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우 300만두 시대 수급조절 대책② 수급 조절 시급한데 대책은 ‘제자리걸음’]
[기획-한우 300만두 시대 수급조절 대책② 수급 조절 시급한데 대책은 ‘제자리걸음’]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8.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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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협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 왜 안되나”
농가 자율적 수급 조절 시스템 검토 필요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외식 소비가 급감해 집밥과 가정 내 소비가 증가했고, 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우를 ‘쟁여둔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호황에 호황이 더해져 소고기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도매가격은 평균가격이 5월에 kg당 2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도 2만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GS&J가 발표한 최근 한우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우 총 사육두수는 지난 6월 322만8000두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가임암소 두수는 3.9%, 수소는 3.1%씩 각각 증가폭이 커졌다. 송아지 생산두수는 올해 1분기 14%, 2분기 3%씩 각각 전년 대비 증가했다. 2017년 이후 송아지 생산두수의 증가세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사육두수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값이 좋아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한우값이 폭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관측과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협회와 정부의 걸음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우, 안정적 수급관리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6월 9일 aT센터에서 열렸다.
한우, 안정적 수급관리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6월 9일 aT센터에서 열렸다.

한우협회는 자조금으로 선제적 수급조절 할 수 있는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을 주장하고 있다. 농가들이 필요성을 절감하는 사업이자 자체 조사 결과 미경산우 1두로 3년간 2.5두, 55년간 약 4.7두 감축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한우는 조금만 소비가 위축돼도 바로 직격탄을 맞는 특수한 축종이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미경산우 대책은 적정 규모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라며 “경산우와 미경산우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필요하다. 지금 소 이력제만 가지고서는 현황 파악, 예측 전망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육두수 줄이자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왜 안해주는지 모르겠다. 2018년에 사업을 신청해 진행했으면 2~3년 뒤에 가격이 조정됐더라도 장기적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텐데, 정부는 지금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대책을 생각하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우협회 전북도지회(회장 정윤섭) 농가들은 지난달 22일과 23일 양일간 전북 부안에서 열린 ‘한우산업 발전을 위한 클러스터 구축방안 심포지엄’에서 사육두수 자율 감축을 결의했다.

전북 한우농가들의 ‘한우산업 안정을 위한 결의문’에 따르면, 한우산업 문제는 농가 스스로 해결하고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 등 한우 사육두수를 스스로 감축해 불황기를 선제 대응하며 깨끗하고 쾌적한 축산환경을 자발적으로 만든다. 또 안정적인 한우산업을 위해 사문화된 송아지안정제를 바로 잡고 비육우 경영안정제를 도입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경기도의 한 농민은 “자체적으로 농민들이 수급 조절 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어느 누가 먼저 소를 빼려고 하겠나”며 “시장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한다. 내년 설까지는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게는 수입육 조절을 주문했다. 이 농민은 “시장 흐름을 살피고 있지만 여기서 수입육이 증가해버리면 한우는 어려워진다. 수입육만큼은 정부가 조절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이 같은 농가들의 주체적인 노력과 지난 3월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 승인에도 불구하고 이후 농식품부가 보류를 요청해 이 사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은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라면서 “목적지로 가는 방법은 다 다르다. 정확한 설정과 경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체계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잠시 보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소 감축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농가가 자율적으로 수급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우산업의 특성상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개입하면 규제, 탄압 정책이 된다. 농가 자체 내에서 먼저 수급 조절을 위한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회장 이성희)은 자발적 수급 조절은 필요하다면서, 분산 감축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열린 ‘한우, 안정적 수급관리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박철진 농협 한우국장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원하는 균형점을 현명하게 유지하는 게 수급의 방향성이 돼야 한다”면서 “농협도 생축장에 있는 암소 9000마리 가운데 5%를 감축하는 운동을 추진하는 한편 한우반 육성 농가의 암소감축도 진행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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