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원유 과잉…농가 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기획-“원유 과잉…농가 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 이도현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5.12.0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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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원료 사용 '원유'…"가격 보전 방안 시급해"

가격연동제·쿼터제…농가 실질 소득이 우선

낙농업이 벼랑 끝에 섰다. 원유는 과잉인데 반해 대표적 유제품인 우유 소비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FTA로 값싼 유가공품이 해외에서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고 있어 이러한 문제들은 더욱 심화가 될 전망이다.

원유의 생산조절을 위해 정부에서는 원유감산정책을 추진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더욱이 지난 2011년 구제역이 발생했던 시기에는 원유 증산, 이후에는 감산정책을 실시하는 등 주먹구구식 정책을 펼쳐 불만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충남은 한 우유 생산농가는 “우유 소비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FTA 등으로 생산농가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비 재고 38% 증가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축산관측 (젖소) 12월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동기 54만7999톤 보다 1.9% 감소한 53만 6000톤으로 나타났다.

3분기 시유(살균 처리한 원유)생산량은 42만 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 감소했으며 이 중 백색시유(흰 우유)는 지난해 대비 2.1% 감소한 34만 6000톤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원유 감산 정책과 착유우 감소로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공급과잉을 나타내는 척도인 분유 재고량(남는 원유 말려 분유로 보관)이 지난 9월 기준 2만 729톤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38.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대안…유가공품 가능할까?

이러한 원유 공급과잉의 해결책중 하나로 유가공품을 통한 소비를 들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원유의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치즈 등 유가공품에 대한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공품 대부분이 수입원유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양은 지난 2012년 141만 톤, 2013년 157만 톤, 2014년 177만 톤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을 되찾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국내산 원유의 가격은 수입원유보다 3~4배 비싸 유가공업체들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렵다.

국내산 우유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원유가격 연동제와 원유 쿼터제 등 굳게 잠겨 있는 낙농업이 개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농가 최소 단위 보호책 ‘연동제’

지난 2013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원유가격 연동제는 유제품가격을 높이는데 큰 요인 중 하나이다. 원유 가격연동제는 생산자와 유업체간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생산비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원유가격을 산정하는 시스템이다. 작년 시장 및 수급상황을 고려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일부 보완돼 운영 중이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낙농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동제를 통해 농가를 보호하는 이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종수 충남대학교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낙농시장을 협동조합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면서 낙농 산업발전을 위한 재투자가 이뤄진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체가 이를 주도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낙농업을 위한 보호책으로 연동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업체 중심 쿼터제…정부 관리로

원유 쿼터제 역시 생산량을 조절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쿼터가 농가의 재산권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원유의 생산이 과잉돼도 개인의 재산권인 쿼터에 관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박종수 교수는 “FTA를 통해 시장이 완전 개방돼 값싼 해외 유가공 원료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쿼터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가공원료로 사용되는 원유에 대한 가격을 보전해주는 정부의 정책 등의 개선사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련전문가는 “쿼터제가 대부분의 유업체를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 부분을 정부 측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세계 원유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 EU가 ‘우유 생산 쿼터제’를 폐지함에 따라 ‘물보다 싼 우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유 가격이 하락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쿼터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농가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해야

국내 우유의 공급과잉의 문제는 우유소비를 증가시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줄어들고 있는 출산율, FTA로 인해 값싼 해외 유제품의 수입 증가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적인 접근을 통해 알아본 낙농업은 새로운 접근과 지속적인 개선 사항이 분명히 필요하다. 원유가격 연동제 역시 수정했다고는 하나 ‘원유 쿼터제’와 함께 정부, 낙농가, 유업체 등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원유가격연동제는 최소한 수급조절 장치인 만큼 연동제를 손볼 경우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남아도는 우유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묘수를 빠른 시일 내에 찾아내야 한다.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