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등급제·품질 의무표시제’ 전면 개편 갈등 ‘점화’
‘쌀 등급제·품질 의무표시제’ 전면 개편 갈등 ‘점화’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3.03.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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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소비자 “현행대로 유지 강화 시켜라”

RPC·유통 “시장 혼란 현실 맞게 개정해야”

쌀 등급 및 품질 의무표시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농협 RPC, 생산자 단체·소비자 단체 간 분명한 입장차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쌀 등급 및 품질 의무표시제’는 쌀 포장지에 생산자·생산지 정보 외에 쌀 등급과 단백질 함량을 표시함으로써 밥맛이 좋은 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제도다.

특히 권장표시사항이었던 품위(등급)를 의무표시로 전환하고 등급구분도 ‘특·상·보통’ 3단계에서 ‘1~5등급, 미검사’로 세분화했다.

여기에 우리 쌀의 고품질화를 유도하기 위해 밥맛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 함량’을 의무표시사항으로 정했다.

함량에 따라 ‘수(6% 이하)’ ‘우(6.1~7%)’ ‘미(7.1% 이상)’ 등의 표시나 ‘미검사’ 표시를 쌀 포장재에 기표토록 하고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년 여간 시행해 온 제도를 전면 개편해 쌀 ‘등급표시’를 단순화하고 품질표시 의무사항이었던 ‘단백질함량’ 생산자 표시를 의무에서 임의표시 형식으로 바꾸는 ‘양곡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제도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당초 취지와 달리 현실과 맞지 않아 생산자 및 유통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혼선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이 같은 개정안을 지난 1월말 입법예고 하고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 위해 의견수렴을 거치고 있다. <본지 1월 24일자 1면 보도>

“‘미검사’ 삭제하고 의무 검사해야”

생산자 단체와 소비자 단체는 이와 관련 “밥맛 좋은 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제도”라면 홍보해오다 1년여 만에 제도를 완화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쌀 등급표시제 재변경 의도는 그동안 농업인에게 고품질 쌀 생산 및 친환경쌀 생산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자라고 권장했던 정책들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는 뜻”이라며 “단지 유통 가공업체의 편의에 따라 우리 쌀 산업이 기울어가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뜻과 다름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연합회는 또 “2011년 양곡관리법을 개정할 당시, 우리 쌀의 고품질화를 통한 소비자 신뢰향상 및 시장개방 확대를 대비한 품질경쟁력 확보가 필요했기에 일정기간의 유예기간을 둬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바꾸는 것은 쌀 농업이 점차 쇠락하도록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검사’항목을 삭제하고 의무적인 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 치를 제대로 표시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쌀 등급표시제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우리 쌀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관계자도 “정부가 정책규제를 완화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만 소비자들은 많은 정보 제공을 원하고 제공 받아야 한다”면서 “양곡관리법이 현행대로 유지되고 강화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원산지‧품질 둔갑 성행…단속강화

농협 RPC 등 유통업계는 개정안에 대해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양곡관리법은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복잡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에 단순화 시키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반기고 있다.

특히 “특·상·보통 3단계로 변경하더라도 고품질쌀을 생산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농가한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이 쌀 생산자와 소비자가 양곡표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양곡표시제를 완화는 개편안에 적극 찬성하고 있어 4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개편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양곡표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쌀의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값싼 수입용 밥쌀이 국산쌀과 혼합되거나 국산으로 둔갑돼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산 쌀조차 가공용 혹은 사료용으로 쓰이는 값싼 싸라기와 희나리쌀을 섞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