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퇴직 인사가 '가락시장' 로비스트?
농식품부 퇴직 인사가 '가락시장' 로비스트?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0.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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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도매법인협회 상근 부회장에 낙하산 취임
윤재갑 의원 "도매시장 경매 카르텔, 시장도매인 병행해 풀어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국내 대표적인 농산물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이 새 거래제도의 진입을 막고 기존 유통인들간 독과점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농식품부와의 유착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진도)은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이 농식품부를 상대로 경매제를 보호하기 위한 로비스트 역할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진도)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도매법인협회 농식품부 퇴직인사 낙하산 현황'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진도)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도매법인협회 농식품부 퇴직인사 낙하산 현황' [국회tv 캡춰]

경매제는 한국청과, 동화청과 등 도매시장법인이 산지에서 수집한 농산물을 경매에 부쳐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가락시장 농산물 유통 구조에서 중요한 거래제도다. 

가락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는 정보 보급 및 직거래 확대 등 유통환경 변화에 맞춰 20년 전부터 유통단계를 한 단계 줄인 '시장도매인제'의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지금까지 답보 상태에 있다. 

윤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농식품부 퇴직인사의 도매법인협회 낙하산 현황'을 보면 지난 2006년부터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도매법인협회에 농식품부 고위직 공무원이 상근 부회장으로 부임해 왔다. 

(사)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는 가락시장의 서울청과, 중앙청과, 동화청과, 대아청과를 비롯한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들의 모임이다. 

2006년부터 2011년 2월까지 농가소득추진단장 출신인 정 아무개씨가, 또 2011년 3월부터 9월까지 전 수산인력개발원장 최모씨가, 2012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는 국립종자원장을 역임했던 김모씨가, 2014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장 출신인 김모씨가 이 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왔으며, 최근인 2018년 6월부터 현재까지는 전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장 심모씨가 와 있다. 

윤 의원은 "농식품부 공무원이 도매법인협회 상근 부회장으로 가서 무슨 일을 하겠냐"며 "농식품부를 대상으로 (시장도매인제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로비스트 역할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장관님, 상근 부회장을 꼭 보내야겠습니까. 이것 안 보내고 도매법인들이 자율적으로 운영되게 하고 가락시장에도 시장도매인이 활성화되어서 두 체제가 상호보완적이고 경쟁적으로 가도록 해야 (않겠느냐)"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전국 7000개에 달하는 도매시장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농산물 공급을 조작하고 했던 인도도 이것을 풀었다. 대한민국이 이것을 못 풀 이유가 없다"며 "합리적으로 가락시장이 운영될 수 있도록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 김현수 장관 "가락시장 도입은 위험부담 커" 부정적 

강서시장 경매가격 전국서 유난히 낮아

좋은 물건 시장도매인서 팔고 하품을 경매로 올려

업계 "서로 다른 운영체제 물건 주고받기 있을 수 없어

시장도매인 우수성 외면한 폄훼" 

그러나 농식품부는 시장도매인제의 가락시장 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현수 장관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함께 운영되는 전국 유일한 도매시장인 강서시장의 사례를 예로 들며 문제가 상당히 많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영등포 시장에서 여러 문제 때문에 강서시장으로 옮겨온 게 시장도매인 체제다. 올해만 해도 대금을 못 주는 문제, 작년에는 법으로 금지된 경매의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이 거래를 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보면 강서시장의 경매가격이 전국도매시장에서 굉장히 낮다. 경매가가 낮게 형성된 이유는 좋은 물건은 도매상 체제로 팔고 하품을 경매로 올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락시장에서 결정되는 농산물 가격은 농작물 재해보험의 보상가격의 기준이 된다"며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할 경우 전체 농산물 기준가격의 하락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김 장관이 언급한 '시장도매인 출하대금 미정산 사태'는 시장도매인 회사가 남에게 영업권을 빌려주는 '불법 전대'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전 전차인과 출하자가 회사 몰래 독자 영업을 한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첫 재판에서 전 전차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했으며 판사는 둘 사이의 거래를 회사가 알고 있었음을 출하자측이 입증하라고 주문했다. 

더우기 출하자가 대금을 못 받은 일이 강서시장에선 1건이었지만 가락시장에선 4건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은 "가락시장도 35년 전 용산시장에서 옮겨온 것 아니냐. 도매법인이 여러 문제가 있어서 시장도매인제를 했고, (시장도매인은) 대금 지불하는 것도 개인 아니라 법인을 만들어 지불하고 있지 않습니까. 채 하루가 안 걸리더라"고 응수했다. 

김 장관이 지적한 경매제의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간 거래는 영업정지를 당해 생계가 막힌 중도매인들이 도매시장법인에서 물건을 받을 수 없어 시장도매인에게서 물건을 사 판매한 일로 추정된다. 

이들 중도매인들은 매출실적 미달로 영업정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양질의 물건을 수집해야 할 도매시장법인의 책임은 제외한 채 중도매인에게만 '덤터기'를 씌우는 경매제의 '함정'으로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도매시장법인의 상품 수집 역량이 강서시장 경매가격이 유난히 낮은 주요 원인이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시장도매인 회사와 도매시장법인이 서로 다른 시스템 하에서 독립된 체제로 운영되는데 시장도매인에서 팔고 남은 하품을 도매시장법인에게 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강서시장은 작년 시장도매인에서만 경매제의 3.7배에 달하는 7000억 매출을 달성했다.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별 경락가격 편차 사례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별 경락가격 편차 사례. 같은 농산물을 출하했어도 도매시장법인별로 경락가격 편차가 많게는 12배까지 벌어졌다. 

윤 의원은 "어느 체제나 다 위험 부담이 있다.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도매법인별로 경매가격 편차가 심하게 나오지 않느냐"며 "이런 것들은 시장도매인과 병행하면 (개선될 수 있다.) 가락시장에서 문제가 될 것 같으면 강서시장은 벌써 망했어야죠"라며 시장도매인제의 가락시장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재차 주문했다. 

김 장관은 리스크가 큰 가락시장 아닌 다른 시장에 적용해 보는 방안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가락시장에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반드시 가락시장 도입을 추진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