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원유가격연동제 과연 문제인가?
이슈진단-원유가격연동제 과연 문제인가?
  • 이도현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6.06.2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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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연동제, 낙농가 "최후 보루"
“낙농 산업 지키기 위해 농가부터 지켜야”

잘못된 보도, 낙농가·소비자 갈등 부추겨

“원유가격연동제, 우유가격 올리는 주범 인식…부정적 시각 내비치는 소비자 늘어”

“농가, 원유 과잉 발생…지난 2년간 두차례 가격 동결 시키는 자정적인 노력 실천”

“우유가격 큰 영향 미치는 것은 원유가격연동제 보다는 유통구조 있다고 볼수 있어”

“우윳가격·원유가격연동제 편견…낙농가 사지로 내몰고 소비자와 대립각 조장해”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의 보안장치 원유가격연동제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우유 생산과잉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가 원유가격연동제에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와 국내 낙농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에 보후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직언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이달 초 열린 ‘낙농진흥회 2016년 제 1차 임시이사회’에서 유업체들은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선 소위원 구성’ 의안을 슬며시 상정했다가 생산자 측에 질타를 받고 의안을 유보했다. 원유가격원동제가 잘못된 제도인지 한번 짚어보자.

“원유가격 동결…낙농가 자정 노력”

낙농가와 유업체는 과거 3~5년마다 원유가격을 결정했다. 이 시절 낙농가들은 사료 원료곡인 옥수수가 바이오연료로 쓰이면서 생산비가 상승해 생계를 위협받았다. 이에 원유가격 10원을 위해 삭발을 하며 투쟁을 불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원유가격연동제’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생산자와 유업체간의 성숙한 산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매년 8월 1일 가격이 조정된다.

올해 가격 조정을 앞두고 원유가격연동제가 우유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대중에게 자리잡으면서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낙농가들은 원유 과잉이 발생하자 원유가격연동제 초기 한차례만 가격을 올렸고 지난 2년간 두차례 가격을 동결 시키는 자정적인 노력을 보여줬다.

“유업체, 연동제 개선 눈치보고 있어”

최근 수입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값싼 해외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게 됐다. 이에 유업체에서 국산 원유에 비해 값싼 해외 원유를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유업체들에게 그 동안 원유가격연동제를 통해 구매했던 국내산 원유의 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중에 회자되면 어김없이 원유가격연동제 개선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생존권을 걸고 반발하는 낙농가에 막혀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이달 초 실시했던 ‘낙농진흥회 2016년 제 1차 임시이사회’에서도 유업체들은 협의 없이 갑작스레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선 소위원 구성’ 의안을 상정했다가 낙농가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한지태 한국낙농육우협회 기획조정실장은 “원유가격연동제가 잘못됐다는 편견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원유가격연동제는 농가와 유업체간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성숙한 산물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동제 논란, 소비자 대립각 조장”

시중에 판매되는 우윳값이 높다는 지적이 고스란히 낙농가 탓으로 돌아오면서 소비자 단체가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달 소비자단체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산정하는 기준에서 자가노동비와 가축상각비의 기준이 잘못됐고 우유생산비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이중 적용되고 있다며 기준의 개편을 요구했다.

이에 낙농육우협회에서는 외국사례와 비교해 현실에 맞게 개정한 것이며 원유가격산정방식은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며, 기준원가와 변동원가로 구분, 반영되는 것임을 설명했다.

실제로 낙농업은 젖소의 젖을 주기적으로 빼줘야 한다. 이에 낙농헬퍼라는 제도까지 운영해 낙농가의 여가 생활을 보장해 줄 정도로 손이 많이가는 축종으로 가족 등 자가노동력이 필수적이다. 가축상각비의 기준이 3년으로 개정한 것 또한 국내 젖소가 고정자산기능을 평균 2.3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노출되고 있는 우윳값과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한 편견이 낙농가를 사지로 내몰고 소비자와의 대립각을 세우게 만들었다.

원유가격에 대한 논의는 유업체와 낙농가 간 이뤄져야 할 사항이지만 소비자가 중간에 등장해 유업체의 편에 선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낙농가는 “낙농가들은 우유의 품질 강화를 위해 경쟁력을 갖춰도 소비자들의 인식은 오로지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탄했다.

“우유값…연동제보다 유통구조 연관깊어”

이러한 소비자와 낙농가의 논쟁이 계속되면서 우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고 있다. 실제 우유에 날 실시된 심포지엄에서 우유가 인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부분이 설명됐지만 온라인상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댓글을 통해 우유가격에 부정적인 심정을 드러내거나 대놓고 “우유가격이나 내려라”라는 말이 달리기까지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유가격이다.

대중들은 원유가격이 아닌 우유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유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우유가격은 그 배가 상승된다. 실제 지난 2011년 원유 가격이 100원 올라가게 되자 우유가격은 300~400원이 인상됐다.

더욱이 우리나라 낙농가 생산 마진률은 일본 49.4%(2013년), 영국 49.3%(2011년)보다 낮은 42.7%(2013년)에 불과하다.

반면에 우유 유통에 의한 마진율은 일본의 경우 90년대부터 유사한 변화를 보였으나 한국의 마진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2013년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이 결과를 비춰봤을 때 우유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원유가격연동제 보다는 유통구조에 있다고 볼수 있다.

“유업체, 계획성 없는 생산독려 과잉 초래”

지난 2011년도 구제역이 발생해 그 해 우유 생산량이 크게 줄어 유업체에서 원유를 서로 많이 가져가기 위해 쟁탈전을 벌였다.

유업체들은 낙농가에 원유를 생산하는 데로 받아 주겠다는 공 쿼터(쿼터 물량 이외)를 남발했으며 1년에서 2년까지 선계약을 체결하게 이르렀다.

이에 낙농가들은 원유 생산에 박차를 가해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원유 공급이 정상 궤도를 회복했고 생산과잉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업체와 생산농가와 협의해 이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체결한 계약으로 인해 어쩔수 없다는 답변만 듣게 됐다. 결과적으로 계획성없는 생산독려로 인해 생산과잉이 초래됐고 시장 교란을 낳아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올해 원유 생산량이 210만톤으로 예측되고 있어 과잉문제는 다소 해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지만 재고물량이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여진다.

“국산 우유 지키기 위해 농가 지켜야”

최근 한우와 한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시장논리를 들어 해석해보면 정부에서 실시한 폐업 지원 정책으로 사육 두수가 줄어들고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낙농에 빗대어 보면 낙농가의 유지는 우유와 유제품의 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이러한 낙농가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이처럼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아니라는 게 현장의 중론이며, 낙농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 생산자와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한 낙농전문가는 “소비자들도 원유가격연동제와 낙농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며 “또한 낙농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낙농가와 유업체간의 상생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업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유가공제품 시장을 겨냥해 국내산 원유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