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능성 쌀, 첨단육종 슈퍼푸드화…소비확대 ‘관건’”
[기획]“기능성 쌀, 첨단육종 슈퍼푸드화…소비확대 ‘관건’”
  • 이상미 smlee@newsfarm.co.kr
  • 승인 2016.10.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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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미·적미…항산화 물질 안토니아신·폴리페놀 풍부
'건양2호'·'고아미' 노년층 식이요법·다이어트 ‘도움’
특수미 시장 5% 불과…홍보 지원·시장 확대 나서야


기능성 쌀은 육종을 통해 안토시아닌, 폴리페놀 등 건강 기능성 성분을 높인 특수미의 일종이다. 최근 쌀 소비는 줄어드는 가운데,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짐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새로운 쌀 소비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능성 쌀을 연구·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기능성 쌀 소비가 많아져 재배면적 늘어나면 현재 과잉 생산되는 밥쌀의 수급조절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밀가루로 대표되는 인스턴트로 인한 각종 질병 등을 예방해 국민 건강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된다.


대표적인 기능성 쌀 ‘유색미’

우리가 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능성 쌀은 흑미·적미 등으로 대표되는 ‘유색미’다. 안토시아닌은 대표적인 항암·항산화 기능성 물질로 함량의 고저(高低)에 따라 과일·채소 등의 겉면을 붉은색 혹은 검정색처럼 보이게 한다.

흑미(검정쌀)의 품종인 ‘눈큰흑찰1호’·‘조생흑찰’·‘진도흑미’ 등은 이 안토시아닌의 함유량이 풍부해 지속적으로 섭취 시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를 방지하고 시력개선에 도움을 준다.

이 중에서 ‘조생흑찰’은 현재 식의약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대표적인 항암‧항산화 기능성 쌀이다. 농진청은 임상시험 결과, ‘조생흑찰’ 추출물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초기 위염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흑미의 검정색을 띄는 안토시아닌계 화합물인 시아니딘-3-O-글루코사이드(C3G)가 헬리코박터균의 독소 분비를 차단해 위장 세포를 보호하고 찹쌀의 프롤라민 성분이 위점막 내 항산화 활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눈큰흑찰1호’를 섭취하면 두뇌 건강에 보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두뇌에 좋은 트립토판·감마오리자놀·니코틴산 등 각종 필수 아미노산과 생리 활성 물질은 배아(쌀눈)에 많다.

일반 벼의 3배에 달하는 배아를 가진 ‘눈큰흑찰1호’는 위의 영양소뿐만 아니라 신경 전달 물질인 가바(GABA)가 풍부해 뇌 혈류 개선, 산소 공급 증가와 뇌세포 대사 기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흑진미’…흑미·적미 기능성 결합

적미(붉은 쌀)의 경우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의 함량이 높다. 현재까지 농진청이 개발한 적미 품종은 ‘건강홍미’·‘적진주벼’·‘적진주찰’·‘홍진주’ 등이 있다. 적미의 색깔을 결정하는 다양한 종류의 폴리페놀의 집합은 혈압을 내리고 폐암, 유방암 등에 항암효과를 보인다. 또 적미에는 고지혈증을 예방하는 감마오리자놀이 다량 함유돼 있다.

특히 ‘홍진주’는 지난 2013년 농진청이 홍진주를 일반 백미에 20% 정도 섞어 먹으면 암세포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을 정도로 카테킨, 베타카로틴 등 다양한 항산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흑미와 적미의 기능성 성분을 모두 갖고 있는 ‘흑진미’도 개발됐다. ‘흑진미’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100g당 60.2㎎, 폴리페놀 함량은 100g당 13.3㎎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100g당 3.18㎎ 으로 ‘보석흑찰’, '‘홍진주’의 2배가량이 들어있다.

연구를 진행한 조준현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박사는 “전통적 육종방법으로는 단일 품종끼리만 교배했지만 DNA검사 등의 기술이 등장한 이후에는 가바(GABA)와 항산화를 집적시키는 방향으로 육종이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기능성 쌀은 여러 영양이 복잡화된 ‘슈퍼푸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담쌀'…다이어트 케이크·과자 적합

유색미는 아니지만 자체 영양소 조성비 등으로 인해 식이요법이나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쌀도 있다. ‘건양2호’와 ‘고아미’가 그것이다.

건양2호는 일반 벼보다 소화성 단백질(글루텔린)이 10% 이상 낮아 단백질 섭취가 제한되는 신장병 환자의 식이요법용으로 적합하다. 아밀로스 함량은 11.5%로 낮은 편으로 밥이 부드럽고 찰기도 높아 소화 기능이 떨어지거나 치아가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도 알맞다.

‘고아미’는 국수 제조 등에 사용되는 제면용과 저항 전분(섬유질)이 많아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으로 나뉜다. 이 때문에 다이어트 쌀이라고 언론을 통해 종종 소개됐지만 섬유질 함유량이 높아 소화가 덜 되고 식감이 떨어져 일반 밥쌀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조 박사는 “원가절감에 중요한 수량성을 보완한 고아미의 후속 품종인 ‘도담쌀’을 케이크, 과자 등 다이어트 가공식품으로 개발 중”이라며 “현재 개별업체에 접촉해 가공특성을 파악하고 있으며 과자제조의 경우 특허출원해 기업체에 기술 이전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전체 쌀 시장의 5% 불과

이외에도 일반 쌀을 홍국균(붉은누룩곰팡이)으로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콜레스테롤 낮추는 기능성물질이 나오는 ‘홍국쌀’,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은 아미노산을 다량함유하고 있는 ‘하이아미’ 등 현재까지 개발된 기능성 쌀 품종은 40여 종에 이른다.

하지만 가공·기능용 쌀을 포함한 특수미 시장은 현재 전체 쌀 시장의 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몇 가지 품종을 제외하고 소비자가 이들 이름이 붙은 쌀을 시장에서 구매하기는 어렵다. 소비자가 흔히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기능성 쌀들은 적미, 흑미, 백미, 녹미, 현미를 가지고 ‘오색미’라 칭해서 파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조 박사는 “쌀의 기능성분은 색깔에서 나오는 것으로 흑미, 적미에는 대개 항산화 기능이 있다”며 “오색미라고 칭한 쌀들은 품종에 관계없이 색에 따른 기능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흑미의 경우 기후, 이앙·수확시기 등 재배방법에 따라 기능성 물질 함유량에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조생흑찰, 진도흑미 등 상대적으로 안토시아닌 함유량이 높은 품종은 있지만 어떻게 재배했느냐에 따라 최종 함유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이진 않다. 이 때문에 농진청은 품질 보증의 방법으로 기능성 쌀 재배단지를 진도군 등에 조성하고 함유량을 높이는 재배 매뉴얼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건양2호처럼 소비시장 개척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홍보도 부족하지만 알려진다고 해도 건강보조식품으로 꾸준히 먹으면 개선은 될 것이나 약이 아니기 때문에 선호도가 낮다는 것이다. 시장이 없다보니 농민들은 재배를 하지 않고 또 수량성이 떨어지다 보니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다.


기능성 쌀 시장, 확대하려면

기능성 쌀은 밥을 지을 때 백미 대비 몇 프로만 섞어 먹으면 다른 영양제를 따로 챙겨먹을 필요 없이 다양한 기능성 성분을 섭취할 수 있어 간편하다.

한상익 식량원 논이용작물과 박사는 “기능성 쌀의 건강 기능성분은 과일이나 약재에 비해 그 함량이 적지만 매일 일상적인 식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또 밥은 반찬과 같이 먹어야하기 때문에 균형된 영양성분을 섭취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건강에 관심이 높은 지금 기능성 쌀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는 홍보 부족의 문제가 가장 크다.

조 박사는 “현재 5%에 불과한 기능성 쌀 시장이 15%로만 확대 되도 밥쌀 과잉 문제가 해결 된다”며 “품종과 가공기술은 준비돼 있다. 소비자도 준비돼 있다. 문제는 홍보와 신뢰”라고 말했다.

그는 “기능성 쌀이 9시뉴스에 한 번 나오면 일정 기간 소비가 올라가 농가에서도 재배하겠다고 연락이 온다. 하지만 그러고는 금세 사그라든다”며 “반복적으로 내용을 인식을 시키는 대기업 홍보 방식을 도입하고 학교·군대 등 의도적인 소비를 통해 식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지속적인 소비 확대는 어렵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쌀가루를 이용한 면과 빵을 급식하기 시작했다. 가공·기능성 쌀 소비를 위한 정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능성 쌀에 대해 과학적 접근을 통한 데이터 확보도 필요하다.

조 박사는 “약은 임상실험이 있지만 기능성 쌀은 얼마를 먹으면 어느 정도가 개선된다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조생흑찰이 위염 개선에 대한 임상실험을 실시하고 있는 정도로, 기능성 쌀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섭취량과 개선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sm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