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PLS 1년을 되돌아 본다①] PLS 시행 1년, 농산물 부적합 ‘감소’…보완 과제 남아
[특집-PLS 1년을 되돌아 본다①] PLS 시행 1년, 농산물 부적합 ‘감소’…보완 과제 남아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5.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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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전보다 2배 이상 농약 등록, 정책 취지 어긋나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PLS(Positive List System)란 농산물별로 국내외의 합법적으로 사용된 농약에 한해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고 그 외에는 불검출 수준인 0.01ppm 이하로 엄격히 관리하는 제도다. 
농약잔류허용기준이란 농약 안전 사용방법에 따라 올바르게 사용했을 때 농산물 등에 법적으로 허용된 농약의 양을 정하는 기준이다. 
제도 도입 이전에는 국내 기준이 없을 경우에 국제기준(CODEX), 국내 유사 농산물의 최저기준 등을 적용해왔다. 그러다보니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2016년에 견과종실류, 열대과일류를 대상으로 우선 도입했고 지난해 1월 1일부터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국내·수입농산물과 농산물을 사용하는 가공식품 등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했다. 
한국농업신문에서는 PLS 시행 1년을 맞아 본 제도와 진행 상황, 성과를 살펴본다.

우려 속 출발한 PLS…먹거리 안전 강화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농약은 식품별 사용, 등록된 것을 식품위생법에 따라 해당 식품에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해 관리해왔다. 국내 및 수입식품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은 식약처에서 설정하고 농약의 등록은 농촌진흥청에서 담당하는 체계였다. 농약잔류허용기준 설정 요청이 있을 때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해 ‘식품의 기준 및 규격’으로 고시했다.

식약처는 “먹거리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단계부터 위해요인을 집중 관리해 국민이 안심하고 식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PLS 제도를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PLS 도입 배경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PLS 제도 전면시행을 앞두고 2018년을 ‘농산물 안전성 강화 원년’으로 삼고 ▲농업 현장 애로사항 해소 ▲교육 및 홍보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참나물, 쑥갓, 근대 등 방제용 농약이 부족한 84개 작물에 대해서는 농진청에서 직권시험을 통해 농약을 직권등록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고, 이에 농약 직권등록 시험 예산을 2017년년 26억원에서 2018년에는 127억원으로 대폭 증액시켰다. 이와 함께 농업현장에 필요한 농약을 많이 등록하기 위해 농약등록시험은 효과시험과 작물잔류시험을 동시에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철저한 준비’라는 방침은 농업인들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복합영농형태인 국내 농업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농업계의 지적이었다. 우리나라 농지의 특성상 들판에 논·과수원·비닐하우스·축사 등이 공존하고 있는데 벼 방제를 위해 친 농약이 과수원이나 옆 비닐하우스로 날아가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의도가 전혀 없고,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 바람이나 비 같은 다른 영향을 받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시행 전 농업인들이 가진 우려였다.

2만8115개, 무더기 농약 등록

PLS 제도는 농약 사용을 줄여 안전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데 있다.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을 한정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PLS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등록 농약은 대폭 증가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등록된 농약 총 개수는 2만8115개이다. PLS 도입 전인 2017년 1만6349개에서 2년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농가들의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무더기로 농약을 등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등록 농약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직권으로 등록할 수 있는 농약의 범위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약 등록은 계속 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올해 농약직권등록사업을 시험설계 후 현장 시험 중이라며 정상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2월까지 4050개의 농약이 직권시험 예정 중이고, 내년 4월까지 2835개의 농약이 추가 등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약을 등록하기 위해 약효, 약해, 잔류성 실험 등 짧게 2~3년이라는 기간이 소모된다. 이번 잠정등록의 경우 짧은 기간 많은 양의 농약이 등록돼 약효나 약해, 잔류 등의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잠정등록에서는 약해에 대한 실험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잠정등록의 경우 약해에 대한 등록 실험은 진행됐으며 잔류성과 약효에 대해서는 이론 분석을 실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증 실험이 없는 농약 등록에 대해 농업계에서는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한 농약 전문가는 “PLS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제도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농약 등록 방식은 위험하다”며 “특히 재배 과정에서 약해와 약효 미흡 등 농가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더기 농약 등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계속 농약 등록을 늘리고 있다.

2019년 농산물 부적합 동향 (출처=농림축산식품부)
2019년 농산물 부적합 동향 (출처=농림축산식품부)

부적합률·농약 출하량 모두 감소

정부는 2019년 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를 전면 시행한 결과, 국내 농산물의 안전성이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안전성 조사결과 국내 및 수입 농산물의 부적합률이 2018년과 동일한 1.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제도 도입으로 관리 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을 고려한다면 제도가 연착륙 되어 국내 유통 농산물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생산·유통된 농산물의 부적합률은 1.3%로 2018년 1.4%에 비해 0.1%p 감소했다. 이는 ‘PLS 상황반’ 운영으로 현장관리를 강화하여 등록된 농약을 안전 사용기준(작물별 등록농약사용, 희석배수 준수 등)에 맞게 사용하려는 올바른 농약사용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농약 출하량도 2018년 11월 7229톤에서 지난해 11월 1만5745톤으로 1년 사이에 8.6% 감소했다. 농산물별 등록된 농약품목수는 2017년 1만6349개에서 2018년 2만3367개, 지난해에는 2만6368개로 나타났고, 농산물별 설정된 농약 잔류허용기준수는 2017년 7910개, 2018년 1만2735개, 지난해 1만3203개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 농산물의 부적합률은 0.9%로 지난해 같은 기간 0.6%에 비해 0.3%p 증가했다. 주요 부적합 품목은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허브류 등의 소규모재배 농산물로서 제도도입으로 생산단계 관리가 미흡한 수입 농산물을 수입단계에서 잘 차단해 낸 것으로 파악된다. 

농식품부는 관계부처가 협력해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 수용하고 농약의 등록과 잔류허용기준 설정 등 농업 현장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 정부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농업현장의 애로사항 해소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요 사항으로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협업해 부적합 발생이 많은 지역과 품목을 중심으로 사전 컨설팅 등 농약안전사용을 지도 ▲섞어짓기(혼작) 등 다양한 재배조건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을 확대해 농약 구입비 절감 및 사용편의를 도모 ▲외래병해충에 대한 농작물 피해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해 적기에 농약이 공급될 수 있도록 조기에 등록 ▲비산으로 인한 농업인간 비의도적 오염분쟁 해결을 위해 분쟁조정절차 제도화 등이 있다.

특히 지난해 부적합이 2회 이상 발생한 농가는 1:1 개별관리하여 반복 발생 시 법령에 따라 엄격히 처분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철저히 해 부적합 농산물의 국내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주요 수출국·수입업체등을 대상으로 설명회, 간담회, 토론회 등을 개최해 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진행상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입농산물의 부적합이 빈번한 국가와 수입량이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설명회 개최, 업체별 무료 상담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국내에 등록되지 않는 농약이 사용되는 수입농산물의 경우에는 안전성 평가 등을 거쳐 수입에 필요한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농민단체와의 소통 필요·현장 의견 수렴 촉구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선해야 할 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9월 이만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이 개최한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의 실태와 바람직한 정책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각 분야 관계자들은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만희 의원은 “현장에서 제도를 모두 따라가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한 게 많다. 현장에서 따라가기 어렵고 설익은 정책을 강제로 적용해야 하는가. 피해자를 만들면서 제도를 완성시켜 나가야 하느냐. 아니면 더 준비해 정책의 성숙도를 가지고 하느냐는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의해 정해진다”고 말했다.

한 농업계 관계자도 “성과는 드러났지만 어쨌든 국민 먹거리 안전성을 담보로 농업계 희생을 강요했다는 부분은 간과할 수 없다”며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제도인데 실제 농민의 의견 수렴이나 절차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