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불안 '마늘, 양파 의무자조금' 조성 난항
수급불안 '마늘, 양파 의무자조금' 조성 난항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06.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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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선출 놓고 생산자와 농협 갈등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최근 몇 년간 수급 불안으로 가격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양파와 마늘에 대한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무자조금 설립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대의원 선출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파와 마늘 의무자조금은 임의자조금 단체인 한국양파산업연합회, 한국마늘산업연합회와 생산자단체인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등이 참여해 각각 조성 중이다. 양파산업연합회와 마늘산업연합회는 농협 조합장들로 구성된 품목단체이다.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대의원 구성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양파생산자협회와 마늘생산자협회는 이사회에서 대의원 정수를 각각 120명으로 정하고 6월 23일까지 선출하기로 했다.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한 초기 단계부터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대의원 선출과정에서 농협 조합장들이 대의원으로 출마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생산자단체들은 의무자조금은 생산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자율성 보장 ▲기존 정부 수급정책 강화 ▲공공성이 확보된 곳에서 생산량의 50% 이상 취급하는 유통혁신 ▲수입농산물 규제에 대한 접근 등을 주장했고 이를 의해서는 대의원의 일정 수 이상을 생산자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파, 마늘 주산지 농협 조합장들이 대거 대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생산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8일 발표한 성명에서 “120명 대의원 중 조합장 61명을 찍어 등록시키는가 하면 조합장들의 입맛에 맞는 일반 생산자도 몇 명을 등록시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생산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조직을 만들겠다는데 기득권을 위해 농협이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왔다”고 비판하면서 의무자조금 조성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식품부 차관이 생산자 참여 60%를 이야기했는데 무안 등 주산지에서는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체 120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는데 마늘의 경우 생산자가 40%가 안 되고, 유통업장, 육묘장을 하는 사람들도 생산자라며 대의원 선거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협 조합장이 출마하는 것은 맞지만 일방적인 구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대의원 선거가 진행 중이지만, 마늘의 경우 60% 이상이 생산자에서 대의원이 됐고 양파는 50%가 생산자에서 선출된 상황”이라며 “대의원 선거 과정에서 출마했던 농협 조합장들이 생산자들과 협의를 통해 출마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능한 생산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의무자조금을 설립하려고 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나면 일단은 의무자조금이 출범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자와 농협이 대의원 선출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마늘생산자협회와 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 23일 농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무자조금 대의원 선거에 정부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