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통장만 갖고 계세요, 농사는 농협이 지어줄게요”
“농민은 통장만 갖고 계세요, 농사는 농협이 지어줄게요”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8.0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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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농협 김영우 조합장 인터뷰
‘농작업 일괄지원 시스템’ 도입
지난해 감자 특화, 올해는 마늘 선정
고령화 농촌이 가야할 방향 제시

“농촌 살리는 길, 농업소득 향상과 청년농업인 육성 두 가지”

지역맞춤형 복지에도 많은 관심…주간보호센터 설립 목표

농자재 지원사업 연간 10억 투입, 농가경영비 절감에 신경

면세유 등 한시적 지원정책 영구적 제도로 전환시켜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조합원들에게 실익을 주기 위해 이발소와 벽돌공장을 운영하던 농협, 오창농협(조합장 김영우)은 1969년 농촌의 고리사채와 영농, 생활물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오창의 이동조합 34개를 통합해 발족했다. 1972년 저금리의 자금융통으로 지역경제 안정을 도모하고 1993년 충북권 최초로 미곡종합처리장을 신축해 오창쌀의 인지도 향상에 힘써 왔다. 청주지역 대표 농협으로 성장, 발전해온 오창농협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조합의 자본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물출자를 해 주셨던 조합원들의 희생과 노고로 인해 오늘의 번영을 일궈냈습니다.”

지난달 23일 만난 김영우 조합장은 ‘오창농협 50년사’ 발간을 계기로 과거의 역사를 교훈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영우 조합장은 지난 2019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다시 한번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충청북도 쌀전업농연합회를 만든 초대 사무국장이 그다. 1998년 농업기술원에서 창립행사를 할 때의 기억이 두고두고 남는다고.

“핵이 아닌 식량이 무기인 시대가 왔어요.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는 청년농업인 육성에 달려 있습니다. 그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소득 향상에 전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오창농협 김영우 조합장
오창농협 김영우 조합장

-충청북도 쌀전업농을 결성한 초대 핵심 멤버다.

20여년 전 우리 회원들이 손수 떡을 해 농업기술원에서 창립행사를 할 때의 감회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국민주식인 쌀만큼은 100% 자급을 위해 쌀전업농이 결성됐지 않나. 다행히 그 목표는 이룬 것 같다. 하지만 전체 농업을 따지고 보면 걱정도 든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도 있듯 나라의 근간이자 모든 산업의 기본인 농업이 소외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농업직불금만으론 농민의 어려움이 해소되기엔 한계가 있다.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조합장 도전 계기는.

경제적으로 힘든 농업인들을 잘 살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이 전량 수매해서 팔아 주는 게 농협 본연의 업무인데 실상은 그렇게 못하질 않나. 어떻게든 농업인의 힘든 점을 덜어주고 싶었고 시골에서 접할 수 없는 복지에도 신경을 써 웬만큼 누리며 살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지역건설공학을 전공한 건가.

농촌개발 및 관광, 팜스테이, 녹색농업 등을 공부하는 학부인데 농가소득 올리는 데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선택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농업소득이다. 농가소득은 4300만원 쯤 되는데 정작 농업에서 얻는 소득이 20년째 1000만원인 건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럼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해 추진중인 사업이 있나.

농업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농업소득이 많아져야 한다. 조합장 하면서 1년에 한 개씩 특화사업을 발굴하려 한다. 지난해 감자 특화사업을 시작했다. 농작업 일괄지원 서비스인데, 종자 구입에서부터 파종, 수확, 판매까지 농협이 책임지고 다 해준다. 종자 구매가격도 30% 지원해 주고…. 일괄파종기, 일괄수확기를 각 두 대씩 샀다. 파종해서 소독하고 수확하면 전량 출하 해 준다. 생산관리에서부터 판매까지 농협이 다 해준다 해서 일괄관리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품위 검사도 기계로 일률적으로 하니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오창감자’라고 하면 품질을 인정해 준다. 조합원들이 상당히 만족해 하신다. 조합원 2200명 중 75세 이상이 37%라 앞으로 이런 영농대행 서비스를 안 하면 농업이 지탱하기가 힘들어진다.

-방제에도 신경쓸 것 같다.

공동방제도 지역민들의 호응도가 높은 사업 중 하나다. 광역방제기로 방제 하는데 친환경유기농쌀은 세 번 정도 방제한다. ‘청원생명쌀’은 1년에 두 번 정도 하는데 상당히 좋아하신다. 규산제를 같이 쓰니 병충해 방제와 동시에 벼 등숙률이 향상되니까 효과가 더 좋다. 규산 자체가 벼를 튼튼하게 키우는 기능이 있으니 여러모로 잘 쓰고 있다. 명전바이오의 씨스타를 꽤 오래 전부터 쓰고 있는데 사용자인 농민들이 원하니 계속 쓰게 된다.

올해 특화사업 작목은 마늘인데, 밑에선 농사를 지으면서 농지 가장자리에 기둥을 설치해 태양광 지붕을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을 이용한 사업이다. 양파, 감자도 심었더니 첫 해치고는 반응이 좋았다. 규산제가 수도작 외에도 땅속식물에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제품에 대한 평가는 농민이 하기 때문에 뭘 쓸지, 계속 쓸지 여부는 전적으로 농민의 뜻에 따른다.

마늘은 올해 6000만원 정도 시에서 사업 보조를 해 줘 수확기를 구입해 놨다. 종자구입부터 파종, 수확, 판매까지 농협이 다 해 줄 계획이다.

-영농철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은 없었나.

논두렁 조성기와 못자리 성형기를 구입해 도와줬다. 농협청년부라는 조직에 위탁을 줘서 농촌 일손을 도와주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모 심는 것까지 농협에서 해 주려고 한다. 못자리 하고 로타리 쳐 모 심고, 벼 베는 것까지 수도작도 일괄지원할 것이다. 머지않아 충북지역 농업인은 ‘통장’ 하나만 들고 있으면 1년 농사 다 짓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 농업인들이 시골에서 버틸 수가 없다. 농촌에 후계농, 청년농을 키워야 한다.

-농촌 복지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시골 어르신들은 문화 체험 기회가 전혀 없지 않나. 1년에 한두 번 영화상영과 선진지 견학 만으로도 꽤 큰 만족을 드릴 수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지만, 농협 2층 대강당에서 영화를 보여드리는데 좌석이 꽉 찼었다. 올해 6~7월엔 고령여성농업인 대상 보행보조기 14대와 이륜차·ATV(사륜차) 운전자용 안전모 100개를 지원했다.

앞으로는 주간보호소를 반드시 도입할 계획이다. 90~100세 가까이 되신 분들이 가실 데가 없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오창농협이 존재할 수 있었다. 부모 없이 어떻게 우리가 태어날 수 있었겠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봐드리는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싶다. 장애진단이 있으면 돈 많이 안 들어가고 농협도 여력이 된다. 국가에서 농촌 복지에 신경쓰고 잘 하고 있지만 지역실정은 우리가 더 밝으니 지역에 맞는 복지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싶다.

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
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

-농자재 지원은 얼마나.

보통 1년에 10억 정도 투입한다. 조합장 되고 나서 일반농가도 30% 자재지원을 해주고 있다. 친환경농가는 그 전부터 50% 지원했는데 일반농업도 지원대상에 추가한 것이다. 전에 우렁이농법 작목회 사무국장을 꽤 오래 했었다. 오리농법도 했었고. 가장 편한 게 우렁이더라. 환경단체에선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지적하지만 제초제에 대응할 친환경 자재로 이만한 게 없다. 제초제 주성분이 고엽제인데 어느 쪽이 더 해가 될지는 나오지 않나. 전문가에게 맡겨 우렁이 양식장을 운영중이다. 해보다 득이 확실히 많다.

-주52시간제로 말이 많은데.

고민이 많다. 수확기 수매할 때는 밤을 꼬박 세우는데, 기계 조작 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해서 외국인은 쓰질 못한다. 그런데 사람을 뽑자니 수매할 동안 20일만 쓰자고 뽑기도 애매하고 안 뽑자니 전문성이 떨어져 이것도 문제다.

-농업농촌에 대한 생각.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는 청년농업인 육성에 달려 있다. 지금은 핵이 아닌 식량이 무기인 시대다. 식량 알기를 우습게 알면 벌 받는다. 초 중 고등학교 교과목에 농업과목을 넣어 가르쳤으면 좋겠다. 영어, 수학 잘한다고 대한민국이 일류국가가 되겠나? 나라의 기본을 가르쳐야 한다. 쌀 빼고는 식량 자급률이 23.5%인데 큰일 아닌가? 조사료는 수입길이 막히면 축산시장이 붕괴된다.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게끔 만들어야 결혼도 하고 애도 낳지 않겠나. 농사지어 웬만큼 먹고 살 수 있을 때까지는 생활비를 일정기간 계속 지원해 주고 출산장려금도 도시와 차등해 1.5배 정도 더 줘야 한다. 면세유도 한시적으로 할인해 줄 게 아니라 아예 제도화하고…. 농촌이 잘 살면 젊은 사람들이 오게 돼 있다. 농촌 살리는 핵심은 농업소득 향상과 청년농업인 육성, 이 두 가지다. 농업인이 대접받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란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