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산업 경쟁력을 찾아라1]쌀 관세화 이후 밀려드는 메가FTA…맛과 품질로 경쟁력 키워야
[쌀산업 경쟁력을 찾아라1]쌀 관세화 이후 밀려드는 메가FTA…맛과 품질로 경쟁력 키워야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2.08.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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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단일품종 쌀 선호도 높아져
분질미 재배 등 공급과잉 해결해야

CPTPP로 인해 가장 큰 우려는 쌀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WTO에 쌀 관세화 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통보했다. 지금까지는 예외품목이었던 쌀이 고율관세품목이 됐다. 지금까지 진행한 FTA에서 쌀은 개방대상에서 예외였다. 하지만 고관세로 전환한 지금 쌀도 관세 감축을 요구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있다. 일본도 TPP 가입하면서 8400톤의 쌀 무관세 쿼터를 허용한 선례가 있다. 쌀은 현재 개방의 위협에 놓여 있다.

CPTPP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재는 일시적으로 중단돼 있다. 대신 새 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아직 IPEF에서 농업분야에서 어떤 내용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인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농업계는 협상과 관련해 농업분야의 피해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 주시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수많은 ‘쌀’의 탄생

1970년대까지 농촌진흥청 등의 연구자들에게 최우선 과제는 다수확이었다. 쌀 자급률 100% 달성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모든 쌀 품종 연구자들이 매달렸고 그 결과물이 바로 ‘통일벼’다.

통일벼는 1960년대 후반 농촌진흥청 주도로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에 파견된 허문회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품종이다. 수확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해 기적의 쌀로 주목을 받은 통일벼는 1972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보급되었다. 정부는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여 신품종 재배를 촉진시켰다. 신품종 통일벼는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재배되면서 쌀 수확량을 높였으며, 이에 힘입어 1977년에 쌀의 완전 자급을 달성하게 됐다.

하지만 통일벼는 밥맛이 떨어졌다. 찰기가 적은 인디카계열의 쌀과 혼종이어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1978년부터 병충해, 냉해 등으로 통일계 신품종이 큰 타격을 받고 수확량이 크게 떨어졌고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으면서 우리 밥상에서 사라졌다.

다수확에서 맛으로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국산 쌀의 경쟁력은 다수확에서 ‘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쌀 소비 측면에서 가격보다 품질과 안전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볼 때 고급화된 쌀에 대한 잠재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쌀 구입 시 우선 확인 정보는 가격 23.5%, 생산지역 23.1%, 원산지 21.1%, 품종 11.7% 순으로 나타났다. 쌀 구입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의 첫 번째는 맛이었다. 식품소비행태조사 응답자의 31.1%가 맛을 꼽았고, 품질 26.2%, 가격 24.2% 순이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2020년 발표한 양곡표시제도 이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쌀 품종별 표시 비율은 신동진 16.3%, 추청 14.9%, 삼광 10.2%, 오대 9.3%, 고시히카리 7.9% 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나머지는 ‘혼합’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쌀의 단일품종 표시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단일품종 표시율 36.6%로 2018년보다 2.4%p 상승했다. 2020년에는 단일품종 쌀의 판매 비율이 38.0%로 전년보다 1.4%p 올랐다.

이처럼 소비자의 트랜드가 확실하게 맛과 품질 중심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생산에서도 단일품종 재배가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20년부터 최고품질 벼 생산단지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최고품질 벼 생산 단지는 농촌진흥청이 각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과 협력해 외래 품종 대신 밥맛 좋고 지역 적응성이 뛰어난 국내 육성 벼 품종을 재배하기 위해 조성했다.

규모는 전국 20개소 3,819.8헥타르(ha)에 이른다. 2021년 최고품질 벼 생산 단지는 , 경기 고양(가와지1호), 강원 원주(삼광, 운광, 대안, 고향찰벼), 충북 괴산(진상2호), 충남 서산(백옥향), 전북 익산(미호, 십리향), 전남 영광(새청무, 진상2호), 전남 함평(호평, 조명), 경북 상주(일품, 미소진미), 경남 거창(삼광)이다.

농가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농업보조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우리나라는 그만큼 농촌에 대한 지원도 적다. 따라서 농산물 생산량과 가격이 소득과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가 선택하는 재배방식은 다수확이다. 품종 선택에서도 수확량을 중요하게 여기고 재배 역시 최대한 생산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즉 비료 살포량을 늘려 수확을 늘리는 것이 대다수 농가의 재배 형태이다. 비료 시비가 많아지면 일단 쌀에 단백질 함량이 증가해 밥맛이 떨어진다. 또한 벼 이삭이 많아지게 돼 벼가 잘 쓰러져 태풍에 약하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감소하는 쌀 소비 대안은 고품질

통계청의 '2021년 양곡소비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조사됐다. 30년 전인 1991년 116.3kg에 비해서 반 토막이 났다.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쌀은 육류에 비해 열등재이다. 즉 소득이 증가하면 쌀은 소비가 감소하고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소비는 증가한다.

소비 감소는 지난해와 올해 쌀값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쌀 소비량과 공급량을 예측해 27만톤의 쌀이 공급과잉 될 것으로 보았지만, 쌀 소비가 예측보다 훨씬 많이 감소해 총 37만톤이 공급과잉됐다. 현장에서는 이 보다 더 많은 양이 과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감소를 막을 수 없다면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쌀 적정 생산 운동과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쌀 재배농가들은 쌀 생산 감소도 중요하지만, 다수확 중심의 재배보다는 고품질 재배로 가야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촌 현장에서는 소득을 위해 여전히 다수확 품종을 선호하고 비료 시비를 많이 하는 재배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며 “밥맛이 좋은 고품질 쌀을 적정량의 비료로 재배해 생산량도 줄이고 가격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품질 쌀이란 소비자에겐 맛있고 안전한 밥을 말한다. 농가들은 벼를 생산하지만, 소비자들은 쌀을 사서 밥을 해먹는다. 벼와 쌀, 밥 세 가지는 똑같아 보이지만 각기 다르다. 농가들은 벼를 생각하고 소비자는 밥을 생각한다. 재배하기 쉬운 벼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있는 쌀을 재배하고 농촌진흥청 등에서는 고품질 벼품종 개발과 밥맛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재배방식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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