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우 300만두 시대 수급조절 대책③] 한우 300만 시대, 수급조절 실패 따른 ‘가격하락’ 우려
[기획-한우 300만두 시대 수급조절 대책③] 한우 300만 시대, 수급조절 실패 따른 ‘가격하락’ 우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8.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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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사육두수 317만마리 돌파, 역대 최고치 기록
2011년 한우 불황 되풀이되나…선제적 수급조절 필수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통계청에서 지난달 발표한 ‘2020년 2/4분기(6월 1일 기준)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우 사육두수는 317만마리(한·육우 333만 마리)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8만1000마리(2.6%) 증가한 수치이며, 전분기대비 13만8000마리(4.5%) 증가한 것으로 최근 10년간 통계청에서 발표한 모든 분기의 사육두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한우 사육두수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증가세도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우 업계에서는 현 상황이 지속해서 이어지면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질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우 공급과잉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지난 2011~2013년과 비슷한 형국이 진행되고 있던 셈인데, 또다시 가격폭락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우 산업 호황 지속되나

한우 사육두수는 1990년 162만두에서 1996년 289만두까지 증가했으나, 그 이후 산지 가격 하락과 2001년 1월 쇠고기 시장의 자유화에 대한 이슈가 발생했다. 이후 소규모 사육 농가들이 사육을 포기하는 등 사육두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00년 9월 171만두까지 급감했다.

사육두수가 줄어들어 국내 공급이 감소하면서 쇠고기 소비 증가량은 차츰 수입 쇠고기로 충당되기도 했다. 

이후 한우 산업은 고급육 시장의 활성화와 사육두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2010년까지 가격이 꾸준히 강보합세를 보였고, 사육두수 또한 증가하게 되면서 2010년 한우 농가 수 16만호, 한우 사육두수 276만을 달성했다. 

그러나 2011~2012년, 또 한 차례 한우 산업에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한우 사육농가와 사육두수가 차츰 증가하게 되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수급조절 실패 문제가 나타났다. 2011년 1분기 273만 마리를 기점으로 2011년 3분기 290만마리, 2012년 2분기 298만마리, 2012년 3분기에는 무려 300만마리에 육박해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면서 한우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2011년 당시 연평균 한우 지육 도매가격은 1㎏당 1만2000원대에 그쳤으며, 당시 가정 내 쇠고기 소비 증가가 있었으나 공급량 증가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어 한우 가격은 하락세를 유지했다. 이는 2009년 대비 15~20%가 하락한 가격이었다.

이후 수급조절 사업을 진행하고, 한우 소비시장 또한 확대되면서 2015년부터 가격이 안정됐고, 2015년 4분기 한우 농가는 10만호, 한우 사육두수는 276만마리였으며, 2020년 2분기 현재 317만마리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우 사육두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등 수급조절 실패에 따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농업분야 민간연구기관인 GS&J에서 지난 4일 발표한 ‘한우 동향’에 따르면, 한우고기 도매가격은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수요증가로 지난 5월에 1㎏당 2만원을 돌파했고, 6월 주춤하는 듯했으나 7월에도 2만원을 웃돌았다.

이에 GS&J는 이러한 가격 변화는 코로나 사태로 수입육 중심의 외식 소비가 한우 비중이 높은 가정식으로 대체되면서 한우고기 수요가 증가했고,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됨에 따라 가정 내 육류 소비가 촉발돼 한우고기 수요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비롯된 수요증가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도매가격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일시적 한우 수요증가가 지나가면, 한우 쇠고기 가격이 하반기 이후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공급은 증가하고 코로나19 특수상황에 따른 수요가 감소할 경우 수급 및 가격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한우수급조절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한우, 안정적 수급관리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한우 사육두수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불황을 대비하기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날 이형우 농경연 축산관측팀장은 ‘중단기 한우 수급 및 가격 전망’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한우 사육두수의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으로 2021년 329만1000마리, 2022년 334만7000마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형우 팀장은 “국내 사육 증가로 향후 도매가격 조정국면이 예상되므로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수급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력제 도입 2013년 이후 한우 사육두수 변화.

도축 증가 땐 가격하락 불가피

한우 업계에서는 한우 사육두수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이유로 무엇보다 현재 가격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육두수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당장 한우 도매가격이나 송아지가격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입식이나 번식 의향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GS&J는 한우동향 발표를 통해 번식의향은 여전히 높으나 암소 도축률 상승은 시간문제라고 말하며, 안정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암소 도축률 추세치(12개월 이동평균)는 2014년 초 36% 수준에서 점차 하락해 지난해 2월 22% 초반 수준으로 낮아진 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번식의향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암소 도태 시기를 늦춘 결과 현재 5세 이상 두수가 지난해 동기보다 6.9% 많고, 4~5세 두수는 9.9%나 많으므로 곧 암소 도축률이 상승세로 접어들 수밖에 없어 쇠고기 공급량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입식의향은 이미 감소하고 있으므로 도축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언제라도 번식의향이 냉각되면서 암소 도축이 급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안정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경연 또한 2022년까지 한우 도축두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올해 78~79만마리를 넘어 2021년 한우 도축 예상치는 84~86만마리로, 2012년 84만3000마리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도매가격 하락으로 인한 암소 도축률 증가 시 도축 증가폭 확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우 사육두수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 도축두수는 낮은 상태라서 공급과잉의 일부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도축률은 약 23%로 관련 업계에서는 도축률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현재 도축두수는 사육두수에 비해 낮은 셈이다.

이형우 팀장은 “올해는 큰 소 가격이나 송아지 가격이 높아 도축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율적 수급조절 진행돼야

한우 사육두수가 연일 300만을 돌파하고,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급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사육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한우 사육 농가의 경영이 불안정해질 우려가 커 자율적인 사육두수 조절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한우 가격 안정을 위해 협회에서도 수급조절에 노력하고 있으니 정부에서도 조속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농협·생산자단체 등과 협력해 한우 농가를 대상으로 암소 감축 및 송아지 입식조절 필요성 등을 홍보할 방침으로, 농가 중심의 자율적인 사육 조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경연의 관측정보를 살펴보면 한우 공급과잉이 예상되므로, 한우 생산농가들이 최근 높은 가격을 이유로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한우 사육전망과 관측정보를 바탕으로 암소 감축과 송아지 입식조절 등 적극적인 사육마릿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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