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축산악취 해결 현장 점검② “축산인·비축산인 모두 노력해 축산업 인식 전환해야”
[뉴스팜리포트] 축산악취 해결 현장 점검② “축산인·비축산인 모두 노력해 축산업 인식 전환해야”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4.1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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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현실 반영 없어…“책상에서 부숙”
지속가능한 축산업, 젊은 세대 필요
서진동 투뿔팜 대표(한우협회 중앙회 이사)

(한국농업신문=이은혜 기자)최고로 좋은 한우를 생산하자는 목표로 지은 이름인 투뿔팜의 서진동 대표는 한우협회 중앙회 이사직을 함께 맡고 있다.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꿈꾸는 그는 젊은이들이 뛰어드는 미래 축산, 그리고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기성세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 캠퍼스 초지에 풀어놓은 젖소에 반해 축산과를 전공하게 됐다는 서진동 대표는 사료회사를 다니면서 소를 키운 지 25년 정도 됐다. 서 대표는 “나에게는 농장이 놀이터다. 농장에서 일할 때가 최고로 행복하고 좋다. 농장에서도 퇴비를 전담하고 청소도 하고, 그게 너무 즐겁고 좋다”며 인터뷰 내내 즐거워했다.

그가 처음 지역으로 들어왔을 때도 악취 민원으로 인한 산 너머 동네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다. 서 대표는 “거리상 떨어져 있는데도 농장을 혐오 시설이라고 생각하는지 님비 현상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설득도 많이 하고, 마을의 행사나 좋은 일에 많이 앞장섰다. 설득이 잘 된 결과로 들어오게 됐다. 다른 농장에서 여기로 온 지 3년 됐는데 현재까지는 민원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농장 앞에는 정원처럼 조경이 구성돼 있었는데, 그는 이같은 방식으로 비축산인들한테 혐오감을 덜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서진동 대표는 ‘나만의 퇴비부숙도 관리 방법’으로 부숙된 퇴비를 다시 깔고 다 걷어내지 않으며, 바닥에서 다시 뒤집다는 점을 설명했다.
서 대표는 “3년 전 농장을 옮겨올 때가 계기였는데, 퇴비장이 두 군데 있는데 1년 동안 쌓아놓으니까 둘 데가 없었다. 5톤짜리 차를 110대인가 실어냈는데 112만원을 수익으로 받았다. 한 차당 만원 꼴이었다. 왕겨랑 톱밥 섞어 1년에 2000만원이 들어갔는데 수익이 112만원이라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그럼 농장 밖으로 퇴비의 반출을 최소화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는데,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일단 퇴비장에서 퇴비를 뒤집고 부숙된 퇴비를 다시 깔아봤더니 괜찮았다. 2년 전부터 수분조절제를 사지 않고, 퇴비로 다시 깐다. 지금은 출하된 퇴비의 수익도 더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비 속에는 살아있는 미생물들이 남아있다. 퇴비를 교반하면서 바닥에 남은 거랑 새로운 거랑 섞는데 시간은 더 걸리지만 남아있는 미생물 덕에 발효 속도는 배 이상 빠르다. 별 다른 퇴비부숙제는 쓰지 않는다. 버리는 것에 돈을 투입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진동 대표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을 꼬집기도 했다.

서 대표는 “축산 정책이 다 앉아서 만들어진다”며 “책상에 앉아서 연필로 부숙을 시키는 꼴이다. 부숙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공학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나와 있지만, 정작 ‘퇴비’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비판했다. 농가가 할 수 있는, 농장의 현실에 맞는 방법이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퇴비사 용적율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나 같은 경우 15%의 퇴비장 면적을 가지고 있다. 이것도 다른 사람들보다 넓은 편인데 최소 30% 정도는 돼야 한다. 넉넉한 퇴비장을 짓게 하고 그걸 지어야만 허가를 해줄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 퇴비장은 좁은데 퇴비를 높게 쌓으면 부숙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진짜 축산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진동 대표는 축산인과 비축산인이 함께 인식 전환을 해야 축산업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축산인들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 우리만의 이익이 아닌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며 “성금 모금이나 사회 환원 등에 지속적으로 노력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축산인들은 소가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현재 축산은 탄소를 배출해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으로만 몰리고 있는데, 사실 각종 부산물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고 먹거리를 공급하는 역할도 있는 만큼 축산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미래는 다음 세대, 젊은이의 농촌을 강조했다.
서진동 대표는 “후계농을 위한 사업이나 정책에 열심히 나서려고 한다. 전공하지 않더라도 축산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농촌으로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며 “소들은 사람 손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와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소를 키우면서 꿈을 키워봤으면 좋겠다. 그 기반을 만들어 주는 일은 지금 우리 세대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