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2017년 이후 최악의 AI되나① 대응 체계 부실·방역 대책 미흡 등 개선 필요
[뉴스팜리포트] 2017년 이후 최악의 AI되나① 대응 체계 부실·방역 대책 미흡 등 개선 필요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2.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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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야생조류 검출 2017년 3.2배 증가, 가금농장 72% 줄어
계란 수입해 수급안정…“업계 혼선 우려”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 고병원성 AI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 발생 이후, 2018년까지 11차례에 걸쳐 총 1055건이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지난해 11월 발생 이후 현재까지 전국 8개 도에서 93건(2월 15일 기준)이 발생했고 4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악의 AI로 꼽히는 2017년, 방역도 미흡했다

역대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된 건 2016년과 2017년이었다. AI는 2016년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발생하기 시작해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주로 산란계와 육용오리 사육농장에서 발생해, 856개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3430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이때 AI는 2016년 11월과 12월에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특징을 보였다. 또한, 다음해 1~2월에는 진정 국면이었으나, 2월 하순 기존과 다른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3월에도 계속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다.

축종별 AI 양성 건수를 보면, 354건의 AI 양성 농장 중에서 산란계 농장이 1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육용오리 농장이 110건, 종오리 농장이 32건, 토종닭 농장이 24건이었다. 결과적으로 산란계는 사육마릿수의 34.2%, 육용오리는 31.1%가 살처분되는 어려움을 겪었고, 살처분 보상금은 2090억원(2017년 2월 5일 기준)에 달해 사상 최대의 피해를 기록했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을 겪으면서 부족했던 AI 방역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먼저 AI 발생농장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국내 AI 발생 원인은 대부분 외부 오염원 유입 차단 시설 미비 및 농가의 방역지침 미준수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 축산 관련 차량, 야생조류 등에 의한 오염원 유입 등으로 추정됐다. 당시 ‘가축전염병예방법’과 축산법에 방역시설, 방역기준, 소독방법 등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규정돼 있거나 체계적이지 못해 현장 적용성과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백신 확보 지적…“신중히 검토해야”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이 발표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정책 개선 방향’에 따르면, 사전 예찰과 발생 초기 대응이 미흡했고 방역 체계와 조직의 비효율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당시 전국 가금농장의 방역시설과 소독시설이 규정대로 설치되었는가에 대한 점검이 부족했고, 비닐하우스 등 차단방역에 취약한 축사와 이들 농장이 밀집돼 있는 집단 사육지(김제 용지, 음성 맹동 등)에 대한 시설 개선사업이 미진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AI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일부 산란계 농가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백신 사용 요구가 제기됐지만, 국내에는 고병원성 AI 백신개발 기술과 유사시 사용 가능한 백신이 확보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AI 바이러스는 구제역과 달리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변이가 상당히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유효한 백신을 적기에 개발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또한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오리의 경우에는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철새 대응 체계와 사전 예찰도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동일 철새도래지에 대한 시료 채취 시기, 장소를 중복해 체크하는 바람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AI 예찰이 이뤄지지 못했고, AI 발생 위험 시기에 집중적인 예찰이 이뤄지지 않아 사전에 AI를 차단하는 것이 어려웠다.

농경연은 또, 가금산물 유통 과정상 방역의 한계를 지적했다. 산란계 농장은 매일 계란이 생산·출하됨에 따라 타 축종에 비해 농장 내로 식란차량, 사료차량 등 외부 차량이 빈번하게 출입하기 때문에 농장 간 AI 전파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토종닭 부문에는 소규모 농가가 많고 도계시설이 부족하며, 전통시장에서 산닭으로 거래되는 등 AI 방역에 매우 취약한 실정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밖에도 ▲AI 발생 시 대응 체계 부실 ▲AI 중점방역관리지구 등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방역 관리 미흡 ▲중앙 방역조직의 비효율적 운영과 지방 방역 인력의 절대 부족 ▲살처분 보상금 등 방역지원 체계의 개편 필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월 들어 소폭 감소·방역 대책 일부 조정

그리고, 지난해 11월 26일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농장에서 H5N8형 AI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겨울은 야생조류에서 AI 항원이 과거 가장 피해가 컸던 2016, 2017년의 3.2배 수준인 총 184건이 검출돼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발생 초기 대규모 확산 방지를 위해 철새도래지 집중소독, 3km 예방적 살처분, 감염대책 조기 발견 등 강화된 방역대책을 추진한 결과 가금농장에서는 발생이 2016, 2017년보다 72% 줄어들었다. 최근 야생조류에서 AI 항원이 여전히 검출되고 있지만 일평균 검출건수는 1월 3.5건에서 2월 2.7건으로 감소했다.

또한, 초기에는 철새도래지 위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됐으나 역학조사 결과 농장 내부와 주변에서도 항원이 검출되는 등 발생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중수본은 “가금농장 발생 양상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강화해 온 방역조치로 산발적으로는 발생하고 있지만 일평균 발생건수는 1월 1.4건에서 2월 0.8건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김현수, 이하 중수본)는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예방적 살처분 대상을 기존 반경 3km에서 1km로 축소하고, 검사체계를 개편하는 등 방역 대책을 일부 조정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향후 2주 동안 적용되고, 추후 연장 여부는 가금농장 발생상황 등에 대한 재평가를 거쳐 결정된다. 감염 개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간이검사를 정밀검사로 전환하고, 일부 검사주기도 단축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산란계·종계·메추리 대상으로 진행했던 월 1회 간이검사를 2주 1회 정밀검사로, 육계·토종닭 출하전 간이검사를 정밀검사로 기존 가금 검사체계를 개편한다. 중수본은 농장 주변의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1100여 대의 소독차량을 총동원해 매일 집중소독하고, 농장 내부와 축산시설 ·차량에 대한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가금농장 바이러스 없애기 캠페인과 매우 전국 일제 소독의 날을 강도 높게 추진한다. 야생조류에서 항원 검출이 빈발한 지역과 퇴비사, 전실 등 농장 내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집중소독 등 특별 방역조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에 전국먹거리연대와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은 성명서를 통해 과잉 방역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브리핑은 지금까지의 방역이 성공적이었고, 시범적으로 1km 축소한다는 자화자찬 일색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살처분 대상이 축소된다 하더라도 이전 살처분 대상에 대한 행정명령은 그대로 적용한다는 정부의 답변에 “과연 우리나라 정부가 자국 농민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인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고집불통에 더한 일방적인 행정폭력”이라고 비난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현장을 비롯한 축산 업계에서는 3km 살처분에 대해 ‘일방적 살처분 정책’이라며 비판해왔다. (사)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는 여러 차례 성명서를 통해 무차별적인 3km 살처분 정책은 대한민국 닭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조했고,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하태식)도 축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자 소비자에겐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하며 근본적 대책을 요구해왔다.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이 지난 1일 경기 안성을 방문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이 지난 1일 경기 안성을 방문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계란 수급관리 비상…생산자단체 강한 반발

한편, AI 사태가 길어지며 계란 수급안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산란계 농장의 AI 발생이 늘어난 시기부터 계란, 특란 가격이 빠른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30개당 소비자 가격이 7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정부는 신선란, 계란가공품 등 8개 품목에 대해 긴급할당관세를 오는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수급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전통시장의 경우 특란 30개당 소비자 가격이 1월 29일 7365원에서 2월 10일 7665원으로 상승한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1월 29일 7340원에서 2월 5일 7364원까지 상승했다가 2월 10일에는 7309원까지 낮아졌다.

정부는 계란 수급안정을 위해 이달 말까지 2400만개의 신선란을 수입해 지속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형식품가공업체들이 오는 6월까지 5504만개분의 가공란을 수입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국내산 가정소비용 계란의 공급여력도 확충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수급상황에 따라 계란을 추가 수입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한편, 소비자 부담완화를 위한 할인판매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 생산자단체는 방역정책 실패를 소비자와 농가에 전가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계란 수입으로 인한 업계 혼선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무조건 수입이 아닌 국내 생산기반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