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구멍 뚫린 수입쌀, 해외직구로 산다② 일주일이면 집 앞 배달되는 외국산 쌀
[뉴스팜리포트] 구멍 뚫린 수입쌀, 해외직구로 산다② 일주일이면 집 앞 배달되는 외국산 쌀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1.02.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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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쌀용쌀 TRQ로 수입...개인 해외직구 규제 필요
온라인쇼핑몰서 세계 각국 쌀 해외직구 대행
5kg 미만 쌀, 유니패스 무관세 악용

(한국농업신문 특별취재팀) 수입쌀하면 aT(한국농식품유통공사)에서 수입해 공매절차를 통해 판매하는 쌀로 생각한다. aT가 아닌 일반인이 쌀을 수입하려면 513%의 고율 관세를 내야 한다. 당연히 수입가격에 관세가 붙으면 국내산 쌀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온라인쇼핑몰에서는 무관세의 세계 각국의 쌀들이 판매되고 있다. 5kg 미만 또는 150 달러 이하의 농산물은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해외직구 대행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신문은 얼마나 쉽게 외국산 쌀을 직구할 수 있는지 기자들이 직접 사보았고 그 후기를 정리했다. 정식으로 수입된 쌀을 수입쌀로 해외직구로 들어온 쌀은 외국산쌀로 구분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수입쌀을 검색하면 일반적으로 TRQ물량으로 수입되는 칼로스쌀이 대다수 검색된다. 그러나 ‘직구 수입쌀’을 검색하면 전세계에서 생산된 각종 쌀이 검색된다. 어마어마한 종류의 쌀이 팔리고 있다.

태국에서 유명한 자스민쌀, 이탈리아에서 재배돼 리조또용으로 쓰이는 드릴로 아모리모 리조또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화이트 바스마티 등이 베스트셀러로 등극돼 있다. 이들 상품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 쌀이 맛있다는 평이다.

상품을 클릭해서 들어가면 친절한 안내가 나온다. 구매 전 확인하라며 농산물은 1일에 최대 5kg까지 구매할 수 있고, 관세법에 따라, 농산물은 종류에 관계없이 1인당 최대 5kg까지만 통관이 가능하며, 5kg을 초과하는 경우 국내 검역 단계에서 폐기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제일 먼저 나온다.

그러나 상품 소개란에서 원산지와 생산연도는 표시돼 있지 않다. 제품 사진만 올려놓았고 제품포장지에 표기된 내용은 보이지만 영어로 돼 있어 생산연도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국내에서 적용되는 양곡표시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온라인쇼핑몰에서 검색되는 해외직구 외국산 쌀.
온라인쇼핑몰에서 검색되는 해외직구 외국산 쌀.

 

클릭 한번이면 외국산 쌀이 집 앞으로

구매는 간편했다. 주문 버튼을 클릭하면 간편하게 살 수 있다. 물론 개인통관고유번호가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 개인통관고유번호는 모바일 관세청 앱을 설치한 후 회원가입 없이 발급을 받을 수 있다. 개인통관고유번호를 발급받아 주문을 하게 되면 빠르면 3일에서 최대 2주 안에 외국산 쌀을 받아 볼 수 있다.

다음은 한국농업신문 기자들의 외국산쌀 구매기이다. 태국산 다이너스티 자스민쌀을 연승우 기자가 온라인쇼핑몰인 쿠○에서 주문했다. 2.27kg에 1만3790원이다. 자스민쌀은 설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예상 배달일보다 2일 늦게 도착했다. 2월 2일 주문해서 2월 10일에 받았다.

베트남 안남미 10kg을 쿠○에서 2월 17일 주문해 19일에 받았다. 배송도 빨랐고, 2019년산으로 10kg에 가격은 1만9000원이었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볶음밥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다. 밥물만 잘 맞추고 간단한 레시피만 보고 만들면 현지와 거의 비슷한 맛이라고 해서 상품평 또한 호평 후기가 많았다. 또한, 국내산 쌀보다 소화력이 좋다는 후기가 많아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칼로스쌀 10kg를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2월 5일 주문해 8일 오후에 배송받았다. 가격은 2만4500원에 배송비 무료. 주말인 6~7일을 제외하면 주문 후 배송까지 이틀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2019년산이고 판매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 돼 있다. TRQ(의무수입물량)로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쌀을 공사가 판매하는 거라 빨리 배송이 된 것 같다. 값싸고 손쉽게 받을 수 있고, 국내산 쌀의 절반가격인데다 밥을 지어 먹어보니 고슬고슬하고 맛있다.

한국농업신문 기자들이 직접 구매한 수입쌀과 외국산쌀
한국농업신문 기자들이 직접 구매한 수입쌀과 외국산쌀

직접 할인마트에서도 미국산 쌀을 구매해보았다. 최정민 기자는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오픈 이벤트로 국내 쌀은 물론 미국쌀로 유명한 칼로스쌀(20kg)을 구매했다. 칼로스쌀은 20kg 기준 3만9000원으로 같은 포장 기준 국내 쌀 대비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당일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산쌀 중에는 우리쌀보다 비싼 고가의 쌀도 있었다. 김흥중 기자가 고가로 판매되는 인도 바스마티쌀 1㎏를 주문했다. 쿠팡에서 2월 17일에 주문해 19일에 받았다. 1㎏와 5㎏ 단위로 판매되는 이 쌀은 국내산 쌀이 보통 ㎏당 2700원대인 것과 비교해 상당히 고가의 쌀이다. 주문할 당시 17일 기준 1㎏ 포대를 7100원에 구매했고, 2월 23일 기준 5㎏ 포대가 3만3500원이다. 상품명은 ‘인디아 게이트 셀라 바스메티 라이스’로서 100% 찐쌀이고, 국내산 쌀보다 약 3배가량 비싼 쌀이다.

누룽지향이나 팝콘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며, 낟알이 길고 찰기가 매우 적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볶음밥용으로 주로 소비되는 듯하고, 제품에 대한 상품평을 찾아보면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이 주로 주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5kg 미만의 농산물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검역도 빠르게 통과한다는 점을 이용해 외국에서 생산된 쌀들이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다양한 농산물을 먹겠다는 소비자들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쌀’은 모든 FTA에서 개방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농식품부의 가장 첫 번째 방침이었고 원칙이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고 했고 이 협상 원칙은 이후 모든 FTA 등 무역협정에서 계속 지켜져 왔다. 이렇게 원칙을 내세우고 지켜온 것은 그만큼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으로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원칙에 구멍이 났다. 쌀도 일반 농산물처럼 5kg 미만은 수입이 가능하다. 방죽이 무너지는 건 작은 구멍으로부터 시작한다. 쌀은 일반 농산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