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터뷰-유훈모 충청북도 농정국 유기농산과장.
화제의 인터뷰-유훈모 충청북도 농정국 유기농산과장.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4.09.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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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장기 플랜…일관된 쌀 농업 정책 펼쳐야”
남북통일 식량정책·쌀 전문가 공무원 양성 필요해

충북도, 쌀 관세화 대비 2018년까지 2235억 투입

쌀시장 개방화가 논의되기 시작한 지난 20여년간 쌀 관련 정책과 신문 스크랩 및 통계 자료 등을 꾸준히 수집해온 농업직 공무원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훈모 충청북도 농정국 유기농산과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금까지 쌀 관련 자료인 스크랩 건수 600여 점과 모음집 6권 등 방대한 분량에 자료를 수집해 도청 내에서는 쌀 박사로 통하고 있다.

심지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 과장의 이야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까지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만큼 유 과장이 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쌀 산업은 농지면적 감소와 쌀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으며, 특히 쌀 관세화로 인해 더욱 환경이 각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쌀 생산농가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지난 40년간 농업행정 업무를 맡아온 유 과장에게 그동안 농정 흐름과 쌀 관세화 이후 대책, 유기농업의 중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동안 쌀 관련 자료를 수집한 이유는.

“농업 쪽 일을 하다가보니 자연스럽게 쌀 관련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농업인 간 갈등이 고조되고, 특히 쌀 개방을 둘러싸고 쌀 문제가 부상하면서 그 때부터 신문 등 각종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서적이나 신문, 통계자료 등 필요한 자료를 모으다보니 습관이 생겼고 이로 인해 그동안의 농정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어 정책을 시행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정부 정책을 수행하거나 농업인과 대화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동안 쌀 농업정책을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말하면 그동안 정부가 펼친 농정은 쌀 생산량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오락가락’한 정책들로 일관됐다고 생각됩니다. 1993년과 1994년 연속으로 흉작이 들어 쌀 재고가 감소하자 정부는 휴경논 생산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증산정책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1996년 이후부터 계속 풍년이 들어 재고량이 늘고 쌀값이 떨어지자 다시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수매제도개선 등을 담은 양곡정책이 발표됐습니다. 이처럼 5년에서 10년 주기로 계속해서 쌀 정책이 반복적으로 변했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최근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정부가 2010년 쌀값안정 및 쌀 수급 균형대책을 위한 쌀 산업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쌀 관세화를 발표하면서 또 다른 쌀 산업 대책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부가 중장기적인 관점이 없고 임기응변식으로 문제를 해결 하려고만 하는 게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이동필 장관 주최로 열린 간담회 때 장관께 이번에 마련하는 대책이 쌀 관련 마지막 대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또 요즘 계속해서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문제도 벌써 1980년대부터 이야기 됐던 것이고, 정부 정책이 일관적으로 가지 못해 유야무야 없어졌다가 다시 지원하고를 반복하던 정책입니다. 정말 일관성 있는 정책이 펼쳐져야 합니다.”


-일관된 정책 펴기 위한 방책이 있다면.

“그동안 정부는 다가오는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처럼 국제적으로 식량위기가 다가올 경우를 생각해야 합니다. 필리핀의 경우 대표적인 쌀 수출국이었지만 지금 쌀 수입국으로 전략해 버렸습니다. 이런 나라처럼 만약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고조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에는 남북통일을 염두에 두고 식량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유연성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또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쌀 전문가들도 없고, 무엇보다 담당공무원들이 수시로 자리를 옮기다보니 업무가 연장되지 않아 일관성 있는 대책을 펼칠 수 없는 여건입니다. 이런 여건의 변화를 주는 것도 시급해 보입니다.”


-쌀 관세화 대비한 대책이 있다면.

“이번 대책은 그동안 도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위주로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 16개 사업에 2235억 원을 투자해 쌀 농가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방침입니다. 쌀 생산 분야에서는 볏짚환원사업, 친환경품질인증자재지원, 쌀 전문가양성 특별교육, 못자리뱅크 시설보완사업, 들녘별경영체 시설지원 등을 신규로 추진하고 기존사업들도 확대 보완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도 올해부터 ha당 5만원씩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가공분야는 통합RPC 대표브랜드 포장재 지원, 쌀눈쌀 도정시설 임대지원을 신규로 실시하고 RPC벼매입자금 이자보전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쌀 가공제품에 대한 수출확대를 위해 국제식품 박람회, 해외시장개척단 비용 등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입니다.”


-쌀 소비가 문제입니다. 소비촉진 활동은.

“현재 도에서는 쌀 소비촉진을 위해 식생활체험 사업을 확대하고, 홍보 및 판로확대를 위한 TV홈쇼핑 홍보·판매지원, 인터넷 쇼핑몰 운영지원, TV방송 홍보프로그램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현장에 직접 나가 유관기관과 단체 등과 함께 ‘고향 쌀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쌀 농가 소득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쌀이 가진 공익적 가치는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홍수방지효과, 수자원함양효과, 수질정화효과, 대기정화효과, 토양유실 경감효과, 폐기물처리 효과 등 공익적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공익적 기능을 경제적 평가액으로 따지면 3조원에서 7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쌀 소득보장만 가지고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쌀이 가진 공익적 기능을 따져 농가들에게 환경보전직불금을 지불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량농지를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농업진흥구역 내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이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쌀 생산 농업진흥구역은 더욱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유기농업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현재 전세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온난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입니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3.2% 정도가 농업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업 경쟁력을 키우고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은 친환경농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앞장서서 실천하기 위해 유기농특화도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도에서는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가축들의 메탄가스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로 줄여 나가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자연환경이 보전되고 생태계 복원도 이뤄지게 되며, 특히 농가소득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앞으로 추진할 유기농 정책이 있다면.

“충북 농정을 유기농 중심으로 전환해 고부가가치 유기농 특화지역을 육성해 나갈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바이오산업, 화장품·뷰티산업 등과 융·복합화로 오가닉창조경제를 실현해 ‘의(醫)·미(美) 있는 유기농특화도’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또 유기농·무농약 생산 비중을 전체 경지면적 대비 2020년까지 20%(유기농7%)까지 확대할 계획이고, 유기·무항생제 축산(동물복지)를 2020년까지 20%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유기가공업체도 2020년에 150개로 확대하고, 유기농·무농약 학교급식 비중을 2020년까지 8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유기농 특구도 2020년까지 2개 이상을 늘릴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대부분의 쌀 생산자들이 쌀 관세화로 인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세화가 되더라도 여러분의 기술력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납니다. 특히 우리 쌀의 품질 또한 우수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고품질의 쌀을 생산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또 국내시장만을 바라보지 말고 고급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시장은 우리에게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쌀 생산농가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일하기를 바랍니다.”

이은용 기자 ley@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