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통계 이대로 좋은가①] 통계청 이관 후 끊이지 않는 농업통계 정확성 논란
[기획-농업통계 이대로 좋은가①] 통계청 이관 후 끊이지 않는 농업통계 정확성 논란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11.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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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통계청으로 이관 이후 신뢰성 하락 지적
현백률 차이·생산량 감소, 정책 결정 혼란 불러

(한국농업신문=이은혜 기자)통계청의 쌀 생산량 발표를 비롯한 농업 통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매년 나왔던 얘기지만, 올해는 객관적인 수치도 차이가 크다. 농민들은 여전히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지난 국정감사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지적하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 10월에 발표한 통계청 쌀 예상 생산량은 전년 대비 11만3000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반면 최종 생산량은 23만7000톤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배 이상의 차이다.

“농업통계 통계청 이관 이후 신뢰성 떨어졌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영암·무안·신안)은 지난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안 의결 전체회의를 앞두고 농업통계가 통계청으로 이관된 이후 정확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1998년 410명, 2008년 667명 등 총 1077명의 농식품부 통계인력이 통계청으로 넘어갔지만 최근 쌀 생산량 통계에서 보듯 정확성은 떨어지고 양적으로도 저하되고 있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실제 농식품부가 2008년까지 통계청으로 이관한 농업통계는 총 20종이었지만 2020년 9월 기준 통계청이 관리하는 농업통계는 9종밖에 남아 있지 않다. 농어업인삶의질만족도조사, 농업경영체경영실태조사, 농업농촌동향모니터링조사 등은 중지됐고 일부는 다른 통계와 통합됐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대체되거나 통합된 통계들이 있어서 실제로 숫자가 크게 줄어든 건 없다”며 “귀농·귀촌 관련 조사 같은 새로 만든 통계들도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행정자료를 활용한 통계는 농식품부에서, 조사 통계는 통계청에서 나눠서 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서삼석 의원은 “기존에 관리되다가 사라져 버린 농업인들에게 유용한 농업통계를 다시 되살려야 하고 농산물의 특성상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농업통계만은 농식품부가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농업통계의 정확성 제고 방안을 적극 제기했다.
현장에서는 통계청이 발표한 최종 생산량에 대해서도 현장 상황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충북의 한 쌀전업농은 “올해는 지역별로도 생산량 차이가 크다. 전년보다 올해 30% 줄었다는 지역도 있다”며, “과연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의심이 간다. 농민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의 대표성 때문에 농민이 느끼는 체감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인력이 현장에 직접 가서 조사하고 있지만, 올해도 같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면적과 구획에 따라서 생산량 감소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피해를 많이 입은 지역이 있는 반면, 피해량이 적게 나타난 지역도 있다. 통계는 누가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며 “농민 체감과의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에서도 가슴 아픈 부분이다. 정확한 통계로 농식품부에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제 역할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전남도청 앞에서 농민단체들이 쌀 생산량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전남도청 앞에서 농민단체들이 쌀 생산량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논란만 반복될 뿐 개선책 ‘전무’
2018년 이개호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통계청의 농업 분야 통계를 농식품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당시 농해수위 종합국정감사에서 통계청으로 이관된 농업 통계를 파종 전수조사 실시를 통해 농식품부로 재이관해야 한다는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의 제안에 대해 “농식품부가 (농업) 전문기관으로서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안은 결국 시행되지 않았다.

이렇듯 농업통계 신뢰성 논란은 오래전부터 농업계에서 대두된 문제로 인식돼 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하루 이틀, 1~2년 사이에 나온 게 아니라 몇 년, 몇십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종합 감사에서도 다시 한번 이 문제가 지적됐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홍성·예산)은 농식품부와 농협이 주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해 창고농업과 통계농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문표 의원은 이날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에게 “이제 우리나라는 앞으로의 기후변화로 어떤 자연재해가 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농업인들이 일기예보만 믿고 농사지을 수는 없다”며 “우리나라도 이제는 통계농업과 창고농업을 실시할 때가 됐다”고 제안했다.

풍년이 들었을 때 창고에 농산물을 보관해뒀다가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줄었을 때 시중에 공급하는 ‘창고농업’을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후와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통계농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안에 김 장관은 “정부의 정책 방향도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은 농업 통계의 정확도 제고를 위한 대책을 묻는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잠정치와 확정치 사이 수정을 통해 정밀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양파 공급과잉에 따른 시세 하락이 문제였는데 현실을 통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정부의 수급 안정 대책도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엄 의원은 “조사 시기를 앞당겨 농민들에게 올바른 농업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이에 대해 강 청장은 “농업 통계를 홀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과 새로운 방법론의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2011년 농해수위 농식품부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쌀 국정조사’였다. 의원들은 하나같이 ‘부정확한 쌀 통계’를 지적하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은 “통계청은 지난해 쌀 생산량을 429만5000톤으로 발표했고, 정부는 2010년산 수요량을 (생산량보다 적은) 426만톤으로 추산했다”며 “그렇지만 시중에 쌀이 모자라 정부가 비축 쌀을 64만6000t이나 방출하는 등 올해 최악의 쌀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류 의원은 “지난해 쌀 생산량이 정부 발표치보다 30만~50만톤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2008년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농업통계업무의 상당 부분이 통계청으로 이관되면서 쌀 생산량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백률 논란…결국 피해자는 농민
농업통계 논란과 더불어 현백률 논란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문제다. 현백률은 현미(벼)를 백미(쌀)로 먹기 위해 깎아 내고 남은 정도를 말한다. 통계청은 원래 현백률 92.9%(9분도)의 쌀만 발표하다 2011년부터 현백률 90.4%(12분도)도 적용해 쌀 생산량을 발표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2년 통계청은 현백률 92.9% 적용했을 때의 총 쌀 생산량을 2011년보다 5.2% 감소한 400만6000톤으로 발표했다. 여기서 현백률 90.4%를 적용하면 쌀 생산량은 400만톤 아래로 떨어졌다. 90.4% 적용했을 때 생산량은 389만8000톤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물론 쌀 생산량 감소와 작황 불안으로 인한 결과였지만, 현백률의 차이에 따라 생산량도 큰 차이가 나다 보니 현장과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현백률도 보다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쌀전업농은 “사실 지금도 실제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주기적이고 정확한 조사를 통해 현실을 반영한 지표를 맞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지적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농업계 관계자는 “부정확한 농업통계는 농산물 수급 불안, 가격폭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몇 년째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며 “논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결국, 농민만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