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쌀은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데스크 칼럼-“쌀은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6.11.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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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0년 전과 똑같은 가격이나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나 먹거리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존재하는지 생각해 보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물가가 예전에 비해 많이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우리의 소득도 함께 증가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현재 공산품을 비롯해 라면, 과자, 빵 값은 수년전과 비교해도 몇 배나 뛰었고 특히 브랜드 커피 값이나 자장면 한 그릇도 5000원 이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30년 전만해도 동전으로도 살 수 있었던 제품이나 음식들의 가치가 갑자기 하늘로 솟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우리의 생활수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윤택해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소득도 이런 현상에 발맞춰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2, 30년 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쌀이다. 예전에는 쌀은 민족의 혼이자 국민의 주식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농민들은 쌀 생산을 하면서 자부심도 느끼고 쌀 몇 가마만 있으면 아이들 학비와 온 가족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의 쌀 지위는 떨어질 데로 떨어져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쌀값은 떨어져 정부가 수매에 나서고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해도 이젠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쌀 생산농가들은 쌀의 지위하락과 더불어 생활고에 시달리고 도시민이 받는 월급의 절반만 가져가도 다행인 시대에서 살고 있다. 평생 논밖에 모르고 살아온 농민들은 이제 작목을 바꿀만한 열정도 동력도 잃어버린 채 마지 못해 쌀농사를 짓고 있을 뿐이다.

국가가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소득은 늘어나는 게 정상이지만 쌀 생산자의 경우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산 쌀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쌀 농가의 소득은 1㏊에 560만 9660원으로 지난 2014년 615만 2170원 보다 8.8% 감소한 것으로 나왔고,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왔다.

이런 여파로 인해 총수입에서 소득의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률도 56.4%로 지난 20년 전 보다 떨어진 수준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작년보다 쌀 가격이 더욱 하락해 농가소득은 더욱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쌀값이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상황이고 이로 인해 쌀 농가소득도 바닥을 치고 있다. 뭔가 잘못됐다. 이로 인해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있다.

바로 쌀 생산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쌀값이 내려가면서 쌀을 소비하는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쌀로 인해 국민 후생 제고, 국민편익 증진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데 어떻게 ‘쌀이 천덕꾸러기’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전히 이런 반문을 한다. 농가소득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쌀 직불금으로 보전해주고 쌀이 비싸다고 푸념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계에서 보듯 농가 소득수준은 형편없고, 소비자들이 먹는 밥 한 공기 값은 껌 값보다 싼 2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한 달 식비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고, 당신의 소득이 쌀 생산농가보다 적은 지를.

한국농업신문 이은용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