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 정책토론회
현장중계-‘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 정책토론회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5.03.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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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축질병 방역체계로 전염병 막을 수 없어”

방역인력 확충 등 정부 구조·관리적 문제 해결해야

백신 타당성 검토·국가백신 효능 유지 시스템 필요

지난해부터 계속 발생되고 있는 구제역(FMD)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가축질병 방역체계로는 앞으로도 가축전염병은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이 주최한 ‘가축질병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토론회에 참가한 발제자나 토론자들은 이 같이 주장하며, 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농가에 책임을 모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백신 공급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와 현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이날 활발하게 펼쳐진 토론회 주요 내용을 정리해 봤다.


◆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

“중앙정부·지자체 초기 대응 실패”

위험요인 관리부실·사후관리 ‘미흡’

“선제적 홍보 미흡 안이한 인식 유발…발생농가 도덕적 해이·차단방역 의지 낮춰”

“지자체 중심 관할 지역 내 방역조치 전담할 지방 방역조직 정비·인력 보강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심도 있게 논의됐던 내용은 현재 가축질병방역체계로는 가축질병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들이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발제를 통해 “중앙 정부 및 지자체의 대응조직이 허약하다. 정책·기술 책임자의 전문성 부족과 잦은 보직 이동으로 초기 대응이 미숙하다”면서 “이로 인해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안이한 상황 판단 및 초기 대응 등이 실패로 돌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발생농장 살처분 후 소독과 이동통제 등 철저한 방역조치 이행 및 감시감독 부실과 도축장 출입차량 등 위험요인 관리부실로 발생농장·지역에 대한 방역조치 및 사후관리가 미흡해 확산이 됐다”며 “특히 확산 위험성과 백신의 한계 등 구체적인 기술제공 및 선제적 홍보 미흡으로 안이한 인식을 유발해 발생농가의 도덕적 해이와 차단방역 의지를 낮추는 결과를 나왔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김 교수는 가축질병 방역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관리·홍보상 문제로 인해 구제역과 AI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거나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태융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도 토론에서 “현재 가축위생(공공부문) 분야 수의사 현황을 보면 일본의 비해 22% 수준에 불과하고, 지방 방역인력도 턱 없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가축방역관 부족 및 비전문가에 의한 기관운영으로 가축전염병 발생시 초동대응 및 친환경적인 방제시스템 구축에 한계가 있다. 또 살처분, 매몰 등 과도한 방역 업무 수행에 따른 피로도 증가 및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있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교수는 “2000년 이후 AI 및 구제역 발생으로 직접 방역비용만 4조원을 상회했으며, 축산업 붕괴, 가격 폭락 등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 최소 12조원 이상 국가 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에 방역체계를 강화·개선해야 한다”며 “우선 농식품부 내에 수의방역국 설치로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과 지속형 전문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여기에 중앙과 지방방역조직 일원화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신설, 특히 방역조직의 전문성 강화 및 처우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김 부장도 “동물위생시험소법 제정을 통해 지자체의 방역 기능 강화 및 전문조직 확보 근거를 마련해 가축위생시험소 직제 명칭 표준화와 현장 대응 기능 및 인력보강 등을 이뤄야 한다”면서 “특히 지자체를 중심으로 관할 지역 내 방역조치를 책임지고 전담할 수 있도록 지방 방역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한국능률협회의 주관으로 방역조직·인력에 대한 효율성을 진단한 결과 방역전담부서 신설 및 총 609명의 지방조직 인력증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 바가 있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총괄과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는 방역대책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방역 효율성 제고를 위해 취약농가와 지자체에 방역비용을 지원 확대하고 지자체 방역평가 제도를 개선해 실효성 있는 방역시책 유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AI와 구제역 발생에 따른 방역체계 개선 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가축 전염병 예방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정 중인 법률안이 현장에서 조기에 적용될 수 있도록 법개정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 하겠다”고 덧붙였다.

◆농가 책임·백신문제

기존 백신 야외 바이러스 효과 없어

효능 없는 백신타입 변경 고려 안 해

“구제역 백신주 타당성 예전부터 논란…빨리 분석 결과 나왔으면 확산 가능성 줄여”

“백신 미접종 등 패널티 강화…지속 발생농가 영업정지·축산업 허가 취소 조치 추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 문제와 함께 정부의 가축질병 발생과 확산이 농가에 책임이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나왔다. 특히 정부가 백신이 현장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무시해 더욱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병규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토론에서 “정부는 현재 공급되고 있는 백신이 100%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는 우수한 제품인데 농가가 백신접종을 안 해서 구제역이 발생되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상은 백신이 감염 시 임상증상을 완화해주고 전파속도를 줄여주는 효과만 있을 뿐 야외바이러스를 막아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는데도 농가에 과태료를 처분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재 사용되는 백신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도 현재까지 백신타입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농가에 책임을 떠미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방역을 위해 1차 산업이 있는 게 아니고 1차 산업이 있고 방역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돈협회장으로서 농가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고 농가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기 바란다”면서 “구제역 상재화 대비 상시 국내에서 발생되는 바이러스와 현재 공급되는 백신 간의 매칭관계 및 방어력을 체크해 국가백신의 효능을 유지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구제역 관련 농가 규제 정책을 과감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부회장도 “가축전염병은 국가에서 정한 사회적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재난으로 인한 피해와 책임을 농가와 관련 종사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특히 지자체 자립도가 열악하다는 핑계로 살처분에 소요되는 비용을 농가에 전가하고 질병 살생 시 축주가 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농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사지로 내모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 학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유행주에 대한 구제역 백신주 타당성 문제는 예전부터 논란이 됐던 사항으로 정부가 보다 빨리 분석해서 결과를 냈으면 구제역 확산이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학장은 특히 “국내 사용 백신과 유행주의 면역원성 일치가 미흡하다는 결과, 백신 2회 접종이 필수적이나 돼지에서 1회 접종으로 조정해 면역 부실을 초래했다”며 “발생농장 양성개체의 한정적 살처분으로 보균동물에 의한 바이러스 확산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성식 과장은 현재 농가 상황에서 방역에 한계가 있음을 주장하며 ▲축산법상 농가별 차단방역시설 설치규정 구체화 ▲지역 내 농가밀집과 농가 내 시설밀집 등 농가 구조적 문제 해결 ▲백신 2회 접종 및 항체형성률 검정시스템 중앙사업으로 이관 등을 요청했다.

김 과장은 “발생농장 대부분이 대규모 농장이었고 이들에게 원인자 부담을 시키는 게 축산업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체계를 굳히는 것”이라며 “일정규모 이상 농가에 대해선 규정을 통해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여지를 꼭 둘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또 “이를 위해 농가의 자발적 백접종을 유도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백신 미접종 및 발생에 대한 패널티를 강화할 것”이라며 “지속 발생농가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축산업 허가 취소 조치까지 추진할 방침”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을 통해 축산 농가에서 준수해야 할 소독, 이동통제, 청결, 오염구역 구분, 유지 등에 차단 방역 기준을 마련하고, 축산계열화사업자에게는 소속 농가에서 차단방역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점검·관리 및 관할 기관에 보고할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용 기자 ley@new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