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장 살리는 방안 끊임없이 고민…"제도 개선 총력"
[인터뷰] 시장 살리는 방안 끊임없이 고민…"제도 개선 총력"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1.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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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찬 (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장
농민·소비자 직접 연결하는 시장도매인제
지난 성장 발판 삼아 재도약 계기 마련
새로운 농산물 유통 트렌드 적극 수용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농민이라면 그저 마음 편히 농사짓는 게 최고이고, 유통인은 무탈하게 유통에만 매진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그럴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40년 이상의 농산물 유통 전문가인 임성찬 (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장은 제7대 회장에 이어 제8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2004년 허허벌판의 강서시장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성장가도를 달려온 시장도매인제의 역사는 임성찬 회장의 이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8대 시장도매인연합회장과 제2대 시장도매인정산조합의 조합장을 맡게 된 임 회장은 유통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관련 법 개정을 숙원사업이자 이번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또한, 농업 선진국의 농산물 유통을 보고 배울 수 있는 활동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농업인도 웃을 수 있고, 유통인도 웃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강한 다짐을 드러냈다. 

임성찬 (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장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요즘 근황은.

올해 설이 1월 말로 예년보다 이르다 보니 설 명절을 대비해 준비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벌써 올해 시장이 개장한 후로 2주나 지났다. 

사과, 배, 단감 등 대표적인 설 성수품 가격이 올해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새해가 밝기 전에도 이미 시장에서는 올해 가격은 비싸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딱 맞아떨어졌다. 

대부분 과수 품목들은 생산량이 늘면서 출하량도 늘어 가격이 내려간 측면이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지갑을 열지 않아서 더 그런 듯하다. 고물가, 경기 침체 등으로 워낙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이 크다고 본다. 의·식·주 중에서 먹을 것(식)을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아닌가 싶다.

-8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하셨다.

지난 2020년 1월 1일부터 제7대 집행부를 이끌어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간 임원분들을 비롯해 이사님들께서 열정적으로 연합회 활동에 참여해주신 덕에 시장도매인이 이만큼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번 더 시장도매인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달라는 뜻에서 이 자리에 다시 앉게 됐다고 본다. 그간 이룬 성과도 있지만, 지난 임기 동안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서 다시 한번 빛나는 연합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지난 임기 동안 기억나는 성과가 있다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성장도 기억에 남는다. 시장도매인은 지난 십여년 간 68%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전국 공영도매시장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왔다. 시장도매인제가 이토록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산지와 유통인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 중 하나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동에 구매자 전용 주차장을 조성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시장도매인동 주 거래처는 중소형마트인데, 이 구매자들은 5톤 차량을 많이 쓴다. 그런데 이전에는 별도 주차장이 없어서 구매자분들이 애를 많이 먹었다. 

2019년 설치 이후 운영하면서 불과 1년 만에 주차장 시설에 대한 좋은 평가가 많이 나왔다. 구매자들의 구매액도 늘어나고, 주차장이 협소해 다른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까지 강서시장으로 흡수하는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또 하나는 시장도매인 60개 법인의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합회 차원에서 지게차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연합회가 시장 인근 지게차 면허학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법인에서 지게차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로써 시장 내 유통인들의 작업 효율이 높아지고, 전문성도 더욱 갖출 수 있게 됐다. 

이외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동 간판을 세운 일과 시장 내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할 수 있도록 건의했던 일들이 있다. 지난 3년간 이 모든 성과는 연합회 임원분들과 이사님들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아쉬웠던 점도 있을 텐데.

일단 연합회를 떠나 공영도매시장 자체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아쉽다. 새로운 유통의 바람이 불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다. 특히 지방 도매시장은 활성화에 한계가 있고, 점점 입지가 줄고 있다. 

여전히 도매시장은 전체 농산물 유통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도매시장 시설을 점점 현대화하고, 지방에 생기고 있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시설들도 산지가 아닌 오히려 도매시장에 유치하면 시장 활성화는 물론 유통 흐름도 전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본다. 시장을 살리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번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고.

지난해 시장도매인동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감사 조치로 애를 먹어야 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어겼다는 이유다. 

농안법 제37조 2항에 따르면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시장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물건을 사러 오는 중도매인을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중도매인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 자체도 우리에게는 없다. 중도매인에게 빨간 조끼를 입고 다니게 한다던가, 특정한 모자를 쓰고 다니게 하는 등 이런 단순한 조치 자체도 할 수 없으니 물건을 사러 오는 중도매인을 확인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 조항은 현장과는 동떨어진 사문화된 내용이었다. 그간 한 차례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던 배경이다.

지난해 겪었던 이 같은 문제의 결과 8일의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서울시에서도 현장의 이러한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현실에 맞게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행정처분에 대한 행정 소송도 준비할 계획이다.

올해를 관련 법 개정의 원년으로 삼고 제도 개선을 위해 더욱 힘쓰려고 한다.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8대 회장에 한 번 더 도전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지난 임기 동안 더 나아가지 못했던 점을 발판 삼아 이번 임기에는 제도 개선을 위해 또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임기 내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농업 선진국의 도매시장과 유통 현장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의 소포장 트렌드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농산물 유통도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이에 맞춰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우리 유통인들도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배울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시장도매인제도가 생소한 분들에게 한 말씀.

올해로 강서시장에 도입된 지 19년째를 맞이하는 시장도매인제는 간단히 농산물 직거래라고 생각하면 된다.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바로 연결해주는 도매시장의 거래제도다. 

그러다 보니 직거래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유통 단계를 줄일 수 있어 조금 더 신선한 농산물을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받을 수 있어 좋고, 유통 단계를 줄인 덕분에 출하자는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바로바로 거래가 이뤄지니 농산물이 시장 내 방치된 상태로 오래 있을 필요도 없다.

특히 거래 가격의 등락이 크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필요한 만큼만 산지에서 사들이기 때문에 가격과 물량을 조절하기 용이해서다.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은 농산물 유통 과정에 있어서 큰 매력 중 하나다.

-앞으로의 계획은.

농업인이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바라는 점은 별다른 걱정 없이 한 해 농사가 잘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 같은 유통인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한 해 큰 문제 없이 장사에만 전념할 수 있으면 된다. 

유통인이 농산물 유통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이번 8대 집행부에서는 또 한 번의 도전과 함께 이 같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최대한 집중하려 한다. 법인 누구나 장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에 앞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 시장 관계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힘쓰고, 연합회가 이루고자 하는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전국의 수많은 농업인과 유통인들, 소비자들 모두 시장도매인제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