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지사 통폐합 지역 간 갈등 ‘첨예화’
농어촌공사 지사 통폐합 지역 간 갈등 ‘첨예화’
  • 이상미 smlee@newsfarm.co.kr
  • 승인 2016.06.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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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 통폐합…2010년엔 안 되고 지금은 된다?”
문경지사 통폐합 반대위, “장관·사장 퇴진” 촉구
“흑자로 특별수당 지급…구조조정·통폐합 아리송”


한국농어촌공사 지사 통폐합이 오는 7월 1일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달 24일 농어촌공사 문경지사 통폐합 반대추진위원회 400여 명이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였다.

문경시의회는 지난 20일 의회간담회장에서 한국쌀전업농문경시연합회, 이·통장협의회, 바르게살기 새마을 협의회, 개발자문위원회 등 농민단체 및 사회단체 대표들과 한국농어촌공사 문경·예천지사 통폐합 추진을 반대하는 긴급 간담회를 가진 후 문경시 12개 기관이 모여 ‘문경농어촌공사 문경예천 통폐합에 반대하는 통합반대대책위(위원장 고재흠·이응천)’를 발족한 바 있다.

이날 이들은 ▲한국농어촌공사 문경지사는 현행대로 유지 ▲부득이 통폐합 시 주사무실을 문경에 둘 것 ▲ 경천댐 주변 농경지 안개 등 피해 보상 ▲집중호우 시 수문개방으로 인한 문경 하류지역 수해 피해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응천 의장 “통폐합 근거자료 조작”

고재흠 통합반대대책위원장은 “우리가 무슨 죄를 졌기에 비오는 날 우비를 입고 여기서 농성을 하고 있느냐”면서 “이상무 사장이 자기 자리 보존을 위해 지사를 갖다 바친 것 때문 아니냐. 대통령은 수입농산물 개방 등으로 한국농업이 가득이나 어려워지는 이 시기에 농어민들 피토하게 하는 이상무 사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응천 문경시의회의장은 “이상무 사장은 농림식품부 기획실장하다가 농어촌공사에 낙하산으로 온 분”이라며 “올 3월 달 농어촌공사 감사 자료를 보니까 직원들이 전부 비리에 연루돼있고 지적 받은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음주운전한 직원에 솜방망이 처벌하고 해외 농업견학에 1000만 원씩 지급해 방만한 경영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농어촌공사가 작년에 경영수지 600억 흑자를 냈다. 그런데 왜 정부가 구조조정하려 하겠나? 직원을 더 늘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공사가 국책사업으로 간접적으로 2조 6000억, 직접적으로 1600억 원을 쏟아 부었더라. 그러고서 흑자라고 특별수당 4000만 원씩 받았다”며 “이래놓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한 구조조정, 통폐합을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사통폐합의 근거자료로 활용한 경북본부 경영지수 현황 수치가 잘못된 것을 ‘조작’이라고 규탄하며 이동필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문경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문경시의 경영지수는 추세지표 0.165와 미래지표 0.361을 더해 0.526이 되어야 하지만 농어촌공사가 작성한 현황에는 0.486으로 낮게 나와 있다. 반면 0.509로 나와야할 예천은 0.543으로 오히려 실점수보다 0.34점이 더 높았다.

이 의장은 또 “경천댐의 방류구는 집중호우 시 댐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수문을 여는 곳인데 문경에만 2곳이 있다가 이번 댐 보수 공사를 하면서 6개를 더 만들었다”며 “문경시에다만 다 만들어놔 문경시민은 떠내려갈 위험에 노출되고 예천시민은 아무 위험도 없이 산다”며 문경과 예천간의 불공평한 정책에 대해 규탄했다.

“토론회 하나 없이…완전 무시"

이날 장성유 농어촌공사 진천·음성지사 통합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참석해 연대사를 발표했다.

그는 “2010년도에도 문경포함 충북 보은·함평 통합하려 했다가 농민단체 반발에 부딪혀 없었던 일로 됐다”며 “6년이 지난 올해 4월 14일 12개 지사 통폐합을 결정·발표했는데 4월 13일은 국회의원 선거 날이었다. 그 다음날 이사회 열어 급하게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농민들의 의사를 물어보기 위한 공청회, 간담회 등 토론 하나 없이 결정했다. 들어보나 마나 통합해야한다고 결정해놓고 통지만 한 것”이라며 “이렇게 농민들을 무시한 처사는 전례가 없다. 앞일을 위해서라도 절차 무시한 통합을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폐합 지역 간…대립·갈등 촉발

한편 통폐합 대상이 된 다른 지역들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대구 달성군의회는 지난 21일 한국농어촌공사 본사를 방문해 ‘달성·고령지사 통폐합’ 방침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진천·음성지사 통폐합과 관련해서는 충북도의회에서 “축소가 아니라 기반조성 관련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남 사천에서는 ‘사천지사 통폐합 저지 사천시민대책위원회’가 결성돼 지사통폐합 과정에서 제시된 정보와 지표가 왜곡·날조됐음을 들어 통폐합 결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통폐합 결정은 지역 갈등도 유발하고 있다. 아산으로 지사통폐합이 결정된 천안지역 농어민단체들은 “통합이 되더라도 지역명칭을 배제해 ‘북부지사’로 명칭하고 통합지사를 천안과 아산 중간인 KTX역사 인근에 신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아산 농어민단체들은 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를 방문해 당초 결정 이행을 촉구하는 등 천안시의 반발 움직임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대로 오는 7월 통폐합이 강행될 경우 지역 농어민들과 공사의 갈등에 더해 지역 간 대립․갈등 확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상미 기자 sm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