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개막]농업 4차 산업혁명 ‘신호탄’ 울렸다
[새 정부 개막]농업 4차 산업혁명 ‘신호탄’ 울렸다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5.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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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미래 먹거리 부재 위기 돌파구 지목
文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 ‘4차 산업’ 대비” 공약

인공지능·로봇·IoT…가족농 형태론 감당 어려워
LG그룹, 새만금 ‘스마트 팜’ 사업 철회했지만
기술·자본 유입 시도 거듭…기업농 육성 본격화 전망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19대 대통령 선출과 함께 막 출발한 새 정부에 거는 기대로 농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19대 정부의 시작이 ‘4차 산업혁명’의 개막과 같다고 본다. 그간 두루뭉술하게 정의됐던 4차 산업혁명이 새 정부에서 본격적인 시도와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실제 19대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4차 산업혁명을 주요 화두로 내걸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라는 예견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공약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사물인터넷망 국가로 만들겠다”며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능정보사회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눈앞에 다가온 인공지능·로봇이 주도하는 시대, 농업계에 약일까, 독일까.


정보․기술 융합…산업구조 격변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경제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해 제조-유통-서비스-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연결시킨 지능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혁명을 말한다.


모든 기술이 한 곳으로 합쳐지는 융합혁명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정보와 기술이 융합된 지능정보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산업구조를 의미한다.


19대 대선주자들은 주요 공약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과 발전을 일제히 제시했다. 미래 성장동력 및 기업 먹거리 부재, 저출산·고령화 심화, 청년실업난 심화 등 경제 위기의 돌파구로 4차 산업혁명을 주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제도적 기반 마련과 기초과학 연구의 확대에 방점을 둔다.


문 대통령은 순수 기초연구비를 2020년까지 2배로 확대하는 한편 ‘생애 기본 연구비 지원 사업’을 시행해 과학기술인의 지속적인 연구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기술 분야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벤처·혁신기업 양성과 관련해 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 견인
자율주행차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스마트고속도로, 첨단기술이 도입된 스마트하우스, 스마트시티 조성 등 21세기 뉴딜정책 추진 방침도 내놓았다.


아울러 세계최초의 초고속 사물인터넷망 구축, 임기 내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사 1만명 양성, 공공빅데이터 센터 설립 및 공공데이터 개방 등을 정부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특히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관협업체계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신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신산업분야에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 외에는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 걸림돌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농업 규모화’ 재편 전망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다. 산업현장에서 센서를 통해 단순히 생산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고 발생 예측도 가능해진다.


농업 분야에서도 센서로 강수량을 체크해 자동으로 물을 주거나 병해충 관리도 가능하다.


이 혁명은 스마트공장을 앞세운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 농·수산업 등 전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사회, 정부시스템은 물론이고 사람 삶의 방식까지 혁명적 전환을 초래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농업에 어떤 형태로 작용할까. 학계 전문가들은 우선 가족농 중심의 전통적인 농가 형태가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 농업의 규모화 과정에서 기업농 유입으로 영세한 소농이 붕괴되고 대농화(大農化)된다는 것이다.


농업계 4차 산업기술로 농업용 AI(인공지능)인 농약 살포 드론, 무인 트랙터, 자동 제초 로봇 등이 도입되고 있다. 축사 분뇨 청소 로봇, 로봇 착유기·포유기 등이 시설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농업계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 팜’이 대표적이다. ICT(정보통신기술)가 융복합된 농장은 원거리에서도 가축 사양과 작물 재배를 실시간 관리하고 감시·운영할 수 있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


사물인터넷이 기반이 돼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경제가 재편되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은 빅데이터와 결합돼 시장 유통 흐름 예측을 통해 더 완벽하고 최적화된 생산, 유통, 소비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생명농업 VS 농업혁신 ‘갈림길’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이는 모두 거대한 자본과 기술 집약이 필수적이다. 규모가 작고 영세한 소농이 주를 이루는 현재 우리나라 농가 형태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농업계 4차 산업혁명은 곧 대기업의 농업진출 본격화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지난달 13일 개최한 한농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그간 정치가 변하지 않아 수십년간 농업농촌 농민이 피해를 봤다”며 “생명농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우리 농업인들을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생명농업’은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의 출발점으로서 농업을 인정하는 것으로 농업농촌의 가치를 경제논리로 따져 기업화하는 것과는 전면 배치된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농업계는 기업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영세한 소농이 몰락하고 농가 형태가 대농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업의 규모화는 도시 빈민을 시 외곽으로 내쫓는 도시 재개발과 같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농산물의 대량생산과 가격인하에 경쟁할 수 없는 소농은 기업의 소작농이 되거나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업계로 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유입하려는 시도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시작됐다.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은 이미 상당부분 허용됐고, 기업의 농지소유 규제 완화에 이어 새만금 등 대규모 농지에 대기업이 농사짓는 것을 정부가 지원했다가 농민단체 반대로 중단된 일도 있었다.


LG CNS가 지난해 전북 새만금에서 대규모 스마트팜 사업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LG는 ‘터키 AIG’와 함께 3800억원을 들여 새만금에 ‘스마트바이오파크’를 조성하려고 했다.


한국형 스마트팜 설비 및 솔루션 개발 등을 위해 스마트파크를 조성하고 재배에 농민이 참여할 기회도 제공하는 한편, 생산된 농산물은 전량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파크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에 전북 군산시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 내 23만570평(약76만㎡)규모로 세워질 계획이었다.


첨단온실, 식물공장, R&D센터, 가공 및 유통시설, 체험 단지, 기타 기반시설 등을 만들고 LG CNS는 재배 실증 단지에 필요한 설비 및 솔루션 공급,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며 직접 재배하고 관리하는 것은 농민이나 재배 전문 회사에 위탁하겠다는 것이 당시 LG가 제시한 청사진이다.


LG 등 대기업 농업진출 시도
LG CNS는 스마트바이오파크를 통해 기존 비닐하우스 대비 9~12배의 생산성 향상과 난방비 및 자재비용 절감, 해외 유통사와 계약재배를 통한 수익 창출 등을 예상했다.


부지 절반은 농민과 함께 쓰고 원예 기술 노하우를 농민들에게 전수하겠다는 상생 계획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이를 믿지 않았고,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해 결국 철회에 이르렀다.


앞서 2013년엔 현재 LG화학 자회사인 팜한농(당시 동부팜한농)이 경기 화성시에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할 유리온실을 지었다가 농민단체의 반대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전농 관계자는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농민들의 자주권과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비농업인 생산참여 제한을 법으로 만들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새만금 기업 진입 길 열어둬
새 정부 시작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만큼 대기업의 농업진출은 어떤 형태로든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새만금 농업특화단지 잔여 농지 262㏊ 분양 대상자를 공모하면서 기업 컨소시엄도 공모 대상자 범주에 포함시켰다.


기업은 단순출자만 하고 컨소의 한 축인 농업법인이 대표법인으로 생산활동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LG CNS 사례와는 다르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업의 자본 투입은 결국 기업의 농업진출을 허용하는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농식품부는 앞서 2013년 새만금과 영산강 간척지에 우선협상 대상자로 대규모 농업회사 7개 업체를 선정한 바 있다.


김재수 농식품부장관이 지난해 취임 당시 “농업이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산업이 되기 위해선 융복합과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 핵심과제로 추진 중인 스마트팜, 6차산업화 등의 정책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외국 농산물과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기업농 출현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농촌 개발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술 혁신을 통한 농업발전을 위해 기업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와 농민단체는 농민과 기업이 공생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