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식량산업의 위기와 기회 ①-식량자급 위한 농지, 어떻게 지킬 것인가?] 식량자급률 50% 달성하려면 농지 87만ha 필요…절대적 보전해야
[팬데믹 시대, 식량산업의 위기와 기회 ①-식량자급 위한 농지, 어떻게 지킬 것인가?] 식량자급률 50% 달성하려면 농지 87만ha 필요…절대적 보전해야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7.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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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식량확보 최우선 과제 대두
농지법 개정…경자유전 원칙 지켜져야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린지도 어느덧 1년 반이 넘어간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는 지역, 국가를 넘어 전 분야를 통틀어 온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세계 식량 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하며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켰다.
코노라19로 인한 팬데믹은 해외에서 국민의 주식을 공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식량자급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은 팬데믹 시대에 식량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식량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연속좌담회를 개최한다.
그 첫 번째로 식량자급을 위한 농지를 다룬다. 식량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생산기반인 농지이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은 해마다 줄고 있다. 문제는 식량을 생산할 농지는 줄어들고 있고, 비농업인의 개발 요구로 인해 농지가 농사의 용도로 이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를 위해 농지는 어떻게 이용돼야 할까. 

식량 생산하는 농지 해마다 줄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0년(1970~2019)간 경지면적은 30%가량 감소했다. 1975년 224만㏊였던 경지는 매년 줄어들어 2019년 65만9000㏊가 감소한 158만1000㏊에 이르렀다. 특히, 논 면적은 같은 기간 44만7000㏊(35%↓)가 감소해 밭 면적이 감소한 것(21만2000㏊, 22%↓)보다 더 많은 면적이 사라졌다.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해 우량농지로 지정된 지역인 농업진흥지역 역시 줄었다. 2019년 기준 전체 농경지 158만1000㏊ 중 용도지역별 농업진흥지역 면적은 98만6000㏊며, 이중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총 77만6000㏊로 논이 68만6000㏊, 밭이 9만㏊에 이른다. 이러한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면적은 2004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92만2000㏊까지 확보됐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 기준 77만6000㏊만 농지로 관리돼 유지되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수급 위협
이런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는 식량 분야를 강타했다. 주요 식량생산 국가들은 자국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나섰다. 지난해 베트남은 쌀 수출을 중단시켰고, 이후 밀 수출을 제한한 러시아를 비롯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수많은 나라들이 농식품 수출제한을 확대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몇몇 나라들은 수출 제한을 해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국가들은 자국의 안정적인 식량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이고, 곡물자급률은 21%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쌀이 92.1%를 차지하면서 자급률을 책임지고 있고 콩 26.7%, 옥수수 3.5%, 밀은 0.7%에 불과하다. 이는 국가의 안정적인 식량수급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안보 위해 농지면적 확보돼야
이처럼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농경지 면적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농지면적의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농경연의 ‘해외 곡물 도입 정책 진단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가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적정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지면적 한계점을 지정하고, 일정 수준의 농지면적과 식량 파종 면적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국은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 중 하나로 경지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국 기본 농지면적 1억400만㏊와 식량 파종 면적 1억500만㏊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중국의 사례와 같이 국내 공급기반 확대를 위한 일정 수준의 농지면적 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게 농경연의 주장이다.

한편,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종합감사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농식품부가 2022년까지 쌀, 밀, 옥수수, 콩 등의 식량자급 목표를 55.4%로 세웠지만, 자급률 목표치 추정에 재배면적은 따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목표를 따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식량자급 대책에 농지 등 작물의 재배면적이 따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농경연의 ‘중장기 국가 적정 농지면적 산출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식량자급률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경지면적은 약 87만㏊ 수준이다. 이 같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업진흥지역 농지만으로는 필요 경지면적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를 보전농지로 추가 확보해야 한다.

농경연 관계자는 “농지가 효율적으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적정규모의 농지보전 등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명확히 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유지해야 할 보전농지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근거한 식량자급률과 연계해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지법 개정 본회의 통과…개선점 남아

농지 확보와 농지를 오롯이 농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LH직원들의 불법 땅투기와 관련해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하면서 전용하고 개발 목적으로만 이용한 점도 농지가 감소한 이유로 꼽히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법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농지투기를 방지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이른바 농지투기 방지법 3건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농지투기 방지법안은 지난 3월 29일 발표한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 및 농식품부 ‘농지관리 개선방안’에 따른 후속 입법조치다. 3건의 개정법률안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지은행진흥원’ 설치를 통해 농지 현황 조사·감시, 정보 수집·분석·제공 등 농지 상시 관리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불법 농업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지취득자격 심사 강화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의 주말·체험영농목적 취득 제한 ▲농지법상 불법을 조장하는 행위 금지 및 불법행위에 대한 처분명령 강화 ▲농지위원회 및 농지관리위원회 설치 ▲농지정보 관리체계 강화 ▲농지이용실태조사 법적 근거마련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농어업경영체법’은 농업법인의 설립‧운영 관련 규제가 강화된다. 농업법인을 설립하기 전에 지자체가 사업 범위 등을 심사해 농업법인 설립단계부터 제도의 취지에 적합한 법인이 설립되도록 사전신고제가 도입된다. 시·군·구에서는 심사 결과 적격인 경우 신고확인증을 발급하고, 법인은 발급된 신고확인증을 설립등기할 때 제출해야 한다.

한편, 이번 개정안이 강력한 농지제도 확립보다는 급하게 땜빵식으로 채워넣은 대책이라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경자유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취득단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취득자격을 제한하고 통작거리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승종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량농지 보전을 위한 농지 투기 방지방안’에서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을 강력하게 제한하기 위해서는 통작거리 제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농업인 등으로서 본인이 거주하는 주소지로부터 30km 이내에 소재하는 토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의 경우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에서 농지 취득을 허용하고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은 해당 농지로부터 직선거리 30km 이내의 지역 등 거주자에 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제도 개선방안’에서 김수석 농경연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농지취득에 대한 사전적 관리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이 제도화돼 있지만 실효성이 약한 형식적 절차로 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나라도 식량안보와 농업보호 차원에서 농지의 양적 보전을 위한 총량적 보전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지면적 보전을 위한 총량제실시를 위해서는 먼저 식량자급률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농지면적을 산정한 뒤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필요면적 중 어느 정도를 총량으로 보전할지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지법 개정안’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농지의 농민적 소유·이용에 방점을 둔 농지법 개정을 위해 농지전수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정책위원장은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농업회사법인 농지소유 요건에 농민 50% 이상 구성, 상속·이농·증여로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경우 3년 기한을 두고 매각할 것, 주말·체험영농 목적 농지취득은 원천 금지, 마을별 농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지역농민들이 농지매매 등 각종 행위를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