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계호 지사장 "공공출자 새 유통주체로 소농가 보호해야"
노계호 지사장 "공공출자 새 유통주체로 소농가 보호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10.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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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특위와 강서시장 유통인간 간담회 열려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방안 도출 위해 의견 수렴
정현찬 위원장 "비용 증가...위험한 발상"
현행 경매제.시장도매인제도 소농 보호 한계
지자체 등 참여해 생산비 보전하는 새 거래제도 나와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산물 도매시장의 현행 유통구조에서 중소농(中小農) 소외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공공성을 강화한 새로운 유통주체가 소농을 보호하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강서시장에서 열린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이해관계자 심층 간담회'에서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정현찬 위원장(오른쪽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과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 노계호 지사장(오른쪽 두 번째) 등 공사 관계자들 및 시장 유통인들이 논의하고 있다.
지난 15일 강서시장에서 열린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이해관계자 심층 간담회'에서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정현찬 위원장(오른쪽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과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 노계호 지사장(오른쪽 두 번째) 등 공사 관계자들 및 시장 유통인들이 논의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발산동 강서시장에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유통인 간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이해관계자 심층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서울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 강서지사 노계호 지사장은 "출하량이 적고 물류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소농은 현행 도매시장 내 유통 시스템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출자 도매시장법인, 공공출자 시장도매인과 같은 공익성을 강화한 새로운 유통주체가 소농을 보호하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지사장은 또 "소농 생산 농산물은 기본적으로 푸드플랜이나 로컬푸드, 지자체 온라인몰에서 팔아줘야 맞고 도매시장에서 판매한다면 공공출자 형태의 유통회사나 근교 소농직판장 설치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중인 도매시장 내 농산물 거래제도인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소농가의 생산비 보전이며 수취가 향상 등을 완벽히 지원해 주기엔 허점이 있으니 지자체 등이 공공출자 형태로 참여하는 새로운 유통주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출자형 유통주체는 가락시장에 도입을 추진중인 '전남형 공영시장도매인제'가 대표적인 예다. 전남도(지자체)가 50%를 출자하고 시군과 농협 및 생산자단체가 50%를 출자해 시장도매인회사를 만드는 것으로, 평소 농민이 출하한 농산물을 팔아 일정한 기금을 적립해 뒀다가 농산물 값이 일정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그 기금에서 생산비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다만, 노 지사장은 시장도매인뿐 아니라 경매회사(도매시장법인)도 공공출자 형태로 공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일본은 지난해 6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각자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모두 풀었다"며 "우리도 기존 경매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유통주체를 만들어야 한다. 가락동 도매시장법인과 강서 시장도매인을 합쳐 또 하나의 회사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도매시장 내에 다양한 유통주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면서 창업농을 위해 가공품 판매에도 도매시장이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지사장은 7년째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기도 하다. 정식 농업경영체로 등록하고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며 농민의 입장을 생생하게 체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가락시장 출하자 15만4000여명 중 단체와 산지 유통인 등을 포함해 1만2400여명만이 거래물량의 80%를 출하했다.

그는 이 통계를 들어 "가락시장 출하자가 특정인에게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 증명됐다"며 "농산물 도매시장 내 현행 주요 거래제도인 경매제가 농가 보호에는 취약하다"며 기존 제도의 보완 필요성에 대해 근거를 댔다.  

"위험한 발상이다."

노 지사장의 이같은 주장에 정현찬 농특위 위원장은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정 위원장은 "서울시민에게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라고 (도매시장 내 유통인들에게) 평균 시세의 5분의 1 값에 점포를 임대해주는 등 특혜를 주는데, 새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새 제도를 관리하느라 들어가는 비용은 또 어떡할 거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농업을 지탱해 온 것은 우리나라 농민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농이다"며 "이런 농가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은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도매시장 내 농산물 거래제도인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모두 소농 보호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정 위원장도 현행 거래제도를 혁신하거나 새 거래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예산을 더 들이기보다 현행 거래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도매시장의 공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도매인 농가에게 주는 값이 경매제보다 높아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 둘다 소농 보호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시장도매인제가 그간 소농 보호 역할에 충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 발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강서 시장도매인과 강서 및 가락시장의 경매회사가 팔아준 농산물 값을 각각 비교했더니 농가에게 돌아간 수취값이 11개 품목 중 9개 품목에서 시장도매인이 높게 나왔다.  

이는 농안법으로 규정된 시장도매인과 경매회사의 역할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률에선 시장도매인은 위탁과 매수, 중개 세 가지를 할 수 있지만 경매회사는 농민이 팔아달라고 보낸 농산물을 받아서 경매에 부치는 '위탁'만 가능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장도매인 청수농산(주) 임완상 대표는 "시장도매인은 매수 거래가 60%다. 사전에 가격협상을 거치기 때문에 출하자 수취가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수박을 200동 짓는 사람도 있고 2동을 짓는 사람도 있는데 2동은 5톤 차량이 채 차지 않는다. 그걸 매수를 통해 팔아준다. 같은 작목반이라도 딸기를 한 차 가득 따는 농가도 있지만 30박스도 못 따는 농가도 있는데 우린 기피 안 한다. 점포는 작지만 물건 올라오면 밤 10시부터 바로바로 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가 유통을 50년 했다. 시골에서 태어나 당근을 팔러 도매시장에 왔는데, 어떡해야 농민에게 더 주고 소비자에겐 최저 가격으로 팔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며 "시장도매인 안 만들었으면 유통을 그만뒀을 것이다. 시장도매인은 농산물 거래제도 중 가장 투명하게 관리하는 제도다.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해도 손색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모든 공권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써야 하지 않나. 지금까지 농가 보호에 기여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힘써 달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