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민정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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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6.05.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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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블루오션 향미벼(Aromatic Rice)”
향미벼의 향, 200종 이상 방향성 물질 복합적으로 관여
가격 일반미의 1.7배…‘Basmati’, 매년 58억 달러 거래

벼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소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으며 국민 개개인의 권장 섭취 열량의 약 35%를 차지할 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한 명당 연간 쌀소비량이 1970년대는 136.4㎏였던 것이 지난해 62.9㎏으로 40년 새에 54% 가까이 감소했다.

이처럼 쌀 소비가 줄고 있는 것은 국민의 식습관의 변화, 외식사업의 발달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일반 쌀 품종보다 기능성 물질을 함량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사료된다.

농진청, 다양한 쌀 기능성 연구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쌀의 기능성에 관해 연구한 결과 미강과 쌀 배아에 함유된 감마오리자놀은 산화방지 효과와 항암효과가 있고 미강유에 함유된 토코트리에놀은 비타민 E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탑라이스와 같은 극양식미 및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특수미를 개발해왔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밥쌀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기능성벼, 찰벼, 중간찰벼, 종피에 색이 있는 유색벼, 향기나는 향미벼, 쌀수량이 많이 나는 다수성벼, 가축먹이로 사용하는 총체 사료용벼, 술 만드는데 사용하는 양조용벼, 밭에 심는 밭벼 등 다양한 벼품종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농촌진흥청에서는 특수용도 벼 품종으로 기능성 9개, 유색미 13개, 향미 7개 등 모두 77개를 개발했으며 2017년까지 10여 개의 기능성 쌀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러한 기능성 쌀품종 중, 밥을 지을 때 '옥수수튀김'이나 콩 삶는 냄새와 비슷한 구수한 향이 매우 강한 쌀이 있는데 이를 향미(香米, scented rice)라고 한다. 이러한 구수한 쌀의 향은 갓 찧은 쌀이나 현미에서도 나며 벼가 자라는 동안에 잎이나 줄기에서 나는 품종도 있고, 벼의 꽃이 피는 시기에 강하게 나는 경우도 있다.

향미벼 대표 품종, '바스마티(Basmati)'

향미벼는 일본, 중국, 대만에서는 재래종 벼에 속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재래 품종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향미벼 중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인더스 강 유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바스마티’ 품종들이다. 이 ‘바스마티’ 품종의 쌀은 밥향이 구수해서 좋을 뿐 아니라 밥을 지으면 밥알이 길이로 길게 부풀어지는 취반특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 향미벼 시장(FAO Rice Market Monitor, 2012)>

향미벼 수출액(백만USD)

2008/2009

2009/2010

2010/2011

파키스탄

-

867

200

인도

2,428

2,374

2,369

태국

1,610

1,686

1,690

향미벼의 세계적인 시장규모는 '바스마티' 품종군만 하더라도 매년 670만톤(58억 달러) 이상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향미쌀의 가격은 일반미에 비해 1.7배 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향미벼 수출국인 인도의 경우 전세계적에서 거래되는 향미벼의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28%를 차지하고 있는데 매년 이 '바스마티' 쌀을 20~30만톤씩 중동이나 유럽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 1993년 '향미벼 1호 육성'

특히 태국에서 꽤 많은 향미벼 품종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태국 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는 ‘카오 독말리(Khao Dawk Mali)’라는 품종이다. 벼의 아밀로스 함량이 매우 낮은 반면 밥에 찰기가 있고 향기가 좋은 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호에도 잘 맞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밖에도 스리랑카, 네팔,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향미벼를 재배하여 왔고, 미국도 ‘바스마티’로부터 유래된 ‘델라(Della)’라는 향미벼 품종을 미국 남부지역에 재배하여 일부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에 밥맛 증진용 소재의 쌀로 ‘향미벼 1호’가 육성 보급되면서 향미벼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 ‘향남벼’, ‘미향벼’, ‘아랑향찰벼’, ‘설향찰벼’ 등이 있다.

<향미 벼 품종의 주요특성(국립식량과학원, 2015)>

품종명

육성

년도

숙기

벼키

(cm)

현 미

천립중(g)

수량성

(kg/10a)

메/찰

초형

향미벼1호

93

중만생

72

20.6

493

메벼

통일형

향미벼2호

96

조 생

77

22.8

614

메벼

통일형

향 남 벼

95

중만생

82

21.2

503

메벼

일반형

미 향 벼

98

중만생

79

22.6

557

메벼

일반형

설향찰벼

99

중 생

89

20.4

523

찰벼

일반형

아랑향찰

97

중만생

88

20.5

537

찰벼

일반형

흑 향 벼

00

중만생

77

23.1

528♩

유색미

일반형

"휘발성 강해..갓 찧어서 출하"

향미벼의 향을 유발하는 성분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피롤리돈(α-pyrrolidone)이나 아세칠 피롤라인(2-acety1-1-pyrroline)과 같이 피롤환을 가진 물질이 결정적으로 향미벼의 향을 좌우하며, 이러한 향미벼의 향은 소수의 성분에 의해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200종 이상의 방향성 물질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향미벼의 향 성분은 대개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쌀을 도정한 다음 오래 두면 거의 날아가 버리게 되므로 향미벼는 도정 후 저온 상태에서 벼로 저장해 두었다가 조금씩 갓 찧어서 출하시키거나 먹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향미벼의 향 성분은 벼알이 여물 때의 재배조건(온도)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 같은 품종이라도 저온 조건에서 등숙된 것이 고온 조건에서 등숙된 것보다 더욱 향이 강한 것으로 연구됐다.


향미는 보통 일반 쌀에 5~10% 정도 섞어서 밥을 지는 것이 더욱 구수한 밥 향을 나게 하면서 밥맛을 좋게 해준다. 특히 묵은 쌀인 경우 향미를 10%씩 섞으면 군내를 없애면서 밥의 고유한 향을 증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향미를 너무 많이 섞으면 오히려 강한 향으로 인해 싫어하는 경우도 느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향미벼 중에는 구수한 향을 지니면서도 찹쌀인 품종도 있고 현미쌀이 적미(赤米)나 흑자미(黑紫米)인 유색미 품종도 있다. 이러한 쌀은 떡이나 과자, 술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의 향과 멋을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으므로 향후 쌀 소비를 촉진시키는데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공식품 활용…쌀 소비촉진 기대

앞으로 향미를 활용한 쌀 식품개발이나 향미 쌀겨로부터 여러 가지 향 성분을 추출하여 활용하는 연구가 적극적으로 추진돼 향미벼의 활용도를 높여 준다면, 쌀의 경쟁력을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쌀 소비를 촉진시켜 주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웰빙, 로하스, 힐링 등의 키워드가 부상하면서 매일 먹는 밥도 다양한 기능을 더해 우리 식탁에 속속 오르고 있다. 이러한 웰빙시대를 맞아 다양한 기능성을 지닌 향미벼의 진가를 구명해 대내·외적으로 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 맞추어 고품질 쌀이나 기능성 향미벼를 생산하여 판매한다며 농가의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의 국제적인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