 2016년 10만8000톤(3만7000ha), 2017년 11만톤(2만9000ha)으로 한해 소비량을 계속 밑돌다가 2018년 15만1000톤(4만7000ha)으로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 공급이 과잉된 이후 2019년에 이어 올해까지 3년째 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자료=통계청]

 

주류업계도 전년 재고로 수매 난색

보리 수매제는 1948~2012년까지 시행됐다. 2011년 농협은 한국주류산업협회와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5만톤 정도를 주정용으로 공급함으로써 국내 보리산업의 기반을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계약물량을 초과하는 잉여 생산량의 공급처를 찾지 못하면 종내는 국산 보리산업 붕괴가 우려된다.

2018~2019년 잉여물량은 농협이 특별 수매로 사들였다. 보리가 주로 주정용으로 쓰이는 까닭에 농협이 사들인 물량은 거의 한국주류산업협회에 판매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협회의 구매 희망가격과 농가의 요구 가격 사이 차액을 보전해 협회가 계약 외 물량을 더 사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2023년까지 쓸 물량을 확보한 협회로선 2020년산 잉여물량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올초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이 불황을 겪은 가운데 주정용 보리 재고 처리도 부진한 상황이다. 농협도 지난해 파종기 2020년산 보리부터 계약된 물량만 수매한다고 못을 박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1984년 폐지했던 밀 수매제를 지난해부터 다시 시행하고 있다. 국산밀 자급기반 확충을 위한 조치로 지난 2~3년새 밀 생산물량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며 “밀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보리 역시 식량안보 차원에서 정부수매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 ‘식량무기화’ 대비해 제2곡물 공공비축해야

정부는 2018년 ‘밀 산업 중장기 발전대책(2018~2022)’을 통해 1984년 폐지했던 밀 수매비축제를 35년만에 재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9년 1만톤 수준의 밀 수매에 100억원이 투입됐다.

밀 수매제가 본격 시행에 이르게 된 것은 밀 생산량의 과잉 때문이다. 국산 밀 역시 가격경쟁력과 마땅한 수요처가 없다는 점이 보리와 비슷하다. (사)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10월 당시 밀 재고 규모는 약 1만8000톤. 국산밀 수매단체인 생협, ㈜밀다원, ㈜우리밀 등도 전년 재고를 처분하지 못해 더 이상의 수매계약을 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팔 곳을 잃은 농가들도 가을밀 파종을 엄두 내지 못하자 국산밀 생산기반의 붕괴 우려까지 나오는 판이었다. 정부는 국산밀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조치로 100억원의 국산밀 수매·비축 예산을 편성하고 정부수매제를 부활시켰다.

전남 영광의 보리농가는 “보리생산이 늘고 있지만 팔 곳이 없으면 농가는 보리재배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국산보리의 자급기반이 없어진다. 더욱이 식용보리는 시장자율에 맡기면 자립경쟁력이 없어 도태된다”며 정부수매제 시행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 농가는 “현재도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돌고 있지만 국제적인 위기 때 각 나라들이 가장 먼저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 곡물”이라며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처럼 다른 곡물도 공공비축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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