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안정생산과 국가발전의 상관관계
쌀 안정생산과 국가발전의 상관관계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3.06.15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곤 국립식량과학원 답작과장

 

식량자급이 국가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1970년 당시만 해도 식량자급률은 80.5%였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이 251달러에 불과했기에 그나마 우리 농업인이 생산한 곡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대부분 해결했었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해가 갈수록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면서 1990년에는 43.1%, 2010년에는 26.7%였던 것이 급기야 2011년에는 22.6%로 감소했다.

특히 2012년에는 벼가 익는 시기에 태풍이 3차례나(볼라벤-8.28, 덴빈-8.30, 산바-9.17) 몰아쳐 쌀의 자급률은 2011년 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 할 것이다.

우리가 주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쌀의 종류는 중․단립종인 ‘자포니카’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의 중북부 지역에서 식량작물로 재배하고 있다.

미국, 유럽 및 호주 등과 같이 빵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에서도 상업적으로 일부 자포니카쌀을 재배하고 있기는 하지만 교역량에 있어서는 전체 쌀 교역량의 약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경제적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자국 내의 쌀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상재해나 이상기후가 빈번한 우리나라에서 안정적 인 쌀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다자간 무역협정에 따라 매년 늘어만 가는 쌀 수입량을 억제하기 위해 2015년부터 수입쌀의 관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20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앞서 관세화를 추진해 수입량을 감소시켰던 일본과 수입량을 크게 늘렸던 대만에서의 상반된 결과를 보더라도 관세화 추진 후 쌀 수입량의 증감이 자국에서 생산된 쌀의 품종·품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적 식량무기화의 위협과 값싼 수입쌀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우리의 주식인 쌀을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안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더라도 밥쌀용 벼 재배면적을 제외한 남은 재배면적에 쌀국수 등 가공용 쌀을 지속적으로 재배해 최소한 현재의 벼 재배면적만이라도 유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유통업체와 가공업체에서는 국내산 쌀의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농업인들과의 계약재배를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산 원료곡 가격이 수입산 원료곡보다 두 세배 높다고 하더라도 인건비를 포함한 국수를 만드는 나머지 모든 재료와 공정이 동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공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최종 산물은 1인당 2~300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학교와 군대급식의 식단에 쌀국수를 반드시 포함시켜 월 2회 쌀국수를 제공한다면 그 만큼의 밀가루 수입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벼 재배면적 유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수입개방의 파고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국내의 많은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품질보다는 수익을 앞세워 도정률이 높은 품종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수량성과 품질이 우수한 최고품질 벼 품종들이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들에 대한 홍보와 교육으로 수매가격을 다소 낮추더라도 생산량이 많고 품질이 우수한 최고품질 벼를 수매해 국민에게 공급하면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농업인 모두에게 이익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방안만이라도 제대로 추진된다면 쌀 소비량이 감소하더라도 논 면적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국제적 식량 위기가 도래하더라도 이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국민들이 선호하는 고품질 쌀을 생산해 다자간 무역협상에 따른 국제경쟁력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벼농사는 단순히 수익적인 측면을 넘어 국민의 건강과 생존 그리고 국가적 식량위기를 염두에 두고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다. 식량부족의 상황에서 국가의 번영을 꿈꿀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 만성적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통일벼 개발’이 ‘국가연구개발 반세기 성과 탑10’ 중 첫 번째였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쌀 자급의 문제를 더 이상 경제논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측면에서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