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4천원 인상…“무조건 따르라”
8년 만에 4천원 인상…“무조건 따르라”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3.05.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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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쌀값만 제자리, 현실화 시급해”
국회, 변동 동의 요청서 받아들일지 주목

정부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 산정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을 4000원(2.4%) 인상된 17만4083원으로 결정하고 이달 중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쌀 목표가격 변동 동의 요청서를 체출키로 했다.

이번 쌀 목표가격 4000원 인상은 법률상 산출기준에 따른 자연증가분이며, 2005년 제도 도입 후 법에 의해 처음으로 인상되는 것이다.

쌀 목표가격은 2005년 쌀 수매제를 폐지하면서 도입한 농가소득 보전장치로, 산지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떨어지면 차액의 85%를 직불금 형태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쌀소득보전 직불금은 경작면적에 따라 지급하는 고정직불금과 산지 쌀 가격에 따라 지급여부가 결정되는 변동직불금으로 나눠지며, 쌀 목표가격이 17만4083원으로 인상되면 산지 쌀값이 15만9143원 이하 일 때 변동직불금이 지급되게 된다.

하지만 쌀 생산자단체와 농업인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에 대해 농가 현실을 반영치 못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쌀 생산자 단체는 쌀 목표가격 인상이 없이는 농가소득이 향상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에 반드시 쌀 목표가격을 23만 원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도 쌀 소득을 올리기 위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난 7일 끝난 임시국회 기간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이 끝나 농업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여주농협통합RPC 회의실에서 ‘쌀 목표가격 변경’과 관련 현장간담회를 열어 정부 입장과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쌀 생산자단체장과 농업인,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쌀 생산자단체, 농업인,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은 명목상 있었을 뿐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4000원 인상할 테니 이해하고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는 일방적 간담회가 돼 소통을 중시하는 현장간담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농식품부, 법령규정 따라 인상

이날 간담회에서 심재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과장은 정부 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심 과장은 “2012년산까지 목표가격이 종료됨에 따라 2013년산부터 5년간 적용할 새로운 목표가격 설정이 필요했다”며 “현행 법령에 따라 쌀의 평균 수확기 가격변동을 반영해 산출한 새로운 목표가격은 4000원 인상된 17만4083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법률상 산출기준에 따른 자연증가분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쌀 목표가격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농업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목표가격 인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 과장은 “목표가격은 쌀 협상과 DDA협상에 따른 시장개방 확대에 대응, 양정제도 개편(수매제 폐지)에 따라 도입된 가격변동 안정장치”라며 “가격하락 시에도 농가 수취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며, 생산비와 물가 반영은 당초 제도설계 취지와 불일치하다”고 말했다.

심 과장은 또 “목표가격 대폭 인상 시 생산유발 효과로 산지쌀값이 하락해 농가소득은 감소하고 변동직불금은 더 증가해 정부 재정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목표가격 인상 시 혜택이 대농 중심으로 이뤄지고 타 품목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과장은 “또 다른 문제는 인상 혜택이 대농에게 집중돼 계층 간 갈등을 발생하게 된다”면서 “무엇보다 대다수 농업인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농촌 복지예산 증액소요가 잠식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심 과장은 또 “AMS 한도 등 제약요인과 함께, 타 품목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한계를 감안해 그동안 목표가격 인상 보다는 고정직불금 단가 인상을 통해 쌀농가 소득 감소분의 일부를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2013년산부터 적용될 새로운 목표가격(안)은 17만4083원으로 이달 중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필 장관도 이 자리에서 “목표가격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는 부분과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목표가격은 생산비와 물가를 반영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물가소득이 확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선 다른 정책을 통해 보전하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직불제가 쌀 위주로 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직불제가 면적으로 하다 보니 대농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 문제가 된다”며 “너무 쌀 생산농가의 의견만을 제시하지 말고 다른 쪽의 주장도 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생산과 연계되지 않은 고정직불금 인상과 더불어 내년부터 논에 동계 사료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더 주는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상승 반영 제도 아냐”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같은 경우 생산비를 반영해 쌀 목표가격을 설정하는 부분이 있지만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쌀 직불제는 상당히 많은 연구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만든 정책”이라며 “일부에서 생산비를 반영해 조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부작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반영돼 농가 수취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또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생산비나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목표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목표가격제도는 최소한의 농가소득 안정장치이기 때문에 반영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특히 “사실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는 나라는 미국, 일본 등 얼마 안 되는 나라에서 시행중이고, 일본의 경우 생산비를 반영해 목표가격을 산정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사공용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사실 목표가격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물가상승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올린다고 해서 오르는 게 아니다”며 “정부는 가격이 너무 낮아지면 이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정부가 가격을 왜곡해서 하는 것은 풍선효과가 나 다른 품목에 피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와 달리 김진호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쌀 목표가격제도에 대한 농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되, 일방통보식이 아닌 소통의 정책으로 바꿔서 농업의 비전을 제시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0년 가격 제자리 “현실화해야”

간담회에 참석한 쌀 생산단체와 농업인들은 정부의 계획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인성 (사)한국쌀전업농경기도연합회 회장은 생산비와 물가가 반영된 현실에 맞는 쌀 목표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현재 쌀 생산농가는 생산비 증가와 물가상승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여기에 지난 3년간 자연재해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지난 10년간 쌀 가격은 계속해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에 생산비 증가분과 물가상승을 반영한 쌀 목표가격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쌀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은 이 나라의 국민들이 아니냐”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임 회장은 또 “하지만 정부는 이런 쌀 농가의 어려움을 외면한 정책만을 내놓고 있어 우리 농업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아무리 고정직불금을 올려봤자 농가소득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쌀 전업농들은 그동안 정부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국가 식량안보에 이바지했지만 2005년 이후 현실은 너무 어려워지고만 있다”며 “정부는 농업인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 선을 그어놓고 원칙만 따지고 있어 소통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마지막으로 “정부는 쌀 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해 쌀 목표가격 현실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책에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조창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경기도 회장도 일정 부분 현실에 맞는 쌀 목표가격이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쌀 농가의 300평당 순수익이 27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이를 3만평으로 환산해 봐도 2700만원 밖에 순수익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근로자에 비하면 너무도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또 “요즘 커피 한잔 가격이 5000원 정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밥 한공기의 가격은 불과 200원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그런데 정부는 쌀 가격만 잡으려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농업인들이 어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선 최소 21만 원 정도로 쌀 목표가격을 올려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우만리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홍기완 우만리 이장도 정부가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이장은 “정부나 전문가들은 책상에 앉아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정책을 만들려고만 하고 있다”며 “실질로 농업인들 하고 소통을 하려면 직접 현장에서 농업인들과 일도 하고 만나서 실질적인 애로사항과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직불제도 하에서 직불금 혜택을 받아본 것은 한 번 밖에 없었다”며 “차라리 이 제도를 없애든지 더욱 올려 주는 방안을 채택하라”고 주장했다.


쌀 목표가격 국회로 공 넘어가

정부가 이달 중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쌀 목표가격 변동 동의 요청서를 체출키로 했다. 이에 따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은 현행 쌀 직불제는 물가상승이 고려되지 않아 농업인의 실질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어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7일 끝난 임시국회에서 이와 관련해 정부안에 대한 질책만 있었을 뿐 제도개선을 주도하지 못하고, 정부 차원의 개선만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국회가 이번에도 임시국회 때처럼 별다른 의지 없이 정부안을 받아들여 통과 시킬지, 아니면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정부안을 보류시키고 자신들이 입안한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논의하고 본회의로 상정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