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관 (사)한국쌀전업농해남군연합회장 “무조건 생산감축은 안돼…곡물자급률 향상에 목적 둬야”
[인터뷰] 이승관 (사)한국쌀전업농해남군연합회장 “무조건 생산감축은 안돼…곡물자급률 향상에 목적 둬야”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0.05.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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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풍년에 보리 물량 넘치지만 판로는 없어
썩히거나 폐기할 판, 농협수매만으로는 한계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전국적으로 보리가 풍년이지만, 정작 수확된 보리의 판로가 확보되지 못해 보리 생산 농가들이 정부 보리수매제 재도입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현재 해남 지역 보리 재배농가 창고에 판로를 찾지 못해 남은 물량만 40kg 포대로 6만개 이상입니다. 여기에 창고 보관비용 등을 고려하면 보리로 인한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요. 보리농가와 보리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보리 가격 안정과 더불어 농가의 안정적인 수취가 확보를 위해 정부 보리수매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리농사를 이모작으로 겸하고 있는 이승관 (사)한국쌀전업농해남군연합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을 만나 현재 농가의 큰 근심거리인 보리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현재 해남군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생산되는 보리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보리의 경우 지난 2012년과 2013년 10만톤 이하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듯하다가 2014년부터 꾸준히 생산량이 증가해 전국적으로 생산되는 양을 단순 계산해도 대략 연평균 13만톤 수준에 이른다. 이 많은 물량이 현재 처리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결국 재고는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보리 생산 농가의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와 생산 불균형의 문제인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보리는 맥주보리다. 맥주보리는 대부분이 맥주 원료로 사용된다. 지역 농협에서 주류업체, 음료업체 등과 매년 판매물량을 계약하고 계약 물량에 따라 지자체 농협 수매 물량을 배정한다. 하지만 수매물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해당 지역 농협에서 최대한 많은 양을 수매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양이 생산량을 소화하지 못하니 결국 판로를 찾지 못하는 농가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넘기는 상황이다. 결국 악순환이 지속된다.

-농협 수매량이 적다는 것이 문제인가.
현재 해남군의 경우 농협에서 40kg 기준 맥주보리는 192개, 쌀보리는 765개 정도 수매를 해주었다. 그래도 남는 물량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보리 재고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량이 남으니 결국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매 단가를 보면 3만원에서 3만3000원 사이인데 10년 전 가격이다. 결국 농가는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수매제 도입이 시급한가.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 자급률은 거의 미비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낮은 곡물자급률이 차후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조건 생산량을 줄여서 수급을 맞추라는 것은 당장 문제만 해결하자는 안일한 태도이다.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산업을 활성화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고 우선적으로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정부 주도의 수매를 진행해 가격 안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등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의 곡물시장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서 아직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주도의 정책 실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