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호 국립식량과학원 벼육종재배과장
이점호 국립식량과학원 벼육종재배과장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4.08.19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벼 기상재해…하늘 원망 이제 그만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변화와 기상재해는 식량의 안정공급을 어렵게 하고 국제곡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폭우, 한발, 고온현상 등을 전국적·지역적으로 해마다 발생시켜 쌀 안정생산에 장해를 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절실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품종개발 및 재배기술 개발을 통해 기상재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해 왔다. 특히 태풍, 온도장해, 침관수, 수발아, 도복, 병해충 등 벼 기상재해에 대한 주요 연구결과와 농가 피해실태 조사 결과를 종합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백수, 습도 60% 초속 10m 바람

 

벼농사에서 피해를 주는 바람은 시간당 4~6km 이상인 강풍, 특히 돌풍이다. 이 같은 바람은 벼의 잎, 줄기, 이삭에 상처를 주어 병을 일으키고 생장을 방해한다. 강한 바람과 더불어 벼농사에 피해를 주는 바람은 높은 산을 넘은 푄현상의 건조풍과 바닷물을 함유한 차가운 냉조풍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사이에 발생하는 태풍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 시기는 이삭이 나오는 시기로서 출수 후 3~4일에 강풍을 만나면 피해가 가장 크다. 바람 피해는 풍속 및 습도와 깊은 관계가 있어 습도가 60% 이하일 때 초속 10m의 바람에 흰이삭이 생기지만 습도가 80%이상일 때에는 초속 20m의 바람에도 백수가 생기지 않는다.

 

 

 

쓰러짐은 출수 후 15일 이내에서 피해가 심하고, 출수 30일 이후는 피해가 적다. 또한 조풍은 소금기를 지닌 강한 바닷바람이 불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해안에서 가까운 농경지에 태풍이 통과하면서 발생하며 해안에서 3~4km 떨어진 논까지도 피해를 입힌다.

 

 

쓰러짐 강한 내도복성 품종 선택

 

이러한 바람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조기재배와 만기재배로 피해를 받기 쉬운 생육 시기인 출수기를 피하는 방법과, 이삭이 잘 떨어지지 않고 쓰러짐에 강한 조평, 호품, 대보, 칠보, 현품, 미품 등 내도복성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질소비료 사용량이 많으면 벼가 연약하게 자라 피해가 커 비료를 알맞게 주고, 태풍 통과가 예상될 때는 논에 물을 깊게 해 흰이삭과 쓰러짐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풍이 통과한 후에는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워 바람과 햇빛을 충분히 받도록 해 병 발생을 예방하고 피해 이삭이 발생하면 6시간 이내에 10a 당 물 600리터 이상을 뿌려 이삭이 충분히 여물도록 도와준다.

 

 

온도장해…2~3개 품종 위험 분산

 

벼는 생육시기에 따라 한계최고온도가 30∼45℃로 높은 고온작물이지만 생육한계 이상의 고온에서는 불임, 등숙불량 등으로 수량과 품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비정상적인 이상 고온에 의한 장해 발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1994년 7월에 평년 대비 최고기온이 3~7℃ 높은 기록적인 고온으로 수량 및 쌀 품질에 큰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벼에서 감수분열기와 출수기의 고온은 불임을 유발하며, 성숙기 35℃ 이상의 고온은 둥숙을 저해해 수량 감소뿐만 아니라 심복백미를 발생시켜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고온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역 장려품종 중 고온에 강한 2~3개의 품종을 선택해 고온해의 위험이 분산되도록 재배한다.

 

 

논 면적 25% 냉해 가능성 높아

 

저온에 의해 발생하는 냉해는 파종기부터 등숙기까지 전 생육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온도 장해이다. 우리나라에서 벼 냉해가 우려되는 면적은 전체 논 면적의 약 25%인 23만9000ha에 달하며, 1980년도에는 전체 논 면적의 64%인 78만300ha가 냉해로 피해를 받은 적이 있다.

 

 

 

냉해에 가장 민감한 시기는 꽃가루를 만드는 감수분열기로 이 시기에 4일간 17℃ 이하의 환경에 노출되면 꽃가루의 능력 저하 또는 상실로 불임이 된다. 특히 벼가 여무는 시기인 등숙기 40일간 평균기온이 20℃ 이하가 되면 배유의 발달을 저해시켜 청미의 발생 증가로 수량과 품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냉해 우려지역 직파재배 피해야

 

따라서 벼 재배시 저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냉해에 강한 품종 선택과 더불어 적절한 재배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다. 냉해 상습지역에서는 저온이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내냉성이 강한 오대벼, 진부벼, 운광벼 등 내냉성 품종을 선택 재배한다.

 

 

 

어린모 보다는 30~35일된 건전한 중묘를 이앙하는 것이 안전하며 직파재배는 피한다. 또한 이앙시기는 지대별 적기에 실시하며 비료는 표준시비량을 준수해야 하지만 저온 계속되면 질소비료는 줄이고 인산과 칼리 비료를 평소보다 20~30% 늘려야 한다.

 

 

 

 

집중호우, 생육장해 등 수량 감소

 

여름철 국지성 집중호우는 저지대 농경지에서 침관수 피해를 일으키며 등숙기의 잦은 강우는 수발아의 원인이 되어 품질을 저하시킨다. 우리나라의 장마는 보통 6월 하순에 시작되어 약 한 달간 계속되나, 최근에는 등숙기인 가을에도 잦은 강우로 인해 수발아 피해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침수는 식물체의 일부가, 관수는 식물체 전체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벼가 물속에 잠기면 공기 중의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무기호흡을 하기 때문에 호흡기질을 과다하게 소모해 생리적, 형태적 변화에 따라 생육장해, 고사 또는 수량감소가 일어난다.

 

 

성숙후기 강우, 수발아 품질 저하

 

침관수 피해 양상은 침관수의 상태와 벼의 생육단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침관수에 따른 벼의 피해정도는 감수분열기〉출수기〉유수형성기〉유숙기〉분얼기의 순으로 크다. 침수가 되면 분얼기에는 분얼이 지연, 정지 또는 고사해 이삭수가 감소되며, 유수형성기에는 지경 및 영화의 분화가 감소한다. 감수분열기부터 출수기에는 어린 이삭이 퇴화하거나 불임률이 증가한다. 등숙 중에는 유숙기에 피해가 가장 크고 성숙이 진전됨에 따라 피해가 적어지나 성숙후기 잦은 강우는 수발아로 품질을 떨어뜨린다.

 

 

침수, 사전 물 관리로 뿌리 보호

 

따라서 침관수가 자주 발생하거나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물속에서 잘 견디는 품종, 물이 빠진 후 회복력이 강한 품종, 수발아가 잘 안 되는 조운벼, 오대벼, 남평벼 등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침수가 우려되는 시기 전에 중간물떼기나 물걸러대기를 통해 뿌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기능을 좋게 하면 산소 보유능력이 커져서 침관수 저항성이 높아진다.

 

 

 

벼 침관수시 벼에 흙앙금이 부착되면 햇빛을 차단해 광합성을 방해하고 오염물에 의한 병을 유발해 배수시 벼에 부착된 흙 앙금 및 오물을 깨끗이 닦아주는 것이 좋다. 특히 침관수된 논은 벼흰잎마름병 발생 우려가 크므로 물이 빠진 후 방제약제를 뿌려 준다.

 

 

수분 74% 이하…광합성 떨어져

 

우리나라의 벼농사는 기온이 높아지는 봄에 시작해 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에 수확하는 열대성 작물이다. 그러나 벼농사에 꼭 필요한 비는 여름 장마철에 집중되는 관계로 물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봄에는 항상 물이 부족한 시기이다.

 

 

 

 

이를 대비한 댐과 저수지가 전국에 분포하지만 비가 적은 해에는 저수량만으로는 공급에 한계가 발생한다. 농업용수의 부족은 파종, 이앙 등 농작업을 어렵게 하고 벼 생육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식물체에서 수분이 74% 이하로 감소하면 잎이 마르고 광합성속도가 급속히 낮아지며, 70% 이하로 떨어지면 말라 죽게된다.

 

 

 

벼가 가뭄 피해를 받으면 정상보다 출수기는 2~4일 늦어지고, 키는 7~8cm 작아지며, 특히 생육시기별로 유수형성기, 감수분열기, 출수기에는 둥숙비율이 12∼29%, 완전미율은 9~40%, 수량은 7~39% 감소한다.

 

 

물 부족, 건답직파·질소↓규산질↑

 

이러한 가뭄의 근본 대책은 충분한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부족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 부족이 우려될 때는 가뭄에 강한 품종을 선택하고 파종이 늦어질 경우 건답직파로 전환하며 밀식으로 이삭수를 확보하고 질소비료는 사용량을 줄이고 규산질비료는 30%를 더 시용하는 것이 좋다. 벼 일생에서 가뭄에 가장 약한 시기는 유수형성기, 감수분열기, 출수개화기로 이 기간에는 반드시 물을 공급해야 한다.

 

 

병해충 발생…기후변화로 다양해

 

벼 재배에서 병해충 발생은 생산량과 쌀 품질 저하에 직접 영향을 주며 발생양상은 환경변화, 재배양식 등에 따라 계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완전방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주요 병해충은 도열병,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잎집무늬마름병, 이삭누룩병, 세균성벼알마름병, 키다리병과 벼멸구류 등이다. 기후변화로 겨울은 짧아지고 봄·여름은 길어지면서 모내기 시기가 빨라지고 재배방법도 발전하면서 병해충 발생 양상도 달라졌다.

 

 

 

 

도열병(稻熱病)은 잎, 줄기, 이삭 등 모든 부위에 발생하는데 7월 장마가 끝나면서 30℃ 이상의 고온이 지속되면 병은 급속히 발생한다. 1997~1998년에 전남·북 및 충남에서 대량 발생한 이후로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질소비료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발생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줄무늬잎마름병…잡초제거·질소 ↓

 

그러나 고온성 세균병인 흰잎마름병은 새로운 병원균이 출현해 2004∼2008년까지 전남북 벼 재배면적의 15∼73%까지 발생한 바 있는데 최근에 개발된 해품, 진백, 신백 등의 저항성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줄무늬잎마름병 발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겨울철 온도 상승에 따라 매개충인 애멸구 월동량 증가와 더불어 맥류 등 중간기주 식물의 재배면적 증가를 들 수 있다.

 

 

 

줄무늬잎마름병 방제방법은 조평벼, 하이아미, 삼광벼 등 저항성 품종을 재배하고 논두렁 잡초제거와 질소비료를 적게 주어야 한다. 또한 강우일수가 길어지고 집중호우가 많아져 잎집무늬마름병 발생이 증가하고, 출수기에서 등숙기까지 고온 다습한 날이 지속되면서 벼알에 곰팡이가 피는 이삭누룩병과 세균성벼알마름병 발생이 심해지고 있다.

 

 

키다리병…파종 전 종자소독 필요

 

또한 키다리병도 육묘기인 봄철 기온이 높아지고 새로운 병원균이 못자리부터 성숙기까지 발생해 농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다리병은 꽃필 때 병원균에 감염되기 때문에 출수 전후 살균제를 살포해 건전종자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며, 파종 전 철저한 종자소독과 새누리, 남평벼 등 저항성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다.

 

 

벼멸구…저항성 품종‧내성 키워야

 

벼멸구는 중국 남부지방으로부터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와 성숙기에 벼줄기를 빨아 말라죽게 하는 해충이다. 최근 기온상승에 따라 벼멸구 밀도 증가로 피해가 잦아지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남부지방에 큰 피해를 준 바 있다.

 

 

 

벼멸구 저항성 품종으로는 친농, 친들 등 우수한 품종이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병해충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예찰과 방제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저항성 품종선택과 식물체를 튼튼하게 키워 내성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연재해 최소화 모두 관심 절대적

 

첨단 과학문명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지구촌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태풍, 폭우, 가뭄, 고온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은 아무데도 없다. 특히 농업은 이러한 기상이변에 제일 취약한 분야이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기후변화는 그 속도와 강도가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수준에 와있고 피해정도와 규모도 더욱 확대되어 우리의 주식인 쌀 생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와 연계해 병해충 발생이 복잡하게 변화되면서 내재해성 품종과 안정 재배기술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불량환경 대응 쌀 안정생산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특히 정부기관과 농민, 농업관계자가 지혜를 모으고 협력한다면 적어도 농업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점호 국립식량과학원 벼육종재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