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생산·유통인 모두 좋으려면…공매 막아야
벼 생산·유통인 모두 좋으려면…공매 막아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1.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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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흉작 수확량 줄어 쌀값 강세
벼 시세로 사고 이윤 붙여 쌀로 팔면
생산·유통 선순환, 가격 낮추는 공매 늦춰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신곡 수확량이 전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감소한 가운데 농가와 유통업자들의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공매 카드가 언제 어떻게 쓰일지 노심초사하기 때문이다.

생산농가는 공매로 인한 쌀값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 유통업자들은 벼값과 쌀값 사이에서 적정이윤을 건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한다. 지금 벼를 사놨다가 공매로 물량이 풀려 쌀값이 낮아졌을 때 손실을 걱정하는 것이다.

RPC 수매 현장.
RPC 수매 현장.

17일 쌀 농가와 미곡종합처리장(RPC)에 따르면 현재 산지에서 거래되는 벼값은 전국 평균 6만8000원에서 7만원선이다. 작년 산지 양곡도매상들이 5만9000원~6만원 사이에서 매입했으니 약 15~17% 정도 오른 셈이다. 산지쌀값은 지난 11월 5일자에 21만5404원(80kg)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일자 가격 18만9528원에 비해 13.7% 오른 수준으로 평년에 견줘서는 31% 올랐다.

수확기 신곡 가격이 대체로 높게 형성되는 이유는 수확량 감소 때문이다. 올해 생산량 350만7000톤은 전년보다 6.4% 줄었지만 평년 대비해서는 약 13% 줄었다. 1968년(319만5000톤) 이후 52년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사실상 대흉작이다.

2019년에도 등숙기 잦은 비와 태풍으로 수요량(380만톤)에 미치지 못하는 374만4000톤이 생산됐다.

GSnJ인스티튜트 김명환 원장은 “2년 연속 흉작이라 산지쌀값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확량 부족이 예상됐던 9월부터 공매 이야기가 시장에 공공연히 나돌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통계청이 쌀 생산량을 발표한 지난 12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쌀 수급불안시 필요한 대책을 적기에 시행하겠다”며 “구체적인 정부양곡 공급방식, 시기 등 세부 사항은 11월 중 ‘양곡수급안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5월부터 시행된 공익직불제와 함께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쌀 시장격리 및 생산조정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10일 단위로 발표되는 쌀값이 3순기 연속 1% 이상 상승하는 경우 정부 보유 쌀을 판매하는 공매 시행 경우를 특정했다. 시장이 원할 때 정부양곡이 풀리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일단 한 해 밥쌀 수요량 291만톤은 올해 쌀 생산량만으로도 공급여력이 충분하다. 더욱이 한창 쌀이 출하되는 수확기 공매는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산지에선 벌써 물량이 부족해 벼 매입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흉년이라 예년보다 물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공매가 필요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농가들의 의견이다.

농가 관계자는 “생산자들도 공매를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쌀값 영향을 고려해 시기 선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후정산제를 도입한 농협은 11월말에서 12월 초 정도에 벼 매입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때문에 지역농협들 사이에선 벼값이 언제까지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현재 시장상황이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공매 시기를 발표하는 즉시 농가들은 판로를 잃게 된다. 산지 양곡도매상들이 공매 때 사려고 더 이상 벼값 흥정에 나서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쌀 산업 관계자들은 생산과 유통이 선순환을 이루려면 벼 부족이 가시화될 때까지 벼값 및 쌀값을 시장상황에 맡겨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 관계자는 “농가들의 직접 소득원인 벼값은 2016년 4만원(40kg 조곡)에서 2018년에 5만 몇 천원 하다가 이제 겨우 7만원에 근접했다”며 “양곡도매상들이 시세를 주고 벼를 사 적정이윤을 붙여 쌀을 팔면 생산자도 유통인도 손해가 없다. 시장에 물량이 풀려 쌀값 하락요인이 되는 공매를 생산자와 유통인이 합심해 최대한 저지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