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산 햅쌀 가격 오를 전망
2020년산 햅쌀 가격 오를 전망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9.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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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태풍으로 공급량 감소
일조량 모자라 낱알 부실로 수율 ↓
생산 줄어들 수밖에 없는 요인 산재
그러나 정부 수급조절로 상승폭은 제한적

태풍에 쓰러진 벼 탈곡해도 완전미 줄어

쭉정이 많아 수율 저하…남부지역 65% 파악

‘공매’로 공급 늘려 쌀값 하락 가능성 존재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올해 신곡 수확이 시작된 가운데 수확기 쌀값이 어떻게 형성될 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농협 및 RPC와 쌀 농가 등에 따르면 2020년산 신곡 가격은 전년보다 인상될 것이 예상된다. 유례없이 긴 장마와 세 차례의 태풍 등 이상기후로 공급량 감소가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작년 쌀 공급량 374만톤보다 생산량이 모자랄 가능성이 있다”며 “쌀이 부족하다는 심리로 인해 가수요가 붙고 농가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 쌀값이 전반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휩쓸고 지나간 강원도 강릉에 한 쌀 농가의 벼가 쓰러져 있다.
지난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휩쓸고 지나간 강원도 강릉에 한 쌀 농가의 벼가 쓰러져 있다.

실제 8월 말부터 수확하는 조생종은 지난해에 견줘 오른 상태다. 강원도 철원, 평창이 조생종 벼 40kg 조곡 한 포대에 7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경기도 여주와 파주도 6만8000~8만2000원까지로 전년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예로부터 쌀값이 높은 지역인 강원도와 경기도 여주, 이천은 3~4000원 정도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전남 장성, 고흥 등 쌀값이 낮은 남부 지역도 평균가격이 6만7000원가량으로 형성됐고, 민간RPC와 거래하는 농가는 7만원까지 가격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만생종 출하 전인데다 구곡이 부족한 상황의 영향을 받아 조생종이 강세를 보이는 걸로 관측된다. 전체 산지 벼값은 대체로 5만4~600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같은 조생종 시세는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강세를 지속중인 구곡 가격에 이어 신곡 가격도 만만찮게 오름세를 보일 거라는 신호탄쯤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공급량 감소를 피할 수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신곡 생산량이 줄어드는 건 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수율 저하 때문이다. 올해 장마는 강우량 계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긴 54일을 기록했다.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이 687mm에 달해 평년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태풍 바비가 8월 26일 한반도를 지나갔다. 뒤이어 9월 3일과 7일 연달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농지를 휩쓸었다. 한창 커야 할 때 비가 계속 내려 햇볕을 못 쬔 벼들은 알맹이가 부실하게 여물었다. 튼실히 여문 벼들도 태풍에 쓰러지면 탈곡을 해도 완전미 비율이 낮아진다.

수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도정할 때 쭉정이가 많이 나온다는 의미로 수율이 70%라고 한다면 벼를 100kg 찧어 쌀 70kg을 얻는 걸로 이해하면 된다. 실제 남부 지역 정미소와 RPC에 따르면 조생종은 수율이 6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남 장성의 쌀 농가는 “수율이 70% 수준은 돼야 쌀 품위도 좋다”며 “65%는 등숙이 마무리 안 된 낱알이 많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2019년산 조곡(40kg)의 수확기 평균가격은 6만2464원이었다. 산지 쌀 유통의 구심체인 RPC들은 작년 6만~6만3000원대에서 6만3000~6만6000원선으로 신곡 매입가격이 오를 걸로 가늠했다.

신곡의 수율 저하로 긴장하는 것은 RPC들이다. 같은 양의 벼를 도정해도 얻을 수 있는 쌀 수량이 줄어들지만 농가에 벼값을 낮게 줄 수도 없고 납품처에 쌀값을 높게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쌀값이 벼값을 따라 올라주면 걱정이 없겠지만 국민 주식으로 정책의 영향을 받는 쌀값은 대체적으로 벼값보다 낮은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공급량 감소는 사실 의미가 없다”며 “쌀값이 요동치면 정부가 공매에 나서고 시장에 물량이 풀리면 쌀값이 낮아지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쌀값이 전년보다 오르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부가 수급조절에 나서기 때문에 상승폭은 1~2000원 정도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