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 지원 미질저하 일조…농업보조금 혁신
“다수확 품종·과다시비·벼 품종별 구분 가능한 수매시설 부재 지적…수급조절·경쟁력 제고 위해 고품질 품종 재배·홍보전략 필요”
충남도는 관행적인 다수확 체제에서 고품질 브랜드쌀 등 경쟁력 있는 충남 쌀 산업으로의 획기적 변화를 모색하고자 지난달 25일 홍성 문당마을 환경농업교육관에서 ‘3농혁신대학 쌀 산업 구조개선 과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충남연합회장 등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도의 농업직불금 개선과 농촌환경개선 사업을 연계시킨 ‘농업환경프로그램’ 협약식도 함께 진행됐다.
“면적 직불에서 농가 직불로 전환”
이날 도는 벼 농가를 대상으로 한 현행 대농 중심 면적 경영안정직불금에서 품목에 관계없이 소농 위주 전(全) 농가가 받는 경영안정직불금으로 제도를 혁신하고, ‘농업환경프로그램’을 통한 ‘충남형 농촌어메니티(Rural Amenity)’ 기반 구축 활동 이행을 지급조건으로 달았다. ‘충남형 농촌어메니티’란 농촌지역의 수질, 토양, 생물다양성 등 농업환경 자원의 개선 및 보전을 통해 ‘농촌다움’을 구축하는 활동·사업을 말한다.
도는 현행 지급하는 경영안정직불금(287억 원)과 맞춤형 비료(198억 원) 사업을 일몰해 485억의 재원을 마련하고, 친환경농업생산활동·마을 환경가꾸기·경관보전 참여 등 개략적 프로그램을 농촌거주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농가들은 마을별·개인별 단순 명확한 이행사항을 마련해 실천하고 도는 이를 이행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조금을 지원하게 된다.
쌀전업농, 농업경영인회농업인, 농민회 등 단체는 도의 이 같은 혁신 방안에 합의하고, 직불금 혁신의 주체로서 정책 취지를 알리고 마을단위 농업환경 프로그램 실천의 협약사항 이행에 힘을 보태게 될 전망이다. 도는 안정적인 직불금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올 연말까지 ‘(가칭)충청남도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육성 지원’ 조례를 제정해 지원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적정생산 타작물·이모작 재배 확대
협약식 이후 진행된 주제발표에서는 충남 쌀 산업 현황과 개선방안이 소개됐다. 농민의 75%가 쌀을 재배하고 생산량은 전남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하는 충남은 10a당 수확량이 가장 많고(충남 566kg, 전국 542kg) 산지 쌀값은 가장 낮다(전국대비 약 7000원가량 저렴/80kg).
이건호 충남도 친환경농산과장은 “충남도는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쌀 수급상황은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새누리 등 다수확품종 재배가 많고 여기에 2002년부터 지원한 화학비료는 과다시비를 유발해 미질이 저하되는데 일조했다”며 “이 때문에 밥맛이 좋지 않아 쌀값이 낮지만 2014년까지 농가들은 높은 생산량으로 낮은 가격을 커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남 쌀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시장변화에 맞는 삼광 등 고품질 품종 확대 ▲적정규모 생산 위한 타작물재배 및 이모작확대 ▲도 및 시군 대표브랜드 전국적 인지도 확대 등을 제시했다.
다수확 지양·RPC 선정 수매 필요
토론에서는 충남 쌀 적정생산 및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조가옥 전북대학교 교수는 “충남은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점차적으로 늘고 10a당 수량이 가장 많아 전남과 함께 쌀 생산과잉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다수확 품종을 지양하고 비료와 농약사용량을 감소시켜야 한다. 또 현재 4.4% 불과한 GAP, 친환경쌀 인증면적을 확대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보령통합RPC 대표는 “충남의 쌀 산업은 다수확 품종 재배와 함께 타 시·도와의 품종차별화와 제품의 다양화(보리, 찹쌀, 특수미, 친환경 등) 경쟁에서 밀리고 수매입고 물량을 벼 품종별로 구분할 수 있는 수매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삼광 쌀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RPC별 수매품종을 정해 선정수매에 나서야한다”고 조언했다.
“고품질 쌀 생산·홍보 병행해야”
박수경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국장은 “2014년 쌀 소비자의식조사 결과에서 보면 쌀 구매 시 품질표시 사항을 확인한다는 소비자가 76.9%, 현재 구입하는 쌀을 계속 구입하는 이유는 품질이나 맛이 좋아서라는 답변도 75.1%에 달했다”며 “비싸더라도 맛있고 안전한 쌀을 생산하면 소비자들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작물 재배에 관해서는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에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면서 “요새 흰밥만 먹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기능성 쌀 등을 많이 개발해 생산하면 소비를 얼마든지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병희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쌀의 가치 하락이 농업인의 다수확 품종 선호현상을 부추겼다”며 “쌀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연구와 함께 충남의 쌀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품질 품종 재배와 마케팅·홍보전략을 병행해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득이 맞춰지면 별도의 직불금 안 줘도 품목이나 품종을 바꿀 것”이라면서 천안의 호두과자업체와 농민의 팥 계약재배, 지자체가 유통을 책임지는 순창의 콩 재배를 예로 들고 “농가에게 무엇을 심으라고 할 게 아니라 유통구조를 제공하라”고 조언했다.
이상미 기자 sm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