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인삼 산업…수급·유통 조절 체계 구축 절실
흔들리는 인삼 산업…수급·유통 조절 체계 구축 절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2.2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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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줄고 재고 쌓여 수급 빨간불
파삼 가격 6000원 미만 곤두박질
경작신고·이력추적 등 도입 주장
한우처럼 대대적 할인행사 추진 목소리도
금산수삼시장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위기를 겪은 인삼 산업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면역력 강화 효능에 힘입어 반짝인기를 끌었으나, 상황이 지속되자 소비와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이어 가격마저 대폭 하락하면서 최근 불어난 생산비를 극복하지 못한 농가들 사이에서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소비 부진과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 수급 불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인삼 산업의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경작신고제, 출하신고제, 이력추적제 등을 도입해 수급정책 수립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이은 가격 하락…“농사 지속할 수 있을지 암담”

인삼 산업이 최근까지 계속되는 가격 하락을 겪으면서 휘청이고 있다. 농가들 사이에선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탓에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충남 아산의 한 인삼 농가는 “지금 (인삼) 가격이 좋지 않아서 많이 힘들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어떻게 가격이 이렇게까지 계속 내려갈 수 있는지 답답하다. 농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놓은 인삼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수삼(말리지 않은 인삼) 가격은 750g(1채) 기준 2018년 3만3514원에서 해마다 감소하면서 2021년 2만7132원을 기록했다. 특이한 점은 인삼 재배면적이 2020년 1만5160㏊에서 2021년 1만4729㏊로 2.8% 감소하고, 생산량마저 같은 기간 2만3896톤에서 2만0772톤으로 13.1%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 부진, 재고 누적 등 이유로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삼 가격 하락은 특히 계약재배를 하지 않는 인삼 농가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앞선 아산의 농가는 “기업이나 조합과 계약재배를 한 계약삼포 농가들은 그나마 생활하고 농사짓는데 제약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격 하락의 여파를 몸소 느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대부분 미계약삼포를 운영하는 농가들이다. 소비마저 주춤한 형국이라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파삼(가공용 원료삼)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파삼 가격의 하락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파삼 가격이 수삼 등 일반 삼의 가격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는 이유로 파삼 가격의 폭락은 산업 내 치명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파삼 가격은 2017년 750g당 1만8500원대였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만2000원, 2021년 9000원, 최근에는 6000원 미만으로 연거푸 내려갔다. 

황광보 (사)고려인삼연합회장은 “소비가 활발하지 못하니 삼 가격이 하락 중이다. 현장에서는 생산을 포기하는 농가들도 속출하고 있다”며 “파삼 가격 지지를 위해 시장격리 등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삼 연간 구매액은 2010년 1회당 1만1274원에서 연평균 11%씩 감소해 2019년 3670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수급·유통 체계 개선 위한 제도 도입해야

인삼 산업의 위기가 계속되자 인삼 수급과 유통 체계를 안정화하는 기반을 장기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1일 (사)한국인삼협회에서 개최한 ‘2023년 인삼산업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워크숍’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워크숍에서 ‘인삼 수급·유통 체계 안정을 위한 기관별 역할분담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지·유통현장·소비지 등에서 ▲경작신고제 ▲출하자신고제 ▲이력추적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삼 경작신고제는 인삼수급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의무제로 전환돼 지난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신고된 정보들은 인삼 수급 관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동시에 생산자 단체의 수급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쓰이고 있다. 

최병옥 연구위원은 “경작신고제가 도입되면 연도별로 생산량 예측이 가능하므로, 이를 수급안정 및 사업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정확한 생산량 파악을 통해 공급과잉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정부와 인삼 농가의 선제적 수급조절로 인삼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작신고를 통해 생산량, 재배면적 등을 파악해 수급 안정 효과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은 배추, 무 등이 있다”며 “인삼도 정부의 수급안정대책 품목이 되려면 경작신고 등을 통해 얻은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이는 생산자분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장에서는 아직 경작신고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인삼협회 관계자는 “인삼 농가들을 대상으로 경작신고의무제에 대한 교육과 홍보활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외 최 연구위원은 인삼 품목에 대한 출하자신고제와 이력추적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유통 전 과정의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인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 제도들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현장에선 최 연구위원의 주장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윤여홍 동경기인삼농협 조합장은 “단발성의 수매비축, 격리 등은 현재 인삼 산업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유통·생산 이력제 등이 이뤄져야 장기적으로 수급조절이 가능해진다. 또 인삼이 소비자로부터 신뢰받으려면 이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급통계에 대한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 연구위원은 “수급 정책을 위한 기초적인 인삼 관련 통계가 부실한 상황”이라며 “11개 인삼 농협에서 재배면적 통계를 내고 있으나 수급 데이터로 사용하기에는 신뢰성이 낮다. 예컨대 금산군의 경우 신고된 경작면적보다 실제로 더 많은 면적에 인삼이 식재돼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 연구위원은 인삼 관측 통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인삼 공급상황 등을 사전에 예측해 선제적 수급 조절, 안정적 재배·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단기관측, 장기관측 시스템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대적인 인삼 소비촉진 행사 추진해야

생산자 단체에서도 인삼 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밀접하게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한국인삼협회는 최근 농식품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협회 차원의 대정부 건의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삼협회에 따르면, 주요 건의 사항은 ▲농가부채 상환 유예 ▲인삼 품목 폐농 지원 ▲재고격리자금 이자지원 ▲군납·학교 급식 포함 ▲CPTPP 등 FTA에 인삼류 및 인삼제품류 양허제외 ▲농업재해보험 개선 ▲외국인근로자 확대 방안 마련 ▲인천공항 인근 인삼 홍보관 또는 인삼 상징 조형물 설치 ▲인삼의 해외 기능성 등록 및 홍보 ▲인삼산업법에 의해 검사한 인삼은 약사법에 따른 한약재 검사 생략 ▲수확기 채굴 후 선별 문제 개선 ▲인삼 할인행사 개최 ▲생산·유통·소비 관측 체계 구축 등 13가지다.

인삼협회 관계자는 “선제적 수급조절 등 수급안정 대책 마련을 위해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진행하는 농업관측품목에 인삼 품목도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며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인삼 의무자조금 예산을 일부 투입해 자조금 단체에서 먼저 관측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해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인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대대적인 할인행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선 협회 관계자는 “최근 인삼과 마찬가지로 수급 불안과 가격 하락 등을 겪고 있는 한우도 할인행사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인삼 재고 문제 해소와 가을 수확기 가격 안정을 위해 인삼 할인행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