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국회-정부, 쌀 목표가격 현실화 갈등 ‘심화’
농업인·국회-정부, 쌀 목표가격 현실화 갈등 ‘심화’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3.04.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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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중접근 되풀이…국회 “현장 목소리 들어야”

사진: 임종완 중앙연합회 회장과 쌀전업농연합회 임원들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만나 쌀 목표가격 23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쌀전업농 “생산비·물가상승비 반영된 가격 책정해라”

농업인과 국회가 쌀 목표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정부가 목표가격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식품부 첫 업무보고를 통해 “목표가격의 급격한 인상이 쌀산업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목표가격 인상 시 생산유발 효과로 산지쌀값이 하락해 농가소득은 감소하고 변동직불금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감축대상보조금(AMS) 한도 제약요인과 타 품목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목표가격 인상 효과는 대농에게 집중될 것이며, 쌀 이외 품목(배추, 콩 등)의 AMS 사용 증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급격한 목표가격 인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이 장관은 또 “정부 목표가격 변경동의안을 4월 임시국회 기간 중 제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전에 목표가격 현실화 요구를 감안해 농업인단체와 간담회 개최 등을 거쳐 사전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국회, “농업인단체와 간담회 언제?”

하지만 국회 농해수 위원들은 쌀 목표가격 인상과 관련해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김재원 의원(새누리당, 군위·의성·청송)은 “농식품부는 그동안 농업인단체와의 간담회를 거쳐 목표가격 변경동의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도대체 언제 간담회를 하고 언제 제출하겠다고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으며, “관련법은 정기국회 때 가져와도 되니 왜 목표가격이 중요한지 현장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수 의원(민주통합당, 진안·무주·장수·임실)은 “쌀 목표가격이 20만원일 때 4512억 원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전에 변동직불금으로 6000억 원을 지급한 적도 있기 때문에 20만5000원까지는 예산상 가능하다”며 “쌀 목표가격 인상분을 4000원이라고 찍어놓고 가져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선동 의원(통합진보당, 순천·곡성)은 “정부가 오늘 보고한 내용 중 목표가격을 급작스럽게 인상시키면 쌀 생산이 과잉돼서 쌀 가격이 하락해 변동직불금이 오히려 증가하고 변동직불금이 지급되지 않을 때 농가소득이 높다고 표현한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질책했다.

쌀전업농, 목표가격 현실화 쟁취

이에 대해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근거는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계산한 것일 뿐”이라고 강하게 지적하며, “생산비·물가상승비를 반영하지 않은 법률상 산출기준에 따른 자연증가분인 4000원 인상은 쌀 재배 농가를 기만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쌀 생산농가가 겪고 있는 고충은 더욱 크다”며 “반드시 생산비·물가상승비를 반영한 쌀 목표가격 현실화는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에 마지막으로 통보하기 위해 ‘쌀 목표가격 23만원 쟁취를 위한 전국 쌀 생산자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이 마지막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쌀 생산 농업인의 안정적 삶과 국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대동단결해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여인홍 차관 “AMS 초과 부작용”

한편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지난 11일 임종완 중앙회장을 비롯해 문종복 부회장, 윤한은 부회장, 박백순 감사와 임인성 경기도연합회장, 이은만 충남연합회 수석부회장 등이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과 간담회를 가지고 쌀 목표가격 23만 원을 인상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임종완 회장은 “쌀 목표가격제도 시행이후 시행 전보다 쌀 생산농가의 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물가와 생산비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쌀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농가소득은 줄고 있어 많은 쌀 생산농가들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안은 농업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과 농자재 및 인건비 가격 상승을 포함한 쌀 목표가격 23만 원 인상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임인성 회장도 “FTA로 인한 시장개방, 계속되는 농지감소, 쌀 소비 하락 등 여러 가지 악재로 농업인들은 굉장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특히 농업인 90%이상은 50대 이상의 고령으로 구성돼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쌀 목표가격 현실화가 이뤄져야 되고, 이는 후계농 육성, 환경보전, 농지보전, 통일대비 등을 이룰 수 있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인홍 차관은 “여러분들의 심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농식품부가 정한 안은 법에 근거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쌀 목표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 선행돼야 하며,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 AMS 초과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이 고려해야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