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PLS 1년을 되돌아 본다②]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산 피해…여전히 적발되는 프로사이미돈
[특집-PLS 1년을 되돌아 본다②]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산 피해…여전히 적발되는 프로사이미돈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5.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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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기·무인항공기 방제, 비산 위험성 높여
광역방제기 사용 전 인근 농가 공지 필요
비산방제기 살포 농약 비산 저감 매뉴얼 배포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는 농산물별로 국내·외 등록된 농약에 대해 잔류허용기준을 설정·관리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농약 사용의 기준을 강화해 농약의 오남용을 막고, 허용 등록되지 않은 농약도 효과가 나타나면 사용했던 관행을 막아 국산 농산물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전부터 등록 농약 수의 부족, 비산 같은 비의도적 오염 발생 등 문제점이 줄곧 제기돼왔다.

 

지난해 1월 PLS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제도 도입 이후 발생할 문제로 지적됐던 ‘농약 비산’에 의한 피해사례가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국내·외 농산물의 먹거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작물별 농약 잔류기준을 설정해 왔으나, 다양한 농약이 개발되어 현장 사용이 늘어나면서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농약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기준이 요구됐다.

이에 식약처에서는 한 작물에 허용된 농약 이외의 물질은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산물은 불검출 수준의 일률기준(0.01ppm)을 적용하는 PLS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농약 사용의 안전관리 기준은 강화됐지만, 농약 비산 등 비의도적 농약 오염으로 인한 농업인의 피해 우려가 뒤따랐다.

프로사이미돈, 2019년 부적합 농약 중 43% 차지

모든 농작물에 농약 잔류허용기준 강화(PLS) 제도가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프로미사이돈이 부적합 검출은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사이미돈은 잿빛곰팡이병, 잎마름병, 탄저병 등을 방제하기 위한 살균제로 베라, 백합, 고추, 고추(단고추류 포함), 딸기, 수박, 오이, 토마토, 부추, 복숭아, 포도, 잔디 등 12개 작물에만 사용하도록 등록돼 있어 그 외 작물에는 사용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일부 농가에서 참나물, 근대, 시금치 등에서 여전히 프로사이미돈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프로사이미돈 부적합은 45건으로 전체 부적합의 43%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던 농약이다. 지난해에는 미리 사둔 프로사이미돈을 엽채류 재배농가들이 사용하다가 부적합이 많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해명이었다.

이에 2019년에는 프로사이미돈 미개봉 제품을 정부부처와 작물보호협회,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교환해주는 행사까지 열었지만, 여전히 일부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고 부적합으로 적발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월까지 프로사이미돈 검출 부적합은 23건으로 올해 부적합 건수의 26%를 차지하고 있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프로사이미돈을 사용하다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면 농가들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농진청은 프로사이미돈 부적합 발생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진청 연구정책과 관계자는 “부적합 건수가 많이 줄고 있고 전체 농산물의 소량이기는 하지만, 일부 농약에서 부적합이 발생하고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 중이다”라며 “코로나로 인해 현장 지도가 어려워 SNS 등을 통해 홍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월까지 농약 부적합 누적건수는 87건으로 생산 39건, 유통 48건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105건보다 1.1% 감소했다. 주요 부적합 품목은 참나물, 시금치, 상추, 근대 등으로 엽채류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비산, 왜 문제인가

농약 비산은 농약 살포 시 분사된 미세 입자가 대상 작물에서 벗어나 인근의 의도하지 않은 작물이나 지역으로 날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비산은 살포기에서 강한 힘으로 분무 된 농약 입자가 대상 작물을 뛰어넘거나 뚫고 직접 도달하는 경우와 일단 공중에 떠오른 농약 입자가 바람을 타고 바람이 부는 쪽에 도달하는 경우로 나눠진다.

특히, 농약 비산은 드론과 헬기로 항공방제를 할 때 주로 발생하고, 스피드스프레이어(SS기), 광역방제기 등 송풍을 활용한 대형방제기 사용 시에도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병해충을 방제할 때는 드론보다 살포 위치가 높은 헬기가 사용되어 비산 가능성은 증가한다.

PLS 도입 후 농약 사용기준이 엄격해지면서 비산으로 인한 주변 작물의 농약 오염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비산에 의해 농약이 비의도적으로 잔류할 경우 잔류 농도가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하거나 PLS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적합 농산물로 분류되면 출하연기 또는 용도변경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고, 심한 경우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스피드스프레이어(SS기)는 병해충 방제작업의 편이성을 높여주지만, 농약 살포 시 흩어지면서 다른 농작물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비산 피해 분쟁 가능성 여전해

PLS 제도 시행 이후 비산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대형방제기나 항공방제기를 통한 농약 살포가 증가하면서 비산의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비하고 병해충 방제작업의 편이성을 높이기 위해 광역방제기, SS기 등 지상방제기와 헬기, 드론 등 항공방제기의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비산 발생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수단들이다. 

사과 주산지로 유명한 경북 청송의 한 농민은 “우리 지역도 PLS가 시행된 이후 비산 피해 사례는 아직 없지만, 지역 내 과수원이 많고 주로 대형방제기인 SS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농약이 날아올까 봐 걱정되는 것은 여전하다”고 비산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또 농민들 사이에서 비산 같은 비의도적 농약 오염으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해결해줄 법적 근거나 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농약 비산으로 인한 피해와 피해 발생 시 나타날 수 있는 농업인간 비의도적 오염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분쟁조정절차를 제도화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관계자는 농약 비산으로 인한 분쟁조정을 위해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 국회에 이를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농약피해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며, 관련 법 개정을 위해 의견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 마련에 이어 농진청은 ‘지상방제기 살포 농약의 비산 저감화 실천 매뉴얼’을 지난달 발간하고, 농약 살포 과정 중 필요한 안전수칙과 비의도적 비산방지를 위한 실천방법 등을 제시했다. 

매뉴얼에는 농약 비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설명과 비산대책의 기본조치와 광역방제기 운영 대책, 농업인·농약판매인이 지켜야 할 사항 등이 수록돼 있다. 

더불어 농진청은 비산을 줄일 수 있는 무인헬기용 노즐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사용 중인 비산 저감 살포보조제의 효과를 검정하는 등 비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림청은 항공방제를 통해 산림병해충을 예방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PLS에 대비한 항공방제 매뉴얼을 발간했다.

비산 피해사례·민원 없지만 주의해야

농약 비산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 상황에서 농가는 바람이 적게 부는 날 농약을 살포하는 등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PLS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농약 비산으로 인한 비의도적 농약 오염의 피해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축산물위생품질관리팀 관계자는 “농촌진흥청에 농약 비산으로 인한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 임시 운영하고 있지만, PLS 시행 후 현재까지 피해사례나 해당 민원이 접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PLS 제도 시행 이후 농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을 확대하기 위해 직권등록, 잠정기준 등을 마련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약 비산으로 인한 문제에 대한 민원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이경원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사무관은 “항공방제나 대형방제기를 통한 잔류농약의 비산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PLS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본청 고객지원담당관실로 비산에 의해 발생한 분쟁이나 피해사례 민원은 접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