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합’ 농정으로 신농업 시대를 열어가자
‘삼합’ 농정으로 신농업 시대를 열어가자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3.04.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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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대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우리 농업은 지금 성장과 소득의 괴리라는 함정에 빠져있다. 농업생산이 늘어남에도 농민들의 소득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농업소득을 보면 연간 875만원에 불과해 월별로 치면 한 달에 73만원으로 기초생활 보장금액만도 못하다. 그렇다면 농업소득이 줄어드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농정실패의 결과일까, 아니면 농민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농산물의 생산이 수요를 초과해 공급과잉이 되면 농민들은 열심히 농사를 짓지만 소득은 더 낮아지는 소위 ‘트레드밀(Treadmill)’ 현상이 나타난다. 트레드밀 효과란 선진농업국들이 경험한 만성적인 소득침체 현상으로서 과학기술의 발달로 농업생산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정작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그에 따라 농업수입이 감소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선진 농업국의 농업발전역사를 살펴보면 농업기술은 양면성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 한편으로는 보다 적은 인력으로도 풍요로운 수확을 가능하게 하지만 이는 농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 농민들의 소득대가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즉, 농업기술의 발달이 생산성을 향상시켜 농업생산량의 증가를 가져오지만 그로인해 농산물 가격의 하락과 농업소득의 감소를 초래해 농업인구의 축소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사실 농업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나라에서도 국민경제의 발전과 함께 농업인구와 농업생산비중이 늘어난 사례가 없다. 이제는 많이 생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어떤 작목을 언제 생산하여야 그마나 손해를 보지 않고 인건비와 농자재비라도 건질 수 있을까 걱정하는 시대인 것이다. 게다가 작년의 한미 FTA이후 값싸고 품질도 괜찮은 미국 농산물들이 식탁을 차지하면서 우리 농산물의 설 땅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농정의 기본은 성장과 배분이라는 2개의 균형축에 의해 다양한 정책목표와 수단을 개발하여 농민과 소비자의 후생수준을 높이는데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소득배분에 치우친 농정은 자칫하면 과잉공급과 농산물 가격의 급락이라는 이중고를 맞게 되어 농업전체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큰 그림이란 정약용 선생이 말한 삼합 농정의 첫 번째 단추인 ‘편농’. 시간과 노력을 덜 쓰면서도 지혜롭게 사용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전략”

 

이는 쌀 농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쌀 농업소득을 지원하기 위하여 직불금을 올리고 비료 농약, 농기계등 농자재 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소득을 증대시킬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보조정책은 장기적으로 농업소득을 끌어내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쌀 생산을 부추겨 생산과잉으로 인한 쌀값하락과 이로 인한 소득의 급감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쌀의 평당 소득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작년의 이상기후와 태풍으로 인한 대 흉년이 농가들에게 오히려 소득보상의 기회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위대한 경륜가 다산 정약용 선생은 농민이 편하게 농사를 짓도록 하는 ‘편농(便農)’, 농사로 이문이 남게 하는 ‘후농(厚農)’, 농민의 지위를 높여 주자는 ‘상농(上農)’을 주창하여 ‘삼농 합치’를 농정의 핵심으로 제안한 바 있다. 바로 이 삼농을 현대의 농정개념으로 해석한 것이 농민과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함께 승리하는 ‘삼합 농정’이다.

그러면 현대판 삼합 농정의 핵심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소비자와 농민 모두가 잘사는 행복

한 농정이 되기 위해 보다 큰 농정의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큰 그림이란 정약용 선생이 말한 삼합 농정의 첫 번째 단추인 ‘편농’ 즉 시간과 노력을 덜 쓰면서도 지혜롭게 사용하여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시간당 농업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술혁신 정책이야 말로 우리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이러한 정책이야말로 성장과 소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이자 농정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그동안 우리 농정은 좁은 땅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곡물을 제외하고 대부분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됐다. 그러니 이제는 양적 생산만을 위한 토지집약적 농사기술을 지양하고, 비용과 노력을 덜 들이고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시간 및 노동절약기술로 승부하는 신기술농업시대를 열어나가 농민과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함께 행복한 ‘삼합 농정’으로 선진 농업 국가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