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시동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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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6.05.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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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와 농장기록관리

최근 1.2톤에 달하는 한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우 한 마리 가격은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웃돌기까지 하는데 1.2톤에 달하는 소라면 적어도 천만 원은 족히 넘게 가격이 형성될 것이다. 한우 한 마리의 평균가격을 500만 원이라고 하면 한우 100마리를 키우는 농장은 소 값이 5억 원 정도이므로 웬만한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소가 몇 마리가 있는지, 소가 먹는 사료, 바닥에 깔아주는 톱밥, 치료 등을 위한 약품은 물론 전기요금, 인건비 등 농장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지출항목이 있고 소를 판매해서 얻는 수익항목에 대한 기록관리가 잘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농장주, 사육두수 정확히 몰라

농장을 공장과 유사하다고 보면 소는 돈을 벌게 해주는 기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면 내 공장에 생산기계가 몇 대가 있고 몇 대는 언제 교체를 해야 하는지 대표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말을 바꾸면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는 소가 몇 마리 있는지 이번에 출하할 소는 몇 마리인지 등을 훤히 꿰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전에 어느 농업기술센터 주관 한우농가 교육에서, 교육에 참석한 농장주 100여 명에게 현재 몇 마리를 사육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놀라운 것은 다섯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농장주만이 정확히 몇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농협사료의 한 분석에 따르면 철저하게 번식기록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한우 암소의 번식간격을 평균 번식간격보다 100일 정도 단축할 경우, 번식우 100마리 농가를 기준으로 볼 때, 연간 약 1억 원의 농가소득이 증가한다고 한다.

농장 재테크…‘기록관리’부터

한우농가 교육을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좋은 씨수소 정액이 무엇인지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와 같이 배우자를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경우 대부분 이렇게 부탁하는 이의 조건을 알고 있기에 적절한 사람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한우의 경우 해당 농가의 소의 능력이 어떤지를 알고 농가가 원하는 송아지는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그에 알맞은 씨수소를 추천해 줄 수 있다. 그런데 농장주가 그러한 기록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좋은 씨수소’ 추천은 불가능하다.

재테크의 시작과 끝은 ‘가계부 쓰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가계부에 기입만 하고 책꽂이에 잘 모셔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가계부는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어떠한지, 소비성향은 어떤지, 적자가 난다면 어느 부분에서 나는 지 등을 분석하고 계획적인 소비와 지출을 설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지 가계부 자체가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기록 바탕…분석·계획 세워야

농장주께 기록 관리를 부탁하면 대부분 매우 불편해 한다. 어떻게 일일이 그것을 기록하느냐, 귀찮다 등의 답이 주를 이룬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단순히 보증씨수소의 정액을 이용하거나 사료회사의 조언을 따라하는 것으로 농장을 어느 정도 경영해 왔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한 단계 발전을 하려면 철저한 농장기록을 바탕으로 이를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가축개량, 사양관리, 경영합리화 등을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가계의 재테크가 ‘가계부 쓰기’에서 시작하듯 농장 재테크의 시작은 ‘농장기록관리’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